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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2광구 눈 뜨고 중국에 빼앗길라

대형 석유회사와 손잡은 중국 탐사시추 준비 박차 … 우리나라는 계획조차 없어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서해 2광구 눈 뜨고 중국에 빼앗길라

서해 2광구 눈 뜨고 중국에 빼앗길라

서해 2광구 탐사시추를 요청하는 산자부와 석유공사의 공문서와 ‘11/34광구와 2광구가 중첩된다’는 한국지리정보원의 분석 자료.

2006년 2월21일, 중국 해양석유총공사(CNOOC LTD)는 서해 11/34광구에 대한 ‘생산물분배계약’을 체결했다. 파트너는 미국의 데본 에너지 코퍼레이션(Devon Energy Corporation)사. 세계 10위권에 드는 대형 석유회사다. 수심 20~60m인 11/34광구는 우리나라 서해의 국내 대륙붕 1, 2광구의 연장 부분에 있다. 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이곳에 미국의 자본과 기술이 투입된 것은 작은 사건이 아니다. 정부가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

석유공사 시추 요청에 외교부 ‘묵묵’

먼저 한국석유공사가 나섰다. 계약 내용을 분석한 석유공사는 2월23일 산업자원부 자원개발과에 긴급 보고서를 올렸다. 외교부가 국회 이해봉 의원에게 제출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물분배계약에는 몇 가지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

첫째, 11/34광구는 국내 대륙붕 제2 해저광구와 중첩될 가능성이 높다. 석유공사는 ‘전문기관에 중첩 여부를 조사하라’고 요청했다. 이와 별개로 석유공사는 11/34광구의 상당 부분이 한중어업협정상의 한중잠정조치수역과 중첩된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한중잠정조치수역은 한중어업협정에서 양국이 공동 관리하도록 설정된 수역.

둘째, 무엇보다 동 광구의 생산물분배계약 조건에 (유전)탐사시추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었다. 중국 측이 먼저 탐사에 나설 경우 이 지역 유전탐사의 주도권은 빼앗길 수밖에 없다.



정부는 두 차례 걸쳐 인근지역 탐사에 나섰다가(지도 참조) 중국의 반대로 탐사작업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 중국은 2001년 탐사 때는 해군 함정을 보내 탐사를 막았고, 2004년에는 ‘해양주권을 침해했다’며 외교부에 항의했다. 중국 측의 항의를 받은 우리 정부는 2005년 9월6일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실무조정회의에서 ‘이 지역 탐사작업을 중단, 유보하라’고 결정했다. ‘2001년 6월 한중어업협정 체결 이후 중국이 한중잠정조치수역 내에서 시추한 실적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산자부와 석유공사는 이후 서해 제2광구에 대한 탐사 시추를 보류했다.

우리의 손과 발을 묶은 중국이 인근 지역에서 탐사시추를 계획한 것에 대해 석유공사 측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석유공사는 보고서에서 “세계 10위권대 석유회사가 투자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한국도 국내 대륙붕 서해광구에 대한 탐사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시추탐사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보고서를 받은 산자부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산자부는 3월7일 국토지리정보원 측지과에 중국의 분양지역과 제2광구의 중첩 여부를 조회했다. 3월21일 국토지리정보원은 ‘중국과 우리의 광구 중첩 조회 및 해저광구 좌표변화 회신’에서 ‘11/34광구 및 우리나라 제2 해저광구의 일부분이 중첩된다’(자료 참조)고 결론을 내렸다. 중첩지역 면적은 85.175m2, 약 2만5700평 규모다.

같은 날인 21일 정부의 조치를 기다리던 석유공사는 산자부 유전개발팀장에게 ‘국내 대륙붕 서해지역 탐사시추 관련 정부 방침 시달 요청서’를 다시 올렸다. 정부의 결단을 재차 요청한 것. 석유공사가 올린 자료에는 탐사에 대한 절박한 입장을 세세하게 담았다.

“2005년 추진하고자 했던 국내 대륙붕 제2광구 탐사시추에 대해 귀부(산자부)는 향후 한중과학조사협정 및 EEZ 경계협정 체결 시까지 서해 제2광구 지역 대신 동해 제6-1광구 등 분쟁의 소지가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탐사시추를 추진할 것을 우리 공사에 통보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 측이 한중잠정조치수역인 11/34광구에서 탐사시추를 실시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를 외면할 경우 우리 측의 경계분쟁지역 내 탐사활동이 중국 측에 뒤처질 우려가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탐사 시추를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측 서해 한중잠정조치수역 내 시추에 대해 정부 방침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석유공사의 거듭된 요청에 산자부도 결단을 내렸다. ‘서해 제2광구에 대한 탐사시추작업의 재개를 승인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 문제는 외교부였다. 외교부는 그동안 외교 분쟁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탐사활동에 대해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분쟁 겁내는 눈치외교의 전형”

3월29일 산자부는 외교부 국제법규과에 ‘국내 대륙붕 서해지역 탐사시추 재추진을 위한 협조요청서’를 전달했다. 산자부는 이 요청서에 해양주권 및 천연자원을 둘러싸고 중국과 벌이는 생생한 신경전 양상을 담았다.

“중국과 데본 에너지 코퍼레이션사가 맺은 동 분양계약 조건에 탐사기간 중 2차원 탄성파 탐사 및 탐사정 시추 사항이 명기되어 있다. 이 경우 중국 측은 잠정조치수역 내에서 탐사시추를 하는데 우리만 외교 마찰을 이유로 탐사시추를 계속 자제하는 것이 된다. 이는 형평성에 어긋난다. ”

산자부는 이 자료를 통해 ‘그동안 잠정 보류해오던 석유공사가 요청한 서해 제2광구에 대한 탐사시추 작업을 재개토록 승인할 계획’임을 통보했다. 산자부는 ‘중국의 분양 사실에 대한 진위 여부를 확인해 제2 광구에서의 우리 탐사시추 작업이 원만히 이뤄지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석유공사와 마찬가지로 중국 측이 탐사시추를 하는 것을 전제로 한국 측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2006년 11월 현재, 이 문제는 어떻게 됐을까.

3월29일 외교부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산자부는 11월 현재 외교부로부터 어떤 형태의 ‘답신’도 받지 못했다. 당연히 탐사시추에 대한 입장은 정리된 게 없다. 산자부가 국회 이해봉 의원(한나라당)실에 전달한 입장을 보면 정부 부처가 손발이 맞지 않고 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외교부의) 자료를 받은 적이 없다. 전화로 입장을 전달해온 바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중국 측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응답이 없는 것 같다. 외교적 분쟁을 일으킬 개연성이 있지만 중국 측이 시추를 하면 우리도 시추하면 되지 않겠나.”

이른바 맞대응론이다. 과연 맞대응론으로 해양주권을 지킬 수 있을까. 석유공사 한 관계자의 말은 이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다.

“시추탐사란 물리탐사(배를 타고 가 현장의 해저지형 등을 조사하는 행위)와 달리 1년여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시추선을 빌리는 데도 1년이 걸릴 수 있다. ”

중국은 데본 에너지 코퍼레이션사와 계약을 하면서 ‘3년 안에 탐사시추를 한다’고 계약서에 명시했다. 2006년 상반기부터 이 지역 탐사에 나선 중국 측은 시추탐사를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측이 내년 봄을 전후해 탐사시추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석유공사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7월부터 현장에 가 물리탐사를 한 적은 있지만 2광구의 시추탐사와 관련해 계획을 세운 것은 없다.”

정부의 소극적 입장은 외교적 분쟁을 막으려는 정치적 판단일까, 아니면 눈치외교일까. 이해봉 의원은 주저 없이 ‘눈치외교의 전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간동아 560호 (p12~13)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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