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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추밭’에서 음양석 전시 중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꼬추밭’에서 음양석 전시 중

‘꼬추밭’에서 음양석 전시 중
“사람이 손으로 깎아 만든 남근석은 수치심을 느끼게 하지만 자연이 빚어낸 남근석은 신기하면서도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해요. 외설과 예술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수십, 수백 년의 세월과 비바람 속에서 깎이고 닳아 만들어진 자연산 성석(性石)의 마력(魔力) 때문일까. 수석 수집가 김종민(64·한국도시개발 부회장) 씨는 지난 30여 년 동안 오로지 음양석만 모았다. 지금까지 수집한 음양석은 모두 80점.

김 씨는 9월1일부터 강원도 오대산 자락에 자리한 ‘호텔밸리’의 1층 갤러리 ‘꼬추밭’에서 이 음양석들을 전시하고 있다. 남성의 성기를 민망할 정도로 닮은 음양석과 갤러리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일치한다는 점도 공교롭다.

김 씨는 “음양석은 어떻게 보면 자연과 성의 연결고리다. 기묘하고 신기해 혼자 보기 아까워서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만물이 성(性)에서 시작해요. 인간의 근본이 바로 성이죠. 성은 쾌락만을 위해서 있는 게 아니에요. 종족 보전을 위해 더 중요한 겁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것을 민망해하거나 터부시하고 있어요. 그래서 내숭 떠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당신은 아이를 낳을 때 손수건에 싸가지고 낳느냐고.’ 우리는 모두 다 벗고 낳고, 다 벗고 태어나잖아요.”



김 씨가 음양석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것은 30대 중반 건강이 악화되면서부터다. 중견 건설업체인 한신공영에서 일하던 그는 과중한 스트레스로 인해 깨질 듯한 두통에 시달렸다. 그때 정신과 의사가 그에게 권유한 것이 수석을 모으는 일이었다. 돌을 매만지고 있으면 희한하게도 몸과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래서 슬슬 수석에 취미를 붙여가던 그때, 그를 단숨에 사로잡은 것이 바로 음양석이었다.

좋은 음양석이 있다는 소식만 들으면 천리 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돈도 중요치 않았다. 80년대에 1000만원이라는 거금을 쏟아 붓기도 했다.

“자연석은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가 없어요. 마음이 부자가 되죠. 돌은 항상 그 자리를 변함없이 지키고 있으니까요. 한번 제 손에 들어오면 절대 팔지 않습니다.”

가족의 반발은 심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음양석만 보면 질색을 했다. 그래서 그는 아내와 아이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방을 따로 만들어 보관하거나 창고에 숨겨두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가족들도 많이 무뎌졌다. 그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좋은 돌을 하나 구하면 기분이 정말 좋아지고, 엔도르핀이 마구 솟으면서 젊어지는 것 같다”는 그의 꿈은 “죽을 때까지 음양석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주간동아 553호 (p98~99)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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