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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美 투쟁 전국화 목표 평택을 핵심 고리 삼았다

홈페이지 통해 본 ‘평택 범대위’의 치밀한 전략 “강력한 투쟁, 토지수용 거부, 여론 장악하면 승리”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反美 투쟁 전국화 목표 평택을 핵심 고리 삼았다

反美 투쟁 전국화 목표 평택을 핵심 고리 삼았다

평택 사태의 장기화는 ‘평택 범대위’의 치밀한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5월14일 평택 대추리에서 열린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집회가 불상사 없이 끝맺은 것을 변곡점으로, 평택 사태는 일시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가 6월4일 대추리에서 다시 집회를 열기로 한 데다 범대위 측과 평택 주민, 정부의 입장이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며 평행선을 긋고 있어서다.

평택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세인의 관심을 불러모으는 대상은 단연 범대위. 2005년 3월5일 공식 출범한 범대위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문정현 신부, 전국연합 오종렬 상임의장, 통일연대 한상렬 상임대표, 민주노동당 경기지사 후보 김용한 씨, 대추리 이장 김지태 씨 등 8명의 공동대표를 두고 있다. 참여단체는 통일연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전국민중연대, 민주노동당,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민교협), 전국빈민연합, 반미여성회, 민주주의민족통일 전국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150여 개.

범대위 조직의 성격은 2004년 개설된 자체 홈페이지(www.antigizi.or.kr)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범대위의 주장을 소개하고 선전홍보 활동을 펼치는 이 사이트에서 범대위는 스스로를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중심 투쟁과제로 하여 공동투쟁을 전개하는 사안별, 한시적, 협의적 연대투쟁기구’로 정의했다. 아울러 그 임무를 △평택 지역에 대한 강제 토지수용 저지 △굴욕적인 평택 미군기지 확장 비용부담 반대 △한반도 평화 위협하는 주한미군 재배치 반대 등 세 가지로 소개했다.

8명 공동대표, 150여 개 단체 참여

범대위는 또 ‘결성선언문’에서 ‘미국이 용산 및 미2사단 등을 평택으로 옮기려는 것은 핵문제 등으로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과 중국에 대한 포위를 쉽게 하려는 목적’ 때문이며, 그 결과 ‘평택은 미국 침략전쟁의 상시적인 전초기지 또는 병참기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덧붙여, ‘평택 주민의 삶을 뒤흔들고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며 군사적 대미 종속을 영구화하게 될 주한미군 재배치를 용납할 수 없다’며,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를 저지해 한반도 평화를 지켜내고 주한미군의 영구주둔 기도를 파탄 내 군사적 주권을 쟁취해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범대위 상황실은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마을회관 2층에 자리하고 있다. 범대위는 군병력의 강제집행이 임박했던 5월3일, 대추분교로 집결하고 청와대와 국방부, 국무총리실에 군대 투입과 강제집행을 규탄하는 사이버 시위를 하며, 포털사이트에서 평택 현지 상황을 알리고 댓글을 다는 ‘인터넷 실천’을 하라는 일명 ‘평택 범대위 총집결 긴급지침 1호’를 ‘평택 지킴이’들에게 내린 바 있다.

“범대위는 미군 철수 요구하지 않아”

범대위가 온-오프라인을 통해 모집 중인 평택 지킴이는 미군기지 확장저지를 위한 모임을 지역별로 조직한 뒤 해당 지역에서 촛불시위 등을 벌이는 한편, 1000원 이상의 후원금을 내도록 돼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평택 소식을 알리는 것도 주요 임무다. 1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범대위 측은 정확한 평택 지킴이 인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범대위는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에서 올해 농사를 짓겠다는 명분으로 영농자금 모금운동도 벌인다. 문정현 신부의 농협 계좌로 입금된 모금액은 5월11일 현재 7300여 만원. 범대위는 홈페이지에 평택 주민 및 관련 단체들이 중심이 된 ‘미군기지 확장반대 평택대책위·팽성대책위’ 코너도 마련해, 두 대책위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反美 투쟁 전국화 목표 평택을 핵심 고리 삼았다

범대위의 교양자료(왼쪽)와 홈페이지.

범대위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뭘까. 범대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투쟁의 초점이 ‘반미(反美)’에 맞춰져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유영재 범대위 정책위원장은 “범대위의 지향점은 주한미군 철수가 아니냐”는 ‘주간동아’의 물음에 “범대위에 속한 일부 단체가 미군철수를 바라는 건 사실이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단체들이 미군철수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범대위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를 위해 구성된 한시적 조직인 만큼 미군철수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범대위가 반미투쟁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보긴 힘들다. 이를 방증하는 것이 범대위가 2005년 5월 작성한 ‘평택 미군기지확장 저지투쟁, 이렇게 하면 승리할 수 있다!’라는 제목의 교양자료다. A4용지 28쪽 분량의 이 문건은 ‘미국 군사패권 전략의 변화’ ‘주한미군의 아시아·태평양 신속기동군화’ ‘실행단계에 들어서고 있는 주한미군 아·태기동군화’ ‘평택 미군기지 확장의 문제점’ ‘평택 투쟁 승리의 길’ ‘미군기지 관련 투쟁 사례’ 등 6개 주제를 다뤘다.

이 중 5번째인 ‘평택 투쟁 승리의 길’에서 범대위는 ‘정부는 용산 및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 개정협정 통과와 평택특별법 제정 이후, 총리실 산하 주한미군대책기획단과 국방부가 중심이 되고 청와대, 국가정보원, 경기도, 평택시, 평택경찰서, 토지공사, 주택공사, 감정원 등 관련기관이 총동원되어 평택 미군기지 확장사업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미군기지 확장에 관한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팽성대책위에 대해 ‘주민들은 생존권적 요구를 중심으로 미군기지 확장저지 투쟁에 결합하고 있다. 협의매수를 앞두고 정부의 협박과 분열공작이 기승을 부려 이에 주민들은 투쟁하는 속에서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일부 주민은 동요하고 있는 상태다. 주민들은 범대위에 큰 기대를 하고 있고 범대위와의 결합력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평택대책위에 대해서는 ‘평택 시민의 여론은 기지확장 반대가 약간 우세한 속에, 정부에 대한 비판적 태도가 큰 상태다. 이는 우리(범대위)의 활동 여하에 따라 평택 시민을 투쟁의 동력으로 삼을 가능성이 충분함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범대위 스스로에 대한 진단이다. 범대위는 ‘(2005년) 2월22일 (범대위) 결성대표자회의와 3월5일의 출범식 및 1차 범국민대회를 거쳐 범대위가 가동되고 있고, 많은 단체들이 당면한 핵심적 반미투쟁의 고리로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투쟁을 상정하고 있으며, 주요 간부들이 투쟁에 대한 결합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로 미뤄볼 때 범대위에 속한 다수의 단체들이 범대위 결성 초기부터 평택 투쟁을 향후 이어질 반미투쟁과의 핵심 연결고리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범대위는 결성선언문에서 ‘평택 투쟁을 광주 패트리엇 미사일 반대투쟁, 군산 스텔스 전폭기 반대투쟁, 한미연합 군사훈련 반대투쟁 등과도 적극 연대해 투쟁을 확산해나갈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범대위는 교양자료에서 평택 투쟁의 의의를 ‘평택 주민의 생존권을 수호하는 투쟁’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를 수호하는 투쟁’ ‘주한미군 아·태기동군화에 파열구를 내는 투쟁’ ‘대미 자주성 확보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투쟁’으로 기술했다. 아울러 ‘주한미군의 평택 재배치는 주한미군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마련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저지한다면 주한미군의 영구주둔 기반 마련도 좌절시킨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중·장기적 이익의 관철을 저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제까지의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한-미 관계에도 중대한 변화를 불러올 것을 의미한다. 즉,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투쟁은 단순히 기지확장을 막아내는 투쟁의 의미를 넘어 한-미 관계의 일방성을 극복하는 계기를 만드는 투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는 범대위가 장기적 관점에서 ‘반미’를 염두에 두고 평택 투쟁을 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범대위는 교양자료에서 ‘평택 투쟁의 기조와 방향’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놓고 있다. ‘(투쟁) 주체의 측면에서 피해의 직접 당사자인 평택 주민이 투쟁의 중심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범대위가 광범위하고 튼튼하게 꾸려져 활력 있게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아울러 주민대책위와 범대위가 긴밀히 결합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내용의 측면에서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 주한미군 아·태기동군화의 일환으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기지확장 저지투쟁이 주한미군 역할확대 저지투쟁과 긴밀히 결합되도록 해야 한다. 방법의 측면에서 대중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의 투쟁을 기본으로 하면서 여기에 정세와 대중의 요구에 기반한 선도적 투쟁을 결합해 대중적이면서도 위력적인 투쟁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범대위는 평택 투쟁의 승리를 위한 조건을 무엇으로 보고 있을까. 범대위는 ‘평택 투쟁, 이렇게 하면 승리할 수 있다!’에서 승리의 조건과 가능성을 언급한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투쟁은 세 가지 조건이 갖춰지면 승리할 수 있다. 첫째 압도적 다수의 주민이 끝까지 토지수용을 거부할 때, 둘째 범대위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투쟁대오가 강력하고 효과적인 투쟁을 적극 전개할 때, 셋째 평택 시민을 비롯한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할 때 평택 투쟁은 승리할 수 있다.’

범대위는 이 같은 조건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는지 자문한 뒤,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이념화할수록 진정성에 의심

‘일부 주민들이 정부의 협박과 분열공작에 동요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압도적 다수의 주민이 9개월째 촛불행사를 진행하면서 토지수용 관련 우편물 수취조차 거부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토지수용 절차에 따르는 주민들도 자신들이 살던 땅에서 그대로 살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들도 투쟁이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투쟁에 동참할 것이다.’

범대위가 결론지은 ‘승리의 방도’는 이렇다. ‘주민대책위와 범대위 지도부가 투쟁의 중심에 확고히 서서 헌신적인 투쟁을 전개하고, 주민에 대한 교양사업을 강화해 주민에 대한 정부의 분열 와해공작을 파탄 내야 한다. 단체와 개인들은 주민의 촛불행사 참가, 기지 순례, 농활 참가, 자매결연 등을 통해 평택의 상황을 몸소 느끼고 주민과의 생활적 결합력을 강화해야 한다. … 여론을 장악해야 한다. 평택 지킴이 사업 등 대중사업을 통해 평택 미군기지 확장의 문제점과 위험성을 평택과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야 한다. 대언론사업도 적극화하고 인터넷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범대위 교양자료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은 범대위가 치밀한 전략을 세워놓은 뒤 그에 맞춰 지난 1년간 철저히 ‘투쟁’에 임했다는 점이다.

이 자료의 이론적 바탕을 제시한 사람은 누구일까. 취재 결과 그는 민주노동당 경기지사 후보인 김용한 범대위 상임공동대표로 확인됐다. 김 대표는 “교양자료는 내가 제공한 콘텐츠를 범대위 차원에서 편집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료에서 예견한 대로 평택 투쟁이 ‘압도적 다수의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평택 미군기지 확장 문제는 한반도 평화와 직결돼 있는 만큼 모든 국민이 이해당사자이며, 범대위 역시 일각에서 폄훼하여 말하는 ‘외부단체’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미 관계에 정통하다는 평을 받는 김 대표는 매향리 미 공군 국제폭격장 폐쇄 범국민대책위원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또한 2005년 2월 민주노동당이 정기당대회에서 주한미군과 관련한 기존 강령인 ‘감군 및 후방 재배치’를 ‘단계적 철수’로 개정할 당시 강령 개정을 제안한 당사자다. 그는 “당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효력을 향후 10년으로 제한하자는 안을 내놓았는데, 관철되지 못한 채 ‘단계적 철수’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범대위에 투쟁의 이론적·정책적 기반과 동력을 제공한 주도세력은 민주노동당”이라며 “범대위 투쟁은 미군기지 문제에 관한 ‘합리적 기준’을 낳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평택 투쟁이 이념화할수록 범대위의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범대위의 ‘평택 승리 시나리오’는 어떻게 귀결될까.



주간동아 537호 (p22~24)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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