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4

2006.05.09

타고난 정보맨 … 안살림 중책 맡다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입력2006-05-04 13: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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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고난 정보맨 … 안살림 중책 맡다
    4월25일 임명장을 받은 안광복(50) 국가정보원 신임 기조실장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정원은 타 부처에 비해 퇴사율이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5급 직원부터 타이트한 ‘계급정년’을 적용한다. 낮은 퇴사율에서 기인하는 인사 적체를 계급정년제로 ‘간신히’ 해결해가는 것이 남들은 모르는 국정원의 고충이다.

    이런 국정원에서 초스피드 진급이란 상상하기 힘든데, 안 실장은 이 벽을 가볍게 넘었다. 국정원 정규 공채인 7급 직원으로 입사했더라면 처장(3급)이 됐을 나이에 그는 차관급 자리에 올랐다. 그는 어떻게 해서 이토록 빠른 진급을 거듭한 것일까.

    첫째 이유는 그가 행정고시(25회) 합격자라는 점이다. 연세대 행정학과 76학번인 안 신임실장은 군 복무 뒤 복학해 4학년 때 행시에 합격했다. 국무총리실에서 3년을 보내고 고시 출신이 정보기관으로 가는 일이 드물던 시절, 국정원으로 옮겼으니 진급이 빠를 수밖에 없다.

    둘째 이유는 실력과 성실성이다. 1983년 그는 행정학과 사상 최초로 연세대 전체 수석졸업의 영예를 차지했다. 그런 그의 별명은 ‘에너자이저’. 국정원의 처장급 이상은 보고서에 짓눌려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것을 읽어야 하고 동시에 많은 사람도 만나야 하는데, 이를 무리 없이 소화해낸 데서 얻은 별명이다.

    국정원에서는 주로 기조실에서 기획 업무에 종사했다. 타고난 능력과 체력 덕분에 그는 신건, 임동원 원장의 비서관도 지냈다. 두 전직 원장이 지난해 도청 혐의로 법정에 섰을 때 그가 증인으로 나가 “국내 정보는 원장에게 보고한 바 없다”고 증언해 두 사람이 보석으로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1급 시절에는 모 지역 지부장을 거쳐 경제 분야 실장을 지냈다. 기조실장은 기획과 예산이라는 안살림을 책임지는 자리인데, 그의 이력은 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요건을 갖춘 셈이다. 이 때문에 젊은 나이에 기조실장에 임명됐음에도 국정원 안팎에서는 대체적으로 “될 사람이 됐다”는 평가다.

    동국대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은 안 실장은 협상학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명한 사람은 대체로 줄 것과 받을 것을 빨리 결정하는 특징이 있는데, 이것과 상통하는 것이 협상술이다. 안 실장은 협상학과 협상술에 관한 책은 닥치는 대로 읽는다고 한다. 그런 안 실장이 국정원법 개정 문제로 변혁의 기로에 서 있는 국정원의 안살림도 깔끔히 해나갈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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