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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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때는 아름답게

  • 김현정 커리어디시젼 대표 hjkim@careerdecision.co.kr

    입력2006-06-28 1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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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날 때는 아름답게
    대기업으로만 네 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는 양 과장. 특수 전문직이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 어떻게 그렇게 대기업 간 잦은 이직을 할 수 있었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양 과장은 IMF 당시 회사가 합병되면서 구조조정 당했다. 시절이 어려워 재취업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원서를 낸 회사의 최종면접에서 전 직장 상사를 만났다. 전 직장 상사가 그가 낸 이력서를 보고 특별 채용했다. 회사를 다니던 중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첫 번째 회사가 양 과장을 다시 스카우트했다.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뒤 그는 다시 지인의 소개로 두 번째 직장 계열사에 입사했다.

    양 과장이 인접 회사로 이직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떠날 때 보인 태도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회사를 옮기며 단 한 번도 주변과 불협화음을 내지 않았다. 구조조정으로 쓰린 마음을 안고 떠날 때도, 스카우트되어 당당하게 회사를 떠날 때도 그는 늘 머문 자리를 아름답게 정리했다. 그동안 했던 일을 매뉴얼로 정리하고, 인수인계 역시 확실히 했다. 회사를 옮긴 뒤에도 먼저 전화를 해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저녁시간을 내 일을 마무리했다.

    상사들 중에는 양 과장이 떠난다고 했을 때 만류하면서 얼굴을 붉힌 이도 있었다. 그런 경우 양 과장이 먼저 상사를 설득했다. 회사를 옮긴 뒤에도 그는 전 직장 상사들을 간간이 찾아가거나 안부전화를 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그랬기에 지인을 통해 세 번의 이직이 가능했던 것이다.

    회사를 한 번이라도 그만둬본 사람이라면 이런 행동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안다. 회사를 나오면서 대판 싸우는 사람, 해코지를 하는 사람, 온갖 비방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실 원수지지 않고 회사를 나오면 다행이다. 그만둔 회사와 다시는 얽힐 일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업종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다시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대기업을 다니다가 유명 외국계 컨설팅 업체에 채용돼 유유히 회사를 떠난 홍모 씨. 그는 어느 날 퇴직서를 한 장 남기고 회사를 떠났다. 회사 상사들은 업무 공백은 둘째 치고라도 뒤통수를 때리는 괘씸함에 치를 떨었다. 문제는 홍 씨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고객사가 그의 전 직장이었다는 점. 컨설팅 회사에서는 이 회사를 고객사로 삼기 위해 홍 씨를 채용했던 것이다. 홍 씨의 전 직장에서는 그의 이력서를 보고, 그가 일하던 부서에 평소 근무태도를 확인해봤다. 당연히 계약은 성사될 수 없었다. 이 일로 홍 씨는 새 직장에서조차 낙인찍히고 말았다.

    요즘엔 전 직장에서 어떤 사람이었는지 은밀히 알아보는 평판조회를 하기 때문에, 홍 씨처럼 회사를 떠나면 이직한 회사에서 자칫 큰 불이익을 보게 된다. 보통 이직 사유는 현 직장 또는 상사에 대한 불만인 경우가 많다. 이직을 염두에 두고 문제를 방치하거나 그간 불편하던 관계로부터 해방된다고 ‘나 몰라라’ 식으로 떠나서는 정말 곤란하다.

    이직이 잦아질 수밖에 없는 오늘날에는 불편했던 모든 관계와 화해하고 떠나야 한다. 사실 일을 못하는 사람이 그만둔다고 하면 얼굴 붉힐 일이 없겠지만 실력 있는 사람이라면 회사에서 놔주지 않으려고 큰 소리가 오갈 수 있다. 일부 회사에서는 능력 있는 직원의 퇴사를 상사의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있다. 이를 이해한다면 퇴사한 뒤에라도 인간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떠나는 회사에 좋은 모습을 남기는 것이 새 직장에 좋은 인상을 심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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