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부 슈발이 만든 상상의 궁전.
그렇다면 예술가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어떤 이는 자신의 예술적 이상에 사로잡힌 독선적인 사람으로, 또 어떤 이는 베짱이처럼 인생을 즐기기로 작정한 사람으로 비친다. 예술가와 그들의 삶은 일반인에게 이처럼 몇 가지의 고정된 이미지로 각인된 듯하다.
1997년 프랑스 ‘리옹 비엔날레’ 큐레이터 하랄트 제만은 ‘타자(L’autre)’라는 비엔날레 제목처럼 ‘다른 것(타자성·alterity)’ 혹은 ‘다른 인간’이라는 유형으로 예술가를 규정하고 있다. 그 의미를 이해시키기 위해 비엔날레에서 제만은 한 우체부를 예로 들었다. ‘슈발(Cheval·말(馬))’이라는 이름의 이 우체부는 리옹 남동쪽에 위치한 오트리브(Hauterives)에서 매일 32km 정도의 거리를 걸어가 우편물을 배달했다. 1879년 어느 날 꿈에서 성을 본 슈발은 자신이 걸어다니는 길가의 돌로 성을 쌓기 시작했다. 이 작업은 1912년까지 33년간 이어졌다.
요정과 화초, 머나먼 곳의 문명과 상상의 여행, 그리고 역사에 등장하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이 성은 앙드레 브르통과 피카소, 팅겔리 같은 예술가들에 의해 발견돼 20세기 미술사에 기록됐다. 이윽고 이 성은 1969년 앙드레 말로에 의해 역사적인 문화재로 지정되기에 이른다.
제만에 의하면, 예술가는 꿈을 이루는 사람이다. 일반인과 다른 것은 바로 그 꿈의 내용이며, 그것을 현실에 구현하는 방식이다. 동시대 미술은 점점 더 예술적 형식에서 이 꿈의 내용에 관한 것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 놀라운 꿈의 현실화를 구경하기 위해 매년 14만여 명이 프랑스 산골의 이 성을 찾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