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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松 송이 세상 구경 나왔네

봉화 춘양면 가을 송이버섯 채취 한창 … 올 작황 부진 전년비 30% 높은 거래가 형성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금강松 송이 세상 구경 나왔네

금강松 송이 세상 구경 나왔네

춘양면 송이마을 주민들이 송이를 캐고 있다(좌).송이를 캐고 있는 송이마을 김제일 총무(우).

‘강원남도’라고도 불리는 경상북도 최북단, 태백산맥이 스치듯 지나가는 경북 봉화군 춘양면 사람들은 요즘 ‘가을손님’ 송이를 캐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부는 9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약 40일 동안 채취하는 송이는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준 ‘선물’. 문화재 복원용으로만 쓰이도록 지정돼 있는 ‘국가대표 소나무’ 금강송(춘양목) 1487그루로도 유명한 춘양면의 가을 아침은 그렇게 송이와 함께 시작된다.

금강松 송이 세상 구경 나왔네

경북 봉화군에서 송이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춘양면 전경.

봉화군에서 송이가 가장 많이 난다는 춘양면 송이마을을 찾은 것은 9월26일. 마을 주민들과 산에 오른 시간은 여명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6시경이었다. 송이를 캐는 데는 특별한 장비가 필요 없다. 작달막한 막대 하나와 송이를 넣을 망태 하나면 그만.

10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송이마을을 출발해 태백산 방향으로 포장도로와 비포장 산길을 따라 30여 분을 차로 달려서야 비로소 송이밭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여기가 송이밭”이라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지, 외지인의 눈에는 그저 평범한 숲 속일 뿐. 30kg 이상의 송이가 자라고 있다는 송이밭을 아무리 둘러봐도 송이는 단 한 개도 보이지 않았다. 하긴, 자식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송이밭이 아니던가.

외지인 눈에는 그저 평범한 숲 속

송이는 새벽 기온이 일정 수준으로 떨어지는 날이 며칠 계속돼야 비로소 얼굴을 내미는 까탈스런 산버섯이다. 이름 그대로 소나무에서만 자라는 송이는 다른 버섯과 달리 죽은 나무가 아닌 살아 있는 소나무에서 영양을 공급받으며 소나무와 공생한다. 그렇다고 아무 소나무에서나 송이가 자라는 것도 아니다. 수령이 20~40년의 청·장년기에 달한, 병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소나무에서만 자란다. 그래서 송이는 젊고 건강한 ‘곰팡이’이자 ‘젊은이의 탱탱함’을 간직한 천혜의 음식이다.



금강松 송이 세상 구경 나왔네

봉화군 읍내에 개설된 송이 직거래 장터.

산길을 얼마나 헤맸을까. 비로소 송이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자기를 키워준 소나무의 솔잎과 잔가지를 한 움큼 머리에 이고 슬그머니 세상구경을 나온 송이가 마치 수줍음 많은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다. 송이가 몇 송이씩 무더기로 발견되는 때가 많다. 일렬로 죽 늘어선 채 발견되는 경우도 있고 산 굴곡을 따라, 소나무 뿌리의 흐드러짐을 따라 줄을 맞춰 자라기도 한다. 매년 송이가 나는 곳도 비슷해 올해 자란 곳에서 10~15cm 이내에 또 다른 송이가 내년을 기약하는 식이다. 춘양면 송이마을 김제일 총무의 말이다.

금강松 송이 세상 구경 나왔네

최상급 송이는 건강한 소나무에서만 자란다.

“송이가 많이 나던 소나무도 다음 해에 조금만 건강이 상하면 송이가 자취를 감춰요. 아주 민감하죠. 매년 나는 곳에서만 나다 보니 송이를 캐는 사람들은 어디에 송이가 있는지 다 알아요. 송이가 조금 고개를 내밀면 솔잎으로 살짝 덮어놓고 다 자라기를 기다리죠.”

송이를 캘 때 조심해야 할 점은 송이가 상처를 입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작정 땅을 파내서도 안 된다. 송이가 자라기에 최적인 땅속 환경을 해칠 수 있기 때문. 슬그머니 주변의 흙을 떠내듯이 들어올리면 송이는 온전히 제 모습을 드러낸다. 송이 캔 자리를 원래 모습대로 복원해놓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송이가 나는 땅도 따로 있다. 소나무 밑이라고 해서 아무 터에서나 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송이가 감싼 흙은 사실 흙이라기보다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곰팡이 덩어리다. 건강하게 자란 소나무에 기생하는 이 곰팡이 덩어리에서만 송이가 자라고 고개를 내민다.

“송이가 나는 흙을 한번 보고 냄새를 맡아보세요.”

김 총무가 송이가 자란 곳의 흙을 한줌 쥐어 얼굴에 들이댔다. 김 총무가 내민 흙, 아니 하얀색의 소나무균 덩어리에서는 송이 냄새가 진동했다. 폭신한 스펀지와도 비슷하고, 어찌 보면 솜사탕 같기도 한 이 흙은 마치 송이를 갈아 흙에 흩뿌린 것은 아닌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사람들은 이 흙을 ‘마사토’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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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잎에 싸서 모닥불에 구워 먹는 송이의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송이밭 곳곳에는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었다.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인공재배가 불가능한 송이를 조금이라도 더 수확하기 위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고작 산에 물을 뿌리는 정도.

매년 9~10월 ‘춘양목 송이 축제’

좋은 송이는 마치 남자의 ‘그것’(생식기)을 닮았다. “뭣도 모르고 송이 따러 간다”는 말이 그래서 생겨났다. 몸이 단단하며 갓이 퍼지지 않고 균열이 있는, 길이 8cm 이상의 송이가 최상급이다. 아무리 크고 향이 좋아도 채취 시기를 놓쳐 갓이 옆으로 퍼져 나간 것이나 벌레 먹은 것은 하품, 등외품으로 떨어진다.

올해 경북 봉화의 송이 작황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고 한다. 봉화읍 송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도 작년에 비해 30% 이상 올랐다. 1등급을 기준으로 33만~40만원. 김 총무는 “올해 작황은 많이 나오던 때의 5분의 1도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생산량이 줄어든 만큼 가격은 오르지만 농사짓는 사람들로서는 송이가 많이 생산돼 싼값에 많이 거래되는 게 좋아요. 1등급 기준으로 1kg에 12만~15만원 정도인 해가 수입도 가장 높죠.”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든 데는 인근 소나무들의 ‘건강 악화’가 주요 원인이다. 물론 여름 내내 내린 장맛비와 태풍의 영향도 컸지만, 그보다는 솔잎혹파리 등으로 소나무들의 ‘몸 상태’가 현저히 나빠진 것이 결정타였다.

송이를 캐고 돌아오는 길. 오전 내내 캔 송이를 몇 송이 들고 산길을 올랐다. 그 위에 김 총무가 ‘산삼 세 마지기를 뿌려놓은 물’이라고 소개한 태백산 자락의 옹달샘이 있다. 그곳에 자리를 잡고 갈잎에 송이를 싸서 모닥불에 살짝 익혀 먹는 맛은 생송이를 먹을 때와는 또 달랐다. 송이의 향이 온 산을 메웠다.

대표적인 송이 산지로 알려진 경북 봉화에서는 매년 9~10월에 ‘춘양목 송이 축제’가 열린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송이는 한 해 80t 규모로, 전국 생산량의 15%를 차지한다. 10월 말까지 이곳을 방문하면 송이 채취 체험과 금강송(춘양목) 솔숲 체험 등을 경험할 수 있다. 문의는 춘양면 송이마을 김제일 총무(054-674-1030, 011-812-3936).



주간동아 556호 (p28~29)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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