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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문화권력’ 아이돌 스타

아이돌 그룹 성공확률 ‘10분의 1’도 안 돼

대부분 인기 못 얻고 5년 내 사라져 … 멤버 이해타산 따라 해체되는 경우도 허다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아이돌 그룹 성공확률 ‘10분의 1’도 안 돼

아이돌 그룹 성공확률 ‘10분의 1’도 안 돼

1996년 H.O.T 이래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동방신기.

“1996년부터 올해까지 데뷔한 아이돌 그룹은 최소한 백 팀은 넘을 겁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멤버 중 한 명이라도 활동하고 있는 그룹은 열 팀 남짓이지요.”

한 기획사 관계자의 말은 ‘아이돌 스타’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단적으로 알려준다. 실제로 H.O.T의 선풍적 인기 이후 젝스키스, 핑클, S.E.S, 터보, NRG, 신화, god 등 수많은 그룹이 명멸했지만 스타의 자리에 올랐던 그룹 뒤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사라진 팀이 10배 이상 많다. 이 관계자의 설명을 계속 들어보자.

그룹의 성패는 개개인 능력보다 소속 기획사 따라 좌우?

“하나의 그룹이 데뷔하기 위해 트레이닝하는 시간은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입니다. 이 기간에 들어가는 투자 금액은 2억원 내외지요. 구체적으로는 보컬과 댄스 훈련, 성형수술, 멤버들의 숙식비 등에 돈이 들어가고 본격적인 데뷔를 앞두고서는 녹음실 사용료와 작곡료, 세션 비용 등이 포함됩니다. 앨범 재킷과 뮤직비디오 촬영도 빼놓을 수 없고요. 과거에는 3억원 이상 쓰는 경우도 많았지만 요즘은 리스크가 너무 커서 이 같은 거액 투자는 꺼리는 양상이에요.”

이렇게 좁은 문을 통과하고 데뷔해 인기를 얻어도 경쟁은 끝나지 않는다. 한번 얻은 인기를 지속시키는 것 역시 그 못지않게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한때 H.O.T의 라이벌로 일컬어졌던 젝스키스는 4집을 마지막으로 해체된 뒤 은지원 한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 다섯 멤버들은 TV에서 사라졌다. 그들이 현재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방송가에서는 알지도 못하거니와 관심조차 없다. 한때의 아이돌 스타들 중에는 군대에 가거나 CF 모델이 된 경우, 또 지방 방송사의 리포터나 미용사가 된 사례도 있다. 아무튼 10대의 대부분을 방송국이나 기획사 언저리에서 보낸 그들이 남들처럼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하는 삶의 궤도를 밟기란 상당히 어렵다.



그렇다면 왜 아이돌 그룹의 수명은 이처럼 짧은가? 가장 큰 이유는 ‘계약’ 때문이다. 아이돌 그룹은 말 그대로 기획사에서 만든 컨셉트에 의해 조직된 그룹이다. 기획사는 데뷔가 확정된 신인 그룹의 멤버 각각과 전속계약을 체결하는데, 계약 기간은 보통 5년이다. 5년간의 계약 기간이 끝난 후, 멤버들이 각각의 이해타산에 따라 갈라지면서 그룹은 해체 수순을 밟는다. ‘아이돌 그룹 정년은 5년’이라는 방송가의 속설도 이 때문이다.

“한 팀이라고 해도 그 안에서의 인기나 지명도는 다를 수밖에 없는데, 보통 지명도가 높은 보컬이 기획사를 옮기고 솔로로 데뷔하면서 팀이 와해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이렇게 해체된 그룹 멤버들이 과거 그룹 시절의 인기를 유지한 경우는 전무합니다. ‘핑클’의 이효리 같은 경우는 가수가 아니라 MC 등의 활동을 통해 역량을 인정받은 경우예요. 그래서 요즘은 명목상이라도 그룹이라는 이름을 유지하려고들 하는 것 같아요.”

KBS 정일서 PD의 설명이다.

아이돌 그룹 성공확률 ‘10분의 1’도 안 돼

S.E.S, god.



아이돌 그룹 성공확률 ‘10분의 1’도 안 돼

젝스키스, 핑클.

멤버들의 의견과 무관하게 기획사가 그룹을 해체시키는 경우도 있다. 특히 몇몇 거대 기획사들은 한 그룹의 생사 여탈권은 물론이고, 방송국과 언론사에도 영향력을 미칠 만큼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한다. 2세대 아이돌 그룹이라고 할 만한 ‘동방신기’ ‘SS501’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부터 기획사의 힘은 더 커졌다. 이들은 아예 데뷔하기 전부터 케이블 TV에 자신들의 데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을 편성했을 정도다. 또 공중파 역시 거대 기획사가 자사 소속 톱스타의 출연을 빌미로 신인 가수를 끼워넣으면 그걸 거부하는 경우는 드물다.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M.net)의 조용현 PD는 “요즘에는 한 가수나 그룹의 성패가 개개인의 능력보다는 어떤 기획사에 소속되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한 음악방송이 주관한 연말 가요 시상식에는 수상자들을 제치고 동방신기, 천상지희, 슈퍼주니어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대거 출연해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돌 그룹들이 득세해서 노래 잘하는 가수들의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일부의 비난은 지나친 구석이 있다. 10대 위주인 아이돌 스타들의 영역과 성인층 중심인 ‘실력파 가수’들의 영역은 다르기 때문이다. “시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한쪽 시장이 커진다고 다른 쪽 시장이 위축되진 않습니다. 아이돌 그룹이 가요계 물을 흐린다는 식의 해석은 과장된 측면이 있지요. 아이돌 그룹 역시 가요계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조 PD의 지적이다. ‘오디션 대작전’ 등 아이돌 스타 재목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을 연출한 경험이 있는 조 PD는 “아이돌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새로운 아이돌 스타들은 계속 쏟아져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다면 10대들이 아이돌 스타를 쫓아다니는 일은 어떤가? 그것이 과연 비난받을 만한 일인가? 연세대 황상민 교수(심리학)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청소년에게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 같은 수단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아이돌 스타에 대한 열광으로 자신을 표현합니다. 또 청소년들은 이상화된 자신의 모습을 바깥에서 찾으려는 심리를 가지고 있는데 어떤 청소년들은 위인전에서, 또 어떤 청소년들은 TV의 아이돌 스타에서 그 이상향을 찾습니다.”

10대들의 팬 활동 막기보단 하나의 문화로 인정해야

‘이프’의 전 편집장 권혁란 씨는 2년쯤 전에 아주 인상적인 경험을 했다. 10대인 딸아이를 따라 한 아이돌 그룹의 야외공연에 갔는데 그날 폭우가 쏟아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폭우 속에서 등장한 그룹은 거센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공연을 했다. “비를 가릴 아무 장치도 없는 야외무대에서 미끄러지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공연하는 그룹, 그리고 그들에게 몰두해 있는 딸아이와 그 또래의 팬들을 보면서 진한 감동을 받았다. 딸과 그 또래들은 그렇게 뜨겁게 자신들의 10대를 통과하고 있었다”라고 권 씨는 술회했다.

KBS FM의 프로그램 ‘데니의 키스 더 라디오’를 맡고 있는 이정윤 PD 역시 아이돌 가수의 팬클럽을 10대 문화의 한 부분으로 인정해주는 관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키스 더 라디오’는 오픈 스튜디오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데니 씨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을 바깥에서 볼 수 있어요. 그래서 10대 팬들이 바깥에 몰려 있곤 하는데, 시험 때가 되면 이 학생들이 싹 사라져요. 팬 생활도 자기 공부 다 챙기면서 즐기는 거죠. 그런 만큼 어른들이 지나치게 금지하거나 비난하지 않았으면 싶어요.”

이 PD는 이름난 아이돌 스타들 중에는 ‘예상외로’ 예의 바르고 반듯한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프로그램에 따라 자유롭게 변신할 수 있는 배우와는 달리 일관된 ‘왕자님’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는 아이돌 가수들은 일상생활에서 제약을 많이 받지요. 그래서 가까이서 보면 좀 외로워 보인다는 느낌을 받기도 해요.”



주간동아 537호 (p40~41)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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