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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호사카 유지 교수

“치밀한 침략정신이 일본 우경화 뿌리”

일본서 귀화한 ‘독도 지킴이’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치밀한 침략정신이 일본 우경화 뿌리”

“치밀한 침략정신이 일본 우경화 뿌리”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으니 일본인이고, 3년 전 한국으로 귀화했으니 한국인입니다.”

토종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 호사카 유지(50)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독도 지킴이‘다. 그는 최근 독도를 한국 땅으로 분명히 표기한 일본의 고지도 사본 2점을 공개했다. 1882년 제작된 ‘조선국전도‘와 1893년 제작된 ‘대일 본전도‘가 그것.

조선국전도에는 울릉도(行島)와 독도(松島)가 표기돼 있는 반면, 대일본전도에는 독도와 울릉도가 나오지 않는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유력한 증거인 셈. 호사카 교수는 지난해에도 독도가 포함되어 있지 않는 에도막부 시대의 관제지도 3점을 공개했으며, 지난 3~4년간 수십 종의 독도 관련 지도와 역사자료를 입수해 공개한 바 있다.

그는 90년대 후반부터 일본과 한국 곳곳을 헤집고 다니며 잘못된 한일관계를 바로잡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지 자료 50여 종을 사비를 털어 사들였고, 이 중 12종의 자료는 지난해 한국 정부에 기증했다. 그가 이번에 공개한 지도도 그의 뜻에 따라 울릉도 독도 박물관에 기증됐다.

호사카 교수는 ”내가 독점하면 그건 역사적 사료라고 할 수 없습니다. 많은 연구자가 한일관계를 정립하는데 이 자료를 활용하기 바랍니다”라며 기증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지금도 일본과 한국 곳곳을 다니며 ‘독도가 한국 땅‘임을 증명해줄 지도와 자료 50여 종을 입수하기 위해 흥정(?)을 벌이는 중이다.



일본인으로 태어났으면서도 일본의 침략성에 대한 정면 비판을 업으로 삼고 있는 호사카 교수. 고민은 없을까. 이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그릇된 역사관 시정이 내 소명

”일본이 나를 낳고 키워준 나라라면, 한국은 내가 평생을 바쳐 해야 할 일을 제시해준 나라입니다. 두 나라 모두 저에겐 조국인 셈이죠. 그렇다고 일본을 버린 것은 아닙니다. 일본에 대해서도 저는 진정한 의미의 ‘애국‘을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일본이 그릇된 과거를 버리고 올바른 역사관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호사카 교수의 한국 사랑은 아주 어린 시절 시작됐다. 그의 부친이 운영하던 사업체(플라스틱 렌즈 공장)에 종사하던 재일교포들이 그에게는 한국 길라잡이였다.

”아버지 회사와 거래하던 한 한국인의 생일날이었습니다. 초대를 받아서 그의 집에 갔는데 그 곳에서 한국의 부채춤을 보게 됐죠. 무척 아름다웠어요. 그때가 15세 무렵이었는데, 그 후 한국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한국인 가라테 신화 최배달, 일본 프로레슬링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역도산 등을 보면서 한국을 동경한 그는 제일교포 모임 등에 나가 교포 행세를 할 정도로 한국 사랑에 푹 빠졌다. 아내는 한국 시 발표회에서 만난 한국 여성으로, 2년여 연애 끝에 결실을 거뒀다.

일본 우익 가족에 테러 위협

금속공학을 전공한 뒤, 가업을 이으며 평범하게 살던 호사카 교수의 인생을 바꾼 것은 한 권의 잡지였다. 그 잡지에는 ‘19세기 후반 일본 정부가 자객들을 동원, 왕궁에 침입해 대한제국의 국모였던 명성황후를 죽였따‘는 짤막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내 조국이 설마…” 하던 그는 ‘한국 공부‘를 결심하고 1988년 한국행을 감행했다. 그리고 곧바로 고려대에 편입해 ‘일본의 한국침략 배경 연구‘ ‘일본 제국주의의 민족동화정책 분석” 논문으로 각각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2003년 세종대 교수에 임용됐다.

한일관계 전문가로서 20년 가까이 연구에 매진한 그는 ”한일관계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이 너무 안이해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인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사무라이 문화가 얼마나 잔혹한지, 일본인들의 마음속에 내재된 침략정신이 얼마나 철저하고 치밀한지를 한국인들이 아직 모르고 있다는 것. 그는 ”동북아역사재단만 봐도 알 수 있어요. 한국은 이제야 골격을 갖추고 연구를 시작했지만, 일본은 50여 년전부터 외무성 산하기관으로 만들어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일본 우경화의 뿌리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활동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일본 우익의 테러 위협이 심해진 탓에 그와 가족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일본 언론에 자신의 활동이 작게 소개되어도 그를 비방하고 테러를 암시하는 댓글이 수천 건씩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일반인을 상대로 한 공개강좌를 열 때마다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한다. 호사카 교수는 ”e메일 등을 통해 저와 가족에 대한 테러 위협이 전해질 때마다 공푸를 느낍니다. 그래서 가족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끼려고 합니다. 이해해주세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주간동아 2006.11.07 559호 (p62~63)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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