도슨이 아버지의 유해를 뿌린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17번홀 로드벙커.
반면 우리나라는 조상 묘터에 후손의 운명을 걸며 화장에 대한 거부감이 높았다. 때문에 정치지도자나 재벌가의 호화분묘가 심심치 않게 입방아에 오르곤 했다.
1998년 재벌가로서 존경받던 SK그룹 최종현 회장의 유해가 그의 유언대로 벽제로 향하면서 화장에 대한 국민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화장률은 52.6%를 기록하면서 마침내 매장률을 앞섰다.
화장 후 유골을 뿌리는 방법도 세분화됐다. 지정된 나무 아래에 뿌리는 수목장이 있는가 하면, 흙을 파서 유골분을 묻고 그 위에 장미·소나무 등 고인이 좋아하던 꽃나무나 나무묘를 심는 경우도 있다.
제임스 도슨은 미국의 저명한 골프 칼럼니스트이자 작가다. 그의 골프 칼럼엔 언제나 인생의 깊은 철학이 담겨 있다고들 말한다. 그것은 그의 아버지 덕택이다. 골프광인 그의 아버지는 어린 아들 도슨을 골프에 입문시키면서 골프만 가르친 게 아니라 인생도 함께 가르쳤다. 30년 가까이 골프 친구로서 수없이 라운드를 하며 부자는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도슨과 아버지는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스코틀랜드로 골프 순례를 떠나기로 한 것. 순례의 종착지는 골프의 발상지인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로 정했다.
50여 년 전 도슨의 아버지는 공군장교로 영국에서 근무하며 스코틀랜드의 링크스 코스들에 대한 많은 라운드 추억을 갖고 있었다. 도슨의 아버지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17번홀, 그 유명한 로드벙커에서 컵인을 시켜 버디를 잡은 일을 두고두고 자랑했다.
어느 날 도슨은 어머니의 연락을 받고 고향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병원으로 달려가 의사에게서 아버지의 생명이 2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듣는다. 도슨과 병상의 아버지는 웃는 얼굴을 한 채 손을 잡고 골프 이야기로 시간을 보낸다.
제임스 도슨 ‘마지막 라운드’ 지구촌 심금 울려
말기암 노인과 골프 칼럼니스트 아들은 마침내 서로의 약속을 지키기로 한다. 고통을 내색하지 않는 아버지와 눈물을 삼키며 웃음을 잃지 않는 도슨은 스코틀랜드로 날아가 골프 영웅들의 한숨과 환희가 켜켜이 쌓인, 게다가 50여 년 전 아버지의 발자국까지 남아 있는 명코스들, 즉 카누스티, 로열트룬, 뮤어필드, 로열리덤 등에서 작은 내기까지 걸고 라운드를 하며 낄낄거린다.
골프의 발상지이자 그들의 종착지인 세인트앤드루스에 와서 도슨과 아버지는 며칠을 머무르며 하늘의 별따기인 올드코스 추첨을 학수고대했지만 행운은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 부자는 미국으로 돌아간다. 곧 도슨의 아버지는 이승을 하직해 한 줌의 재가 되었다.
얼마 후 도슨은 스코틀랜드로 날아간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라운드해 17번홀까지 왔다. 도슨은 골프백에서 청색 벨벳주머니를 꺼냈다. 그리고 실크로 된 끈을 풀기 시작했다. 로드홀 그린 주변에 아버지의 재를 뿌리고 벙커 안에도 조금 던져넣었다. 지구촌의 골퍼가 아닌 독자들까지 울린 제임스 도슨의 자전 실화 ‘마지막 라운드’는 이렇게 끝난다.
나도 아들에게 유언했다.
“내가 죽거든 화장해서 홀인원을 한 태국 카오야이국립공원 보난자CC 11번홀에 뿌려 필드장을 해다오.”
아들 녀석 왈 “아빠, 가까운 뉴코리아에서 홀인원 다시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