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童顔 신드롬 좇다 가계 주름살 생길라

레이저 통해 피부 개선하는 ‘귀족 시술’ 각광 … 개당 300만원 코스메슈티컬까지 등장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童顔 신드롬 좇다 가계 주름살 생길라

童顔 신드롬 좇다 가계 주름살 생길라

‘젊음이 경쟁력’이란 말은 절대적 진리일까. ‘미’의 개념을 끊임없이 파괴하는 여성 작가 데비 한의 ‘미인’ 시리즈.

“올해 초 의사가 ‘요즘 동안(童顔)이 유행이니 안티에이징(항노화) 시술을 받으라’고 할 때만 해도 웃어넘겼어요. 허리가 훤히 드러나는 청바지나 분홍색이 유행이라는 건 말이 되지만, 동안이 유행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사실 동안은 ‘어려 보이는 인상’을 말하는데, 유행이라고 해서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올해 50세를 넘긴 대학교수 최모 씨는 그러나 이제 ‘동안도 유행’이라는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최 씨는 또래 친구와 동료들에게 물어본 결과 ‘셀레늄’ 등 항노화제를 먹는 것은 기본이고,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이른바 ‘귀족 시술’이란 걸 통해 나날이 젊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쩐지 젊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돈을 투자한 대가였던 것이다. 최 씨는 돈이 없어 자기 나이대로 사는 사람들을 일컬어 ‘코스메틱 언더클래스’라고 부른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젊음이 경쟁력’이란 말은 시대의 진리가 된 것일까? 결국 최 씨도 ‘대세’에 굴복했다. 최 씨는 지금 대표적인 귀족 시술로 꼽히는 레이저 시술을 받고 있다. 귀족 시술은 ‘칼을 대는’ 성형수술과 달리 레이저를 통해 피부를 개선하는 것으로 잡티를 없애고 콜라겐을 형성시켜 자연스럽게 탄력 있는 피부를 되찾아주지만, 그 상태를 유지하려면 죽을 때까지 반복하는 수밖에 없어 한 번에 끝나는 성형수술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 귀족 시술이란 말은 그래서 붙여졌다. 성형수술과 달리 시술 시간이 짧고 바로 세안이나 화장 등이 가능해 ‘쁘띠 성형’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뉴욕의 고액 연봉자들이 점심시간에 시술하는 것이 열풍처럼 번져 ‘런치 성형’이라고도 한다.

방송사 동안선발대회가 열풍 진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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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이마, 큰 눈, 짧은 턱 등 어린아이의 얼굴 특성을 가진 배우 문근영.

MBC-TV 간판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아예 ‘동안클럽’이란 코너를 새로 만들었다. 연예인들이 패널로 출연해 실제 나이와 얼굴 나이를 비교하고 동안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비법을 배운다. 피부 노화에 영향을 주는 여드름, 탈모, 피부 모낭충과 털 등에 관련된 의학상식이 주요 내용이다. ‘개그맨 박명수가 M자 탈모가 진행되고 있다’거나 ‘지상렬의 피부에 모낭충이 많다’는 프로그램 내용은 뉴스가 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말 못할 고민이 쇄도해 마치 병원 사이트의 ‘Q&A’ 같다.



“사실 동안은 타고나는 것이죠. ‘동안클럽’이란 프로그램은 동안 신드롬이 워낙 거세니까 그런 관심에 편승해 만든 것이긴 해요.”

‘동안클럽’에 출연해 자문을 해주는 함익병 피부과 전문의의 ‘솔직한’ 대답이다.

동안은 말 그대로 어린아이의 얼굴이다. 아이 얼굴의 특징은 이마가 넓고 눈이 큰 대신 코와 턱이 작다는 것. 반면,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는 나이가 들면서 얼굴 아래쪽 부분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발달해, 눈은 작아진 것처럼 보이고 턱선은 뾰족해진다. 게다가 얼굴을 많이 찌푸리다 보니 미간과 이마에 주름이 생기고, 피부는 탄력을 잃어 웃거나 말할 때 자연스럽게 생겼다 사라지던 표정선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아 팔자 주름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러므로 요즘 유행하는 동안이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여러 변화를 겪지 않은 것처럼 어린아이의 얼굴 특징을 고스란히 가진 얼굴’(박수진 박사, 과학동아 4월호)을 의미한다. 김진세 정신과 전문의는 “요즘 40대 여성들의 모델은 김희애, 전인화가 아니라 대표적인 동안 연예인 문근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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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를 얇게 깎아내는 ‘필링’ 시술을 받는 여성.

동안 열풍의 발원지는 올해 설 연휴에 SBS에서 방송된 ‘전국동안선발대회’라는 ‘설’이 유력하다. SBS 인기 프로그램인 ‘진실게임’의 설특집 기획으로, 30대인데도 얼굴은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여성이 출연해 큰 화제가 됐다.

‘진실게임’에서 볼 수 있듯 동안은 ‘타고난 신체적 특징’임이 분명하지만, 유행이 되었다는 것은 그것이 곧 ‘상품’이라는 의미다. 유행이란 많은 사람이 소비해야만 성립하니까 말이다. 마찬가지로 동안 신드롬을 만든 것은 다양한 동안 상품들과 마케팅이다.

2~3년 전부터 일부 계층에서 조용히 유행하던 레이저 시술과 박피술, 안티에이징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가정의학과와 산부인과, 재활의학과, 마취과 의사들이 레이저 시술을 해주는 ‘피부 클리닉’ 원장으로 변신하면서 전에 비해 시술 비용도 많이 떨어졌다. 평범한 중산층도 ‘동안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다국적 혹은 기업형 에스테틱 프랜차이즈들이 지방 소도시에까지 지점을 내고 있고, 외국계 모발케어 프랜차이즈들도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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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웰빙’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MBC-TV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동안클럽’.

기능성 화장품을 의미하는 ‘코스메슈티컬’(화장품 Cosmetic과 의약품 Pharma-ceutical의 합성어) 제품들은 올해의 히트 상품이다. 이런 제품들은 화장품 1mg에 5만원이 넘기도 해 개당 가격이 300만원에 이르며, 백화점 매장에 진열돼 있다. ‘바르면 즉시 주름을 펴주는 효과가 있다’는 게 수입업체의 말이다. 인터넷 화장품 전문판매몰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제품 중에는 효과는 탁월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화장품 제조에 금지된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이를 아는 소비자들은 드물다.

백화점 식품매장과 할인매장에서 단일 품목으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건 항산화무기질 제품들과 비타민 약품들. 강남의 한 에스테틱 의사는 “요즘은 옆 병원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갤러리아 백화점과 경쟁한다”고 말한다.

노화방지 클리닉엔 여성보다 남성이 많아

흥미로운 것은 동안 신드롬 추종자 중에는 남성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청담동에서 노화방지클리닉을 운영하는 이기문 원장은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7대 3 정도로 오히려 남성이 많다. 그 남성들은 대부분 40, 50대 기업 오너나 경영인들”이라고 말했다. ‘동안클럽’의 함익병 전문의도 “정리해고의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인지 남성들이 젊어 보이는 데 특히 관심이 많다. 이전에 50, 60대 남성들은 검버섯이 생기면 그러려니 했지만, 요즘은 검버섯을 못 참는 남성들이 많다”고 말한다. 동안 신드롬이 사람들에게 미친 가장 큰 영향은 노화가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라 비만처럼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처럼 ‘동안’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진화심리학자들은 “겉보기에 어려 보이는 동안은 은연중 그 사람의 번식 가치가 높다는 것을 드러내기 때문에 짝짓기 측면에서 이성이 선호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남성이 여성을 선택할 때에 해당하며, 대부분 여성은 동안이나 외모보다는 자손에게 더 나은 자원을 제공하는 남성을 선호한다는 것.

그러나 이제 동안은 신체적 특징이 아니라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이 됐다. 현대인에게 동안은 그 사람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지표도 된 셈. 다른 유행에는 무심하던 남성들조차 주름살이나 검버섯, 탈모 등을 막기 위해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 이런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경제력을 가진 여성들이 늘어났다는 것도 동안 열풍에 기여했다.

그러나 남성의 동안이 언제나 유리한 것은 아니다. 수컷들의 위계 서열에서 동안은 뒤로 밀리기 때문에 생존과 사회생활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는 것. 권력을 좇는 정치인들이 ‘흰머리’를 선호하는 사실이 그 증거다.

동안 신드롬이 몰고 온 새 풍경 하나. 한때 물 좋기로 소문났던 서울 남산의 나이트클럽이 얼마 전 문을 닫고 초고가 화장품 회사가 운영하는 에스테틱 스파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한때 나이트클럽에서 ‘화장발’과 ‘조명발’을 과시하던 사람들도 세월 앞에서, 혹은 동안 유행 앞에서는 별 도리가 없었기 때문일까?



주간동아 537호 (p54~55)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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