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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하는 인간이 주목받는 이유

  • 유희정 도서출판 늘품미디어 상임연구위원

놀이하는 인간이 주목받는 이유

놀이의 중요성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학명이 존재한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생각하는 인간), 호모 로스(Homo loquens·언어를 사용하는 인간), 호모 폴리티쿠스(Homo politicus·정치적 인간) 등. 그러나 인간은 호이징가(Johan Huizinga)가 말하듯 ‘놀이하는 인간(호모 루덴스·Homo ludens)’이기도 하다. 호이징가는 놀이가 인간의 중요한 활동이고 문화를 이루는 핵심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놀이의 특징 - 전통사회의 놀이, 봉산탈춤

놀이는 어떤 특징을 가질까. 먼저 자발성과 재미다. 놀이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 행하다 보니 어떤 외부 강제도 없이 스스로 재미있게 논다. 자발성은 자유를 느끼게 하고 재미는 더 많은 재미를 위한 창의적 활동을 담보한다. 또한 놀이는 일상과 분리된 특정 공간과 시간에 행해진다. 따라서 놀이는 고유 의미를 가지게 되고 인간은 제한된 공간과 시간에 따른 여러 규칙을 고안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놀이는 비일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경험은 뻔한 일상 속의 자신에게 자극을 주고 영감을 고양시키며, 나아가 현재를 점검하게 한다.

말뚝이:(가운데쯤에 나와서) 쉬이. (음악과 춤 멈춘다.) 양반 나오신다아! 양반이라고 하니까 노론(老論), 소론(少論), 호조(戶曹), 병조(兵曹), 옥당(玉堂)을 다 지내고 삼정승(三政丞), 육판서(六判書)를 다 지낸 퇴로 재상(退老宰相)으로 계신 양반인 줄 아지 마시오. 개잘량이라는 ‘양’자에 개다리소반이라는 ‘반’자 쓰는 양반이 나오신단 말이오.



양반들:야아, 이놈, 뭐야아!

말뚝이:아, 이 양반들, 어찌 듣는지 모르갔소. 노론, 소론, 호조, 병조, 옥당을 다 지내고 삼정승, 육판서 다 지내고 퇴로 재상으로 계신 이 생원네 삼형제 분이 나오신다고 그리 하였소.

양반들:(합창) 이 생원이라네. (굿거리장단으로 모두 춤을 춘다. )

- 국어(상) 3단원 ‘봉산탈춤’


익살스러운 말뚝이가 무식한 양반들을 놀리는 재담에 깔깔대는 청중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5월 단오라는 특정한 공간과 시간에서 비일상적 경험을 제공했던 축제, 광대뿐 아니라 지방 이속이나 상인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놀이, 인물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가면과 재담, 일정한 극 구성 등의 규칙. 우리는 이 봉산탈춤을 통해 호이징가가 분석했던 놀이의 특징들을 볼 수 있다.

우리 전통놀이에선 놀이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바로 공동체 전체 구성원의 참여와 유대다. 구성원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놀이에 동참함으로써 정서적 유대감과 친밀감이 이루어진다. 또한 세시풍속과 같은 특정 시기의 놀이 현장은 구세대가 신세대에게 놀이의 의미를 전수하는 훌륭한 사회화의 장이 되기도 했다.

현대인에게 놀이란?

전통사회 놀이와 현대사회 놀이는 다른 점이 많다. 여기에는 현대인의 삶의 조건 자체가 조상의 그것과 다르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빠르게 변모하는 접속의 시대에서는 함께 모여 놀기보다 폐쇄된 개인 공간에서의 삶과 놀이가 주를 이룬다. 따라서 현대인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책임감과 자각이 약하고 소외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느낀다. 국어(상) 8단원 김성곤의 ‘나 홀로 집에’와 ‘잊혀진 아이들’은 홀로 집에 남겨진 아이와 부모의 불안감을 통해 파편화된 현대 개인의 삶을 보여준다. 현대 놀이문화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상업화 경향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놀이 체험을 훌륭한 상품으로 만든다. 예전에는 공동체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던 놀이가 자본가에 의해 기획되고 새롭게 구성된다. 아이들은 비싼 자유이용권을 끊어 놀이동산에서 놀기를 원한다. 어른들은 패키지 관광 코스로 편하고 안전하게 여행하는 상품을 선호한다. 전통놀이조차 한옥마을 체험과 함께 패키지 상품으로 등장한 지 오래다.

두 번째는 놀이의 수동적 체험이다. 놀이가 문화를 창조할 수 있었던 힘은 자발성과 재미에 기초한 창조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획자가 고안하고 만든 놀이에 놀이 주체는 돈을 내고 따라가면 그만이다. 이제 놀이에는 우발성과 상상력 대신 철저히 계산되고 고안된 의도와 절차만 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놀이에서의 공동체성 약화를 들 수 있다. 현대인은 남과 소통하는 책임감이 따르는 놀이에 익숙하지 않다. 대신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TV를 마주 보며 기계와 노는 것에 더 익숙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건강한 놀이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까. 그리고 현대의 놀이문화는 부정적이기만 한 것일까. 발전적으로 검토할 긍정적 측면은 없을까. 논술에서 중요한 것은 논술 주제를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고민하는 것이다.



주간동아 560호 (p98~98)

유희정 도서출판 늘품미디어 상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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