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이란의 마지막 왕세자, 레자 팔레비

국내 기반 취약해 차기 리더로 한계… 신정체제 붕괴 시 구심점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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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6-03-05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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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왕정의 마지막 국왕이던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의 장남 레자 팔레비가 1월 16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란 왕정의 마지막 국왕이던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의 장남 레자 팔레비가 1월 16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 팔레비왕정의 마지막 왕세자인 레자 팔레비(66)가 주목받고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등 신정체제 핵심 세력이 대거 사망하면서 이란 체제가 급변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신 등 전문가들 분석은 팔레비의 이란 내 정치적 기반이 약해 체제 변혁의 선봉장이 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란을 다시 세우고 싶다”

    팔레비는 2월 28일(이하 현지 시간) 하메네이가 사망한 뒤 영상 연설을 통해 “하메네이 죽음으로 이슬람 공화국은 사실상 종말을 맞았고, 곧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승리에 거의 다 와 있다”며 “빨리 여러분 곁에 서서 이란을 되찾고, 다시 세우고 싶다”고 외치기도 했다.

    팔레비는 현재 이란 반정부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이란 왕정의 마지막 국왕이던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의 장남으로, 1960년 테헤란에서 태어나 1967년 왕세자로 책봉됐다. 1979년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끄는 이슬람 혁명 당시 그는 미국에서 전투기 조종사 훈련을 받고 있었다. 친(親)서방 성향을 띤 왕정이 무너지고 혁명세력 통치가 시작되자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이어왔다. 

    이후 팔레비는 해외에 거주하는 이란인 사회에서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2013년 망명 정부 성격의 조직을 구성해 현 이란 정권에 대한 반대 활동을 제도화했다. 지난해 12월 이란에서 최대 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면서 정치적 상징성이 재부각됐다. 당시 시위대는 “팔레비가 돌아올 것이다” “레자 샤(국왕), 신이 당신의 영혼을 축복하길” 같은 구호를 외쳤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후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진행되는 이란 연대 시위대 역시 팔레비 사진을 내걸고 있다.

    팔레비는 신정체제를 비판하고 세속주의를 내세우면서 한국과 북한의 사례를 거론해 국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1월 16일 워싱턴DC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이란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5배 이상이었다”며 “지금쯤 이란은 중동의 한국이 됐어야 하지만 되레 북한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트럼프도 “이란 내부 인사가 적합”

    하지만 팔레비의 실제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팔레비는 40년 넘게 이란 본토에 발을 들이지 못했고, 현재 이란 권력 구조는 혁명수비대(IRGC)와 성직자를 축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부친인 모하마드 국왕은 세속주의를 표방하면서 억압적 통치로 독재체제를 구축했는데 이것 역시 리스크로 꼽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1월 14일 최근 이란 내 여론조사 결과 팔레비 왕세자에 대한 이란 국민의 의견은 지지, 반대, 유보적 입장으로 각각 3분의 1씩 나뉘어 있다고 보도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한 암마르 말레키 네덜란드 틸뷔르흐대 조교수는 “설령 이란 국민의 3분의 2가 팔레비를 지지한다고 해도 국제적 지원 없이 시위만으로는 체제를 바꿀 수 없다”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다른 야권 단체들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안정을 이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는 “팔레비가 부상한 것은 최근 일”이라며 “신정체제를 반대하는 국민 사이에서도 상징성 및 미국 정부와의 연결점을 이유로 지지하는 쪽과 갑작스러운 등장을 비판적으로 보는 쪽으로 나뉜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팔레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3일 팔레비가 이란 정권의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 문제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내 생각에는 현재 이란에 인기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내부 인사 가운데 누군가가 더 적합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정보당국도 팔레비왕조 복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트럼프가 1월 팔레비와의 만남을 거부한 것은 백악관 내부에서도 그가 이란을 이끌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정권은 하메네이 후계자로 그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3월 3일 이란 당국자 3명을 인용해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헌법 기구인 전문가 회의가 이날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심의했다고 보도했다. 모즈타바는 공식적인 직책을 맡은 적은 없으나 강경 보수 진영에 속하는 인물로, 혁명수비대와도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모즈타바는 부친과 마찬가지로 미국·이스라엘에 강경하게 저항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이란 국민이 정권 붕괴와 체제 전환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향후 이란 망명 세력의 정치적 움직임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혁명수비대 세력이 이란 차기 지도자를 확정하더라도 신정체제가 오래 유지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현재 팔레비는 이란 내 기반이 현저히 부족하지만 전쟁 소강상태 이후 새로운 정치체제를 만들자는 여론이 생기면 구심점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영훈 기자

    문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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