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1

..

별종 학생들의 엽기 순애보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6-08-30 18:2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별종 학생들의 엽기 순애보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 성 경험이 한 번도 없어 놀림을 당하는 외눈박이, 과외선생 앞에서는 초특급 내숭녀이지만 학교에서는 도발적 ‘팜므 파탈’로 변신하는 반장, 게이 축구부 주장…. ‘시리즈 다세포소녀’의 주요 출연진은 이름 자체로 이야기의 분위기와 상황을 설명한다.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김은주)는 집세와 엄마 약값을 벌기 위해 원조교제에 나선다. 하지만 교재를 파는 엉뚱한 아저씨를 만나 당황하고, 여장 남자에게 폰카 3000장을 찍히고 나서야 풀려나는 해프닝을 겪는다. 럭셔리 꽃미남이자 무쓸모 고등학교 F4의 리더인 명진(윤성훈)은 두눈박이(곽지민)가 여장 남자인 사실을 알면서도 그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축구부 주장은 교내 유일의 숫총각 외눈박이(김종엽)를 사랑하지만, 새로 전학 온 학교 폭력의 대명사 일진(강인형)에게 마음을 뺏겨 묘한 삼각관계를 이룬다. 그리고 반장인 그녀가 아침에 일어나 제일 처음 하는 일은 그날의 콘돔을 챙기는 일이다.

    ‘시리즈 다세포소녀’는 도발적인 내용으로 인터넷 만화 연재 때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채정택(필명 ‘B급달궁’)의 만화 ‘다세포소녀’를 원작으로 하는 옴니버스 시리즈(총 40화)다.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전교생이 성적 팬터지로 가득한 ‘무쓸모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별종 학생들의 엽기적인 순애보를 그리고 있다. 만화는 연재 당시에도 사회적 통념을 뒤엎는 도발적인 내용으로 ‘다세포 폐인’들을 만들어내며 크게 화제가 됐다.

    ‘시리즈 다세포소녀’의 미덕은 청소년기의 은밀한 성적 팬터지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데 있다. ‘무쓸모고’ 아이들의 일상은 과외 선생님과의 은밀한 사랑을 꿈꾸고, 동성 친구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는가 하면, 야동과 SM잡지를 보는 것이다. 가끔 성병이나 원조교제 약속 때문에 학교를 조퇴하기도 하지만, 학교에선 이를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이는 ‘다름’에 대해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어른들의 세계관을 노골적으로 비꼬려는 ‘시리즈 다세포소녀’의 의지로 엿보인다. 동성애를 대하는 무쓸모고 아이들의 태도에서 이런 의지는 더욱 잘 드러난다. 무쓸모고 아이들은 동성애도 존중받아야 하는 감정이라고 애써 설명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동성을 사랑하게 됐다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게 됐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유정현(구타 유발자 잠들다), 우선호(정말 큰 내 마이크), 정소연(엠브리오), 조운(어린이 바이엘 상권), 김주호(눈동자), 안태진, 김성호, 정상민, 이성은 등 단편영화계에서 주목받는 9명의 신예 감독이 40편을 나눠 연출했고 ‘결혼이야기’ ‘청풍명월’ 등을 연출한 김의석 감독이 제작 총지휘를 맡았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