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4

..

후회 반복하는 ‘껄무새’ 투자자 되지 않으려면…

[김성일의 롤링머니] 최근 2차전지·초전도체 테마주 열풍 불며 투자 실패자 속출

  • 김성일 ‘마법의 연금 굴리기’ 저자

    입력2023-08-30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최근 투자자 사이에서 ‘껄무새’라는 말이 유행이다. 껄무새는 후회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인 ‘~할걸’이라는 말과 반복한다는 의미의 ‘앵무새’가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다. 상승하는 자산을 사지 못했다거나 하락하는 자산을 팔지 못했다며 후회를 반복하는 이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이들은 최근 주당 100만 원을 넘어선 에코프로를 보면서 “5만 원일 때 살걸” “올해 초 11만 원일 때 살걸”이라며 후회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지금은 과도하게 비싸졌으니 참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참았다가 또 후회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한다.

    최근 한국 증시에서는 자신만의 투자 철학 없이 2차전지와 초전도체 같은 테마주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손실을 경험하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뉴시스]

    최근 한국 증시에서는 자신만의 투자 철학 없이 2차전지와 초전도체 같은 테마주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손실을 경험하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뉴시스]

    잘못된 투자 결정으로 고통받는 껄무새

    껄무새는 부동산시장에도 있다. 전 세계 부동산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한국 수도권 아파트 역시 가격이 하락했다. 하지만 2013년까지 하락하던 아파트 가격은 2014년부터 무섭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때 무리해서라도 집을 살걸”이라고 후회하는 이들이 부동산시장의 껄무새다.

    아파트 갭투자로 수십억 부자가 된 이들은 책과 강연을 통해 껄무새의 ‘영끌’에 힘을 보탰다. 부동산 투자 성공 사례를 언급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최근 10년 내 아파트 가격 대세 상승의 혜택을 본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의 성공 방식을 토대로 대중에게 영끌해 집을 사라고 얘기했다. 그들의 얘기를 일찍 들어 그나마 2019년 이전에 아파트를 구매한 사람은 가격이 추가 상승하는 시기의 달콤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2020~2021년 뒤늦게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영끌한 사람은 2022년 이후 부동산 대세 하락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최근에는 2차전지·초전도체 테마주 투자 열풍이 잇달아 불면서 투자자를 껄무새로 만드는 상황이 생겨났다. 문제는 껄무새 대부분이 투자 성과가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잘못된 투자 결정으로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껄무새가 되는 이유는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갖지 못해서다. 투자 철학이란 ‘시장을 바라보는 일관된 관점’이다. 이는 애스워스 다모다란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가 얘기한 것으로, 삶의 철학이 굳건한 사람은 살면서 다양한 일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듯이, 투자 철학이 확고한 투자자는 껄무새가 되지 않고 자신의 투자 여정을 흔들리지 않게 걸어간다.

    투자 철학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모다란 교수는 저서 ‘투자 철학’에서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위험과 평가의 기본을 이해해야 한다. 투자 대상의 위험을 파악하고, 자신의 목표수익률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시장의 작동 원리와 오류를 보는 관점을 정립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인간의 행태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시장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투자 철학을 탐색한다. 이를 위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자신이 투자하고자 하는 자산의 위험을 파악하는 게 먼저다. 그런데 투자자 대부분은 ‘수익이 얼마나 날까’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수익이 높았던 자산에 눈길이 가는 것이다. 최근 개인투자자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2차전지 관련주다. 포스코홀딩스,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은 2차전지 3대장으로 불린다. 상반기 이 3개 종목을 매수한 소액주주가 55만 명 넘게 증가했다. 순매수 규모로는 포스코홀딩스가 4조7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에코프로(1조9144억 원), 에코프로비엠(1조1967억 원)이 개인 순매수 2, 3위를 차지했다.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상반기에만 40% 넘게 올랐으며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각각 632.04%, 170.36% 뛰었다. 문제는 이들 주식이 갖고 있는 위험에 대한 분석이 없다는 점이다. 단기간에 급등한 주식은 단기간에 급락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은 채 뒤따라 들어가면 큰 손실을 감내해야 할 수 있다.

    이 3개 종목의 미래를 점칠 수는 없으나 과거 투자자의 관심을 받았던 자산들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가까운 사례로 미국 기술주가 있다. 2009년 이후 많은 개인투자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상승률을 보인 미국 기술주에 대한 믿음으로 투자에 참여했다. 그나마 일찍 들어간 이들은 괜찮았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동성으로 급등하는 모습을 보면서 2021년에 뛰어든 투자자는 2022년 하락장에 크게 실망한 채 손실이 난 계좌를 바라봐야만 했다. 앞서 언급했던 아파트 투자도 마찬가지 사례다. 투자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투자 대상의 위험을 이해하고 가격이 하락하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투자 대상 위험과 시장 움직임 먼저 이해해야

    시장 움직임도 이해해야 한다. 항상 우상향하는 시장은 없다. 어느 순간 어떤 이유로든 가격은 하락할 수 있다. 가격 움직임을 결정하는 요소는 매우 많고, 어느 요소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경우에 따라 달라진다. 예상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태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자신이 얼마나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자신의 위험 감내도를 벗어난 투자 결정은 계좌를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 투자 대상과 시장,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이해한 뒤 투자 포트폴리오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시장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투자 성과를 낼 수 있다.

    투자 철학이 처음부터 공고할 수는 없다. 투자 초보자가 투자 대상의 위험을 이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투자 시장이나 투자자로서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 역시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투자 초보자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을 권한다.

    먼저, 투자 자금을 한 가지 자산에 전부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도박과 같이 요행수를 바라거나 대박을 노리는 습관은 오래지 않아 실패할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잘못된 투자 습관을 들이게 만든다. 둘째, 소액 투자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경험만큼 좋은 스승은 없는데, 다만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으로 시작하면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경험할 수 있다. 셋째, 자산배분 투자를 추천한다. 주식, 부동산, 채권, 금 등 다양한 투자 대상의 특징을 이해하려면 직접 돈을 넣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공부법이다. 자산배분 투자는 손실 크기가 제한돼 있어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준다. 여러 자산에 분산투자해 경험을 쌓자. 투자 경험과 지식이 많아지면서 점차 자신에게 맞는 투자 대상을 찾아나가고 투자전략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껄무새가 되지 말고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갖춰나가자.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