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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은 청계천, 생태점수는 ‘별로’

복원 1주년 맞아 전문가들 진단 … 유속 빨라 생물 서식 어렵고 물 환경도 ‘빈약’ 또는 ‘불량’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보기 좋은 청계천, 생태점수는 ‘별로’

보기 좋은 청계천, 생태점수는 ‘별로’

가을빛이 짙은 청계천을 산책 중인 시민들.

서울 광화문 인근의 직장에 다니는 이기원(30) 씨는 청계천이 없던 시절을 더 이상 상상할 수 없다. 점심식사 후 잠깐 청계천에서 산책을 하거나 퇴근 후 청계천의 야경을 바라보며 인근 술집에서 맥주 한잔 하는 일은 어느덧 익숙한 일상이 됐다. 이씨는 “청계광장의 화려한 조명이나 시원하게 흐르는 물줄기를 보면 도심 속 자연에 와 있는 듯한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씨의 찬사처럼 서울 시민에게 ‘도심 속 자연’을 선사한 청계천은 실제 얼마나 자연을 닮았을까. 청계천 복원 1주년을 맞아 전문가들이 청계천의 ‘생태점수’ 매기기에 나섰다. 10월26일 서울환경연합 하천위원회(이하 하천위원회·위원장 황순진)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 ‘청계천, 생태적 미래를 꿈꾸다’에서는 각계 전문가가 모여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청계천의 생태환경을 평가하고 개선안에 대한 논의를 벌였다.

우선 힘차고 빠르게 흘러가는 청계천 물길은 보기에는 좋지만 생물이 서식하기에는 그다지 훌륭한 환경이 아니라는 점이 지적됐다. 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연구부 안홍규 선임연구원은 “청계천은 자연하천이 아닌 인공하천이기 때문에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좁은 폭과 직선화된 수로, 빠른 유속 그리고 상류지역은 바닥이 돌로 되어 있어 생물이 서식하기에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황순진 교수(건국대 환경과학과) 또한 “인공적으로 설치한 여울은 충분하지 않고 생물들이 머물거나 산란할 수 있는 웅덩이나 소(沼)도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양서류와 파충류 단 한 개체도 발견 안 돼

지난 8월과 9월 실시된 하천위원회의 현장조사 때 관찰된 생물의 종수는 다양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양서류와 파충류는 단 한 개체도 발견되지 않았는데, 이들 생물은 늪지대나 소 등 유속이 느린 곳에 살기 때문에 청계천에서는 관찰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오수생물지수(KSI)로 평가한 청계천의 ‘물 환경’은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KSI란 단순히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BOD)으로 수질을 측정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서식하는 생물의 종류와 개체수, 수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물 환경이 생물이 살아가는 데 얼마나 적합한지를 측정하는 도구다.

보기 좋은 청계천, 생태점수는 ‘별로’

청계천 광통교의 야경(위)과 오간수교 인근에서 관찰된 잉어 떼.

하천위원회는 장통교, 오간수교, 바우당교, 두물다리 등 네 지점을 조사했는데 앞의 세 지점은 ‘빈약(C등급)’한 것으로, 하류지역인 마지막 지점은 ‘불량(D등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천위원회는 ‘저서형 대형 무척추동물’을 기준으로 KSI를 측정했다. 개똥하루살이, 나방파리, 깔따구 등 하천 밑바닥에 사는 이 동물들은 생태계 먹이사슬의 1차 소비자로 하천생태계의 에너지를 측정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황순진 교수는 “KSI가 낮게 평가된 것은 청계천에는 오염 환경에서 사는 저서형 대형 무척추동물의 비중이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류인 마지막 지점이 상대적으로 더욱 열악한 것은 성북천과 정릉천의 오염된 물이 청계천으로 흘러 들어오기 때문이다.

청계천의 수질은 1~2급수(BOD 기준)에 해당할 정도로 아주 양호하게 평가된다. 그러나 청계천의 수질이 좋다는 것은 당연한 일로 그다지 의미가 없다. 하루 12만t의 정수된 물이 청계천에 유입되고 빠른 속도로 흘러가기 때문에 물이 썩을 틈이 없다.

청계천에는 여러 종류의 물고기가 살고 있다(하천위원회 현장조사 결과 7종, 서울시 자료 23종). 하류보다 상류에 사는 물고기가 훨씬 적은데, 상류에는 물고기의 산란터와 은신처 역할을 하는 침수성 수초 군락이 없기 때문이다. 하류로 갈수록 물고기 개체수는 늘어나지만, 염려스러운 점은 오염에 강하고 생존력과 번식력이 강한 붕어와 비단잉어가 가장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1급수에 사는 물고기인 버들치가 상류에서 발견되기도 하지만, 버들치는 홍수 때 인왕산 물줄기에서 청계천으로 흘러 들어온 것이지 청계천에서 자생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웅덩이, 소, 여울 등 더 만들어야

청계천의 식생대도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 우선 하천위원회 현장조사에서 청계천 복원 당시 심은 애기부들이 전멸하다시피 했음이 확인됐다. 애기부들은 연못가나 강가의 얕은 물에서 자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변식물. 애기부들이 잘 자라기 위해 필요한 소가 청계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유속이 빨라 식물이 견뎌내기 어렵다. 식생대 현장조사를 담당한 PGA생태습지연구소 한동욱 소장은 “그나마 남아 있는 애기부들도 거의 다 쓰러져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서울시는 복원 당시보다 현재 훨씬 많은 수의 식물이 청계천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문제는 식물의 질(質)이다. 우리나라 고유종인 세모고랭이, 물피, 줄, 갯버들이 스스로 청계천을 찾아와 잘 적응하고 있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외래식물이 눈에 띄게 늘어난 점은 염려스럽다. 특히 사람들이 주로 출입하는 구간마다 큰비짜루국화가 넓은 군락을 이루고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 이 식물은 번식력이 강해 주변에 다른 식물들이 자라는 것을 방해한다.

한동욱 소장은 “가장 아쉬운 점은 청계천에 추이대가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추이대란 하천 부근의 습지대로 물이 일정하게 드나드는 지역을 말한다. 청계천의 수변부는 좁고 가파르다. 그나마 바윗돌을 옹벽처럼 쌓아놓은 구간이 많아 식물이 자라기 어렵다. 한 소장은 “추이대는 식물뿐만 아니라 생물 다양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돌을 치우고 경사를 완만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원된 청계천은 ‘하나의 의미’에만 머물지 않는다. 청계천은 문화적 가치, 심미적 가치, 정치적 가치 등 여러 가치를 가진 존재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인공적인 공원하천만으로 머물기에는 아쉽다. 전문가들은 인공하천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청계천은 좀더 자연하천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웅덩이나 소, 여울 등을 더 만들고 수변의 경사로를 완만하게 하는 일이 필요하다. 또한 시민들은 다소 불편해지겠지만, 현재 양방향으로 조성된 산책로 중 한 방향이라도 사람의 접근을 차단한다면 생물들에게는 좀더 건강한 서식 환경을 줄 것이다. 안홍규 연구원은 “ 1년 내내 똑같은 유량을 흘려 보내는 것은 청계천의 생물들을 동물원 속 동물들과 같이 취급하는 일”이라며 “갈수기·풍수기·홍수기를 겪는 자연하천처럼 계절에 따라 유량을 달리 해줘야 한다”고 충고했다. 황순진 교수는 “하천이 건강한 생명부양 능력을 갖추어야만 하천 복원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청계천은 미완성”이라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560호 (p40~41)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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