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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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차 도어는 폴더인가 슬라이드인가

  • 류진한 한컴 광고국장·광고칼럼니스트

    입력2006-11-09 17: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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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차 도어는 폴더인가 슬라이드인가
    우리가 가지고 다니는 휴대전화의 디자인은 가장 간단하게 ‘폴더형‘과 ‘슬라이딩형‘으로 구분된다. 이 디자인은 휴대전화의 기능과 활용도 면에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폴더‘와 ‘슬라이딩‘의 차이는 휴대전화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경자동차의 도어를 슬라이딩형으로 보여주고 있는 광고를 하나 소개하겠다. 이 앙증맞은 크리에이티브 광고는 올해 칸 광고제에서 청동사자상(Bronze Lions)을 수상했다.

    이 한 편의 광고는 다양한 목적을 얄미우리만큼 잘 챙기고 있다. 먼저,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 남자의 멈춰 선 시선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제품 출시를 암시한다. 떠들썩하게 소란을 피우지 않더라도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크리에이티브다.

    둘째, 그 설정이 무척 자연스러워 쉽게 공감할 ㅅ이다. 광고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한계는 ‘광고가 광고에 머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한계를 뛰어넘는 장대는 바로 라이프 스타일과 밀착된 현실적 접근이다.

    셋째, 이 광고는 의도하지 않은 듯 비교 광고의 형태를 의도한다. 일반적인 폴더형 도어와 자사의 신제품을 건조하지 않게 비교하는데, 이는 우리가 키 큰 남자를 고를지, 능력 있는 남자르 고를지를 놓고 고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식의 시장을 양분하는 데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한다.



    넷째, 위험한 상황임에도 왠지 웃음이 나올 것 같은 유머가 광고 속에 살아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머는 아직도 좀 어색한 화두지만, 이미 유럽 등 광고 선진국에서는 유머가 10년 입고 다닌 옷처럼 자연스럽다.

    마지막으로 이 광고가 소비자에게서 챙겨가는 가장 큰 효과는 제품이 지닌 소비자 이익(benefit)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한다는 점이다. 여닫이식 도어를 가진 일반 자동차의 단점(위험한 순간)을 아주 자연스러게 연출함으로써 경쟁 제품을 희생시키고 자사의 제품을 띄우는 일석이조의 목적을 보란 듯이 얻어낸다.

    ‘애차가‘인 나는 자동차 한 대당 주차공간이 협소하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옆에 주차하는 차들이 문을 여다등며 흠집을 내곤 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자신의 자동차 옆구리에 ‘콕!‘ 하고 찍혀 있는 상처를 보면 범퍼가 긁히거나 타이어가 펑크난 것보다 더 가슴이 시리다. 이럴 때마다 나는 대한민국이 이름에 걸맞게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었다면 주차공간도 지금보다 훨씬 넓고, 주차 시비로 싸우는 일 없이 여유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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