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논술교재를 고르는 학생들.
서울대의 경우 서울대 환산 점수로 보았을 때 내신과 수능 성적은 1단계 통과자의 경우 점수 차가 1점 내외에 불과하다. 인문계의 경우 논술 만점이 25점인데, 논술에서 실제적으로 드러나는 점수 차이는 내신과 수능을 합친 점수 차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다른 많은 대학에서도 논술고사를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 수능 성적 5~10점 내외의 차이를 뒤집을 수 있다고 한다. 2006학년도 경우 대학별로 차이는 있었지만 논술 성적으로 15~20% 정도가 당락이 바뀌었는데, 이러한 점으로 볼 때 논술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변수가 됨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논술고사가 대학 입시에서 중요한 변수가 되다 보니 대학에서도 다양한 출제 경향으로 좀더 객관적이고 타당한 평가도구가 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2006학년도에 연세대, 서강대의 경우는 제시문의 난이도를 높여서 학생 간의 능력 차를 확인하려고 했다. 서울대는 제시문에 비중을 두기보다 제시문에 대한 해석의 폭이 넓어지게 하는 방향으로 출제했다. 연세대는 제시문에서 ‘불안’이라는 개념을 찾아내야 했는데, 채점 교수가 “승률이 반”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어려웠다는 느낌이다.
수험생들 중에는 논술을 수능시험이 끝나고 잠깐 동안 반짝 준비한 경우가 많았는데, 채점자들에 따르면 거의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논술에서 평가하고자 하는 핵심은 단순한 쓰기 기술이 아니다. 평소 독서와 학과 공부, 수행평가로 장기적으로 내공을 다져서 실질적인 논술 능력이 있는 학생들이 고득점을 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한테서 일방적으로 강의만 듣고 자신의 입장에서 깊이 있게 생각을 하지 않은 경우는 당연히 논술의 본질과 거리가 있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없었다.
수능 성적 5~10점은 논술로 뒤집혀
수능시험 준비를 학교 내신 공부와 별개라고 생각하는 학생은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푸념한다. 그러다 보니 밤을 새우게 되고, 그로 인해 학습 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논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따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학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능시험 준비가 곧 논술 준비와 연결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언어영역 비문학 부분에서 다루고 있는 지문의 내용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글에 대한 독해력을 키울 수 있고, 논지를 전개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에서 다루는 내용을 심도 있게 공부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논술 준비의 정도(正道)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각 교과서에 나오는 주관식 학습활동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보통 이런 문제들을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대충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 문제를 놓고 한두 단락 정도의 논술형 답안을 써보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한다면 수능 준비는 물론 논술 준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논술 실력은 독서 능력과 직결된다. 최근 각 대학에서 출제되는 문제들을 보면 20세기 현대 고전과 그림을 포함한 다양한 텍스트를 이용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또 제시문을 단순히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시문을 비교 분석하거나 연관성을 파악하는 등 제시문을 서로 관련지어 이해해야 쓸 수 있는 문제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이런 유형의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깊이 있는 독서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책을 단순하게 이해하는 수준에서 읽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에서 평가하면서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논술 답안을 잘 쓰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저학년 시절부터 주변의 사물과 현상에 대한 관심을 갖고, 부단한 독서를 통해 독해 능력과 비판적 논리적인 사고능력을 키워나가며, 창의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꾸준히 길러나가야 한다. 그럴 때 대학 입시라는 인생의 중요한 고비를 성공적으로 넘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