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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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포기 안경현·이종열 듬직한 터줏대감

  • 김성원 중앙일보 JES 기자 rough1975@hotmail.com

    입력2006-12-11 1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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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는 2002년 감독 추천으로 처음 올스타에 뽑혔다. 입단 후 무려 13년 만에 맛보는 감격이었다. 당시 그는 “너무 기쁘다. 나처럼 재능이 부족한 평범한 선수들도 노력하면 올스타전에 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날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 B는 일요일 낮 경기 후에도 구장에 남아 타격 훈련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선수의 일요일 훈련은 같은 구장을 쓰는 라이벌 구단이 따라하기도 했다. 고참급까지 의무적으로 일요일 저녁 훈련을 시킨 것.

    A는 LG 이종열(33)이다. 그는 최근 소속 구단과 3년간 최대 9억60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재계약했다. 자유계약(FA)을 선언하는 대신 구단에 남기로 한 것. 이로써 이종열은 김용수(1985~2000년)의 16년 기록을 뛰어넘어 ‘최장수 LG맨’으로 남게 됐다.

    B 선수는 두산 안경현(36). 11월 소속팀과 2년간 10억원에 재계약했다. 안경현도 이종열처럼 FA 선언 대신 팀에 남기로 결정했다.

    1992년 입단한 안경현은 데뷔 후 수년간 경기에 거의 나가지 못했다. 쟁쟁한 선배들과의 경쟁이 버거웠기 때문. 당시 안경현은 투수대기석에서 선수단 입담꾼 중 한 명인 포수 김태형(현 두산 배터리코치)과 수다를 떠는 게 낙이었다고 한다. 얘기를 나누다 보면 경기가 끝나 있기 일쑤였다고.



    김인식 전 두산 감독(현 한화)은 “눈이 부리부리해서 그런지 처음엔 열심히 안 하게 생겼다고 팬들이 꽤 싫어했다”고 데뷔 시절 안경현을 기억한다.

    이종열은 지난해 간에 이상이 생겨 선수생활을 접을 위기에 처했으나 이를 극복했다. 항상 2선에서 “재능 있는 선수들을 따라가기가 버겁다”고 한탄하던 그다. “술 먹어도 잘하는 선수가 있고, 만날 놀아도 3할 치는 선수가 많은데 나는 그런 유형이 아닌 것 같다”는 하소연도 했다. 이종열이 스위치 타자(좌우 타석에 모두 들어서는 타자)로 전향했을 때 일부에선 “한쪽으로도 제대로 못 치면서…”라고 비웃는 이도 있었다.

    안경현과 이종열. 오랫동안 서울을 연고로 한 두 구단의 더그아웃을 지켜온 이들은 이제 두 팀의 터줏대감이 됐다. 이들은 팀에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뿐만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성실한 훈련 태도를 보여준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했다. 둘은 FA의 화려함은 누리지 못했지만 ‘진짜 프로’가 뭔지를 아는 선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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