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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종횡무진 축구미학|팀 이름

도시 역사와 팀 특성 증언

K리그 경우 기업 명칭 →기업+지역→지역만 부각 ‘변천’

  • 축구 칼럼니스트 prague@naver.com

도시 역사와 팀 특성 증언

도시 역사와 팀 특성 증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Utd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뭉쳤다’는 뜻이다.

박지성은 한때 일본에서도 뛰었다. 당시 소속팀은 ‘교토 퍼플상가’. 상가? 이 단어는 보통 지하상가 아파트상가 세운상가처럼 상점이 죽 늘어선 거리를 뜻하는데, 퍼플상가는 이 뜻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퍼플은 보라색을 뜻하며, 상가는 산스크리트어로 ‘동료’다. 이처럼 축구팀의 이름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독특한 의미가 있는 예가 많다.

내친김에 살펴보면 ‘신조어’를 좋아하는 문화권답게 일본은 자동차 이름을 짓듯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등으로 축구팀의 이름을 짓는다.

김현석이 뛰었던 ‘베르디 가와사키’의 ‘베르디’는 ‘녹색’이라는 뜻으로 음악가 베르디와는 무관하다. 황선홍과 고정운이 활약한 ‘세레소 오사카’의 세레소는 스페인어로 ‘벚꽃’이다. 벚꽃은 오사카시의 상징이다. 노정윤이 활동한 ‘산프라체 히로시마’는 일본어 ‘三’과 이탈리아어 ‘화살’의 복합어로 ‘3개의 화살’, 즉 히로시마(경제·행정·시민), 팀(기술·전술·체력), 선수(정신·기술·체력)의 삼위일체를 뜻한다. 이 밖에도 ‘빗셀 고베’의 빗셀은 victory(승리)와 vessel(배)에서 따온 것으로 ‘승리의 전함’을, ‘요코하마 마리노스’의 마리노스(marinos)는 스페인어로 ‘선원’을 뜻하는데 두 팀 모두 항구도시의 이미지를 팀 이름에 새긴 것이다.

잉글랜드는 타운, 시티, 카운티 등 행정구역 명칭 많아

잉글랜드에서는 팀 이름에 타운(Town), 시티(City), 카운티(County), 알비온(Albion), 레인저스(Rangers), 로버스(Rovers), 원더러스(Wanderers), 애슬레틱(Athletic), 유나이티드(Utd) 등이 다양하게 붙는다. 이 단어들만 보아도 팀의 규모와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다.



타운은 비교적 작은 규모로 출발한 팀으로 여기엔 ‘평범하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이름에 타운이 들어간 팀으로는 ‘입스위치 타운’이 있다. 시티는 단순히 ‘도시’가 아니라 왕실의 허가로 자치권을 인정받은 대도시를 말한다. ‘맨체스터 시티’ ‘버밍엄 시티’ 등의 팀이 있다. 카운티는 최대 행정구획을 말하는데 ‘더비 카운티’가 대표적이다. 알비온은 그레이트 브리튼의 옛 명칭으로 ‘스털링 알비온’ 등의 팀이 있다.

레인저스·로버스·원더러스 등은 ‘여기저기 떠도는 사람’ ‘영광을 위해 순례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축구에서는 홈 앤 어웨이 경기를 뛰는 선수를 말한다. ‘글래스고 레인저스’ ‘블랙번 로버스’ ‘볼턴 원더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야외에서 하는 경기를 말하는 애슬레틱은 ‘강인함’을 뜻하는데 찰턴 애슬레틱이 유명하다. 그리고 유나이티드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결합한다는 뜻(맨체스터)으로 쓰이기도 하고, 규모가 큰 팀이 작은 팀을 인수하거나 비슷한 팀끼리 합병하면서(뉴캐슬) 사용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여 년 동안 세 가지 흐름이 있었다. 처음에는 기업 명칭만 앞세우다 서서히 기업명과 지역성을 결합했고, 요즘에는 지역성만 내세운다. FC서울은 창단 때 이름이 ‘럭키금성황소’였다 1991년 ‘LG치타스’, 96년 ‘안양LG치타스’, 그리고 2004년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FC서울’이 됐다. ‘유공코끼리’-‘부천SK’(1999)-‘제주유나이티드’(2005) 등도 같은 경우다. 이처럼 우리는 ‘지역 연고’를 그 이름에서 좀처럼 구현하지 못한다. 그나마 ‘대전시티즌’ ‘대구유나이티드’ 인천유나이티드’ ‘경남FC’ 등이 출범해 구색은 갖췄다. 하지만 거창 양산 거제 하동 등의 주민이 창원에서 뛰는 ‘경남’에, 무주 남원 부안 등의 주민이 전주에서 뛰는 ‘전북’에 얼마나 소속감을 느낄지는 의문이다. 광역화된 ‘지역’ 연고보다 내실 있는 ‘도시’ 연고를 고민해야 할 때다.



주간동아 2007.05.29 587호 (p88~88)

축구 칼럼니스트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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