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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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통 오케스트라 6월의 밤 수놓다

  • 류태형 월간 ‘객석’ 편집장 Mozart@gaeksuk.com

    입력2006-05-24 17: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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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정통 오케스트라 6월의 밤 수놓다
    옛 소련은 관현악 팬들에게 경이의 대상이기도 했다. 예프게니 므라빈스키는 레닌그라드 필을 이끌고 처절하게 울부짖는 시베리아의 바람을 그려냈으며, 소비에트 국립 교향악단의 예프게니 스베틀라노프는 해머로 머리를 두드리는 듯한 충격적 사운드로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그 뒤를 잇는 대표적인 지휘자가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였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BMG 레이블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녹음해 잘 알려진 페도세예프는 모든 음표를 완전 연소로 이끄는 야성의 열기 속에서도 인간적인 고뇌와 섬세함을 표현하는 데 능한 지휘자였다.

    1930년에 창단된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은 지휘계의 기인 골로바노프와 가우크, 로제스트벤스키를 거쳐 페도세예프의 수하친병(手下親兵)이 된 단체. 페도세예프는 1974년 이래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음악감독으로 이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왔다. 세월에 단련되며 더욱 농밀해진 음악성을 뽐내는 이들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5월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6월1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11년 만의 내한공연을 한다.

    이번 내한공연은 러시안 레퍼토리만으로 꾸며졌다. 차이코프스키 ‘사계’의 오케스트라 버전 가운데 4월, 6월, 10월, 12월에 이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는 2005년 쇼팽국제콩쿠르 공동 3위 입상에 빛나는 임동민이 협연한다. 앞선 곡들이 애피타이저라면 ‘메인 디시’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이다. 카라얀도 매료시켰던 이 걸작 교향곡을 페도세예프가 어떻게 요리할지 궁금해진다.

    러시아 정통 오케스트라 6월의 밤 수놓다


    음반 재킷의 두 여성은 각각 지휘자 에마뉘엘 아임과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다. 작품은 헨델의 소프라노 솔로와 기악 앙상블을 위한 칸타타 ‘델리리오’(HWV99). EMI 산하 버진에서 발매된 이 음반은 성대에 생긴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재활 훈련을 거쳐 우리 곁에 돌아온 나탈리 드세이의 컴백작이다.



    로마 추기경 벤베네토 팜필리(1653~1730)의 시를 바탕으로 12곡으로 이루어진 이 곡은 당시 로마에서 오페라가 금지됐기 때문에 칸타타로 씌어진 변칙 오페라다. 플롯은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와 흡사하다. 음반에서 드세이는 아임이 지휘한 르 콩세르 다스트레의 다이내믹한 반주 아래 한 마리의 새처럼 지저귀며 고난도의 기교를 소화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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