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3

2006.05.02

홈 스쿨링 자칫하면 ‘흠 스쿨링’

일반인들의 편견 어린 시선에다 친구 사귀기도 어려워 … 교재 없고 경제적으로도 부담 커

  • 현병호 대안교육 격월간지 ‘민들레’ 발행인 mindle98@empal.com

    입력2006-04-26 15: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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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 스쿨링 자칫하면 ‘흠 스쿨링’

    2004년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주최하는 만화공모전에서 2등에 당선된 홈스쿨러 박솔잎 양의 만화 작품.

    매스컴을 통해 홈스쿨링으로 대학에 조기 입학했거나 예체능에 특별히 재능을 발휘한 사례가 부각되면서 홈스쿨링이 영재교육의 한 방편으로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은 보통 아이들이다. 보통 아이지만 조금 더 예민해서 학교의 억압적 환경을 견디지 못하거나 부모가 학교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이 뚜렷해 일찌감치 학교에서 빼내오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현행법상 아이를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는 것은 위법이다. 초중등교육법은 의무교육을 ‘의무취학’으로 규정한다. 이를 위반했을 경우 1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그런 사례는 아직 없고 앞으로도 없을 가능성이 크다). 과태료는 사법처분이 아닌 행정처분이라서 큰 구속력을 갖진 않지만, 이런 법규 때문에 홈스쿨링을 망설이는 부모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의무교육제도가 우리보다 더 철저한 선진국들이 홈스쿨링을 법적으로도 인정하는 추세인 만큼, 의무교육을 의무취학으로 규정한 현행법은 개정될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 교육법상 초중등 아이들이 해외유학을 가는 것도 위법이지만 묵인되고 있다. 해외유학을 가는 것은 눈감아주면서 이 땅을 떠나지 않고 어떻게든 길을 찾아보려는 홈스쿨러들을 범법자로 모는 것은 형평에도 어긋난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정이 학교보다 더 닫힌 공간 될 수도

    우리 사회에서 홈스쿨링 가정이 넘어야 할 산은 법적인 문제 말고도 많다. 학교 다닐 나이에 집에 있는 아이를 문제아처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편견 때문에 홈스쿨러들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교육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 현재로서는 홈스쿨링을 위한 교재가 따로 나와 있지 않을 뿐더러 참고할 만한 사례나 도움 받을 곳도 별로 없는 실정이다.



    흔히 홈스쿨링의 문제점으로 ‘사회성 결핍’을 든다. 학교가 거의 모든 아이들을 붙들어두고 있고 방과 후에도 다들 학원 가기 바빠, 홈스쿨링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홈스쿨링을 한다는 것은 부모가 자녀의 성장 과정에 더 큰 책임을 진다는 것을 뜻한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홈스쿨링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부모 중 한 사람이 아이의 학습에 시간과 정성을 쏟을 수 있을 만큼 경제력이나 지적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때문에 홈스쿨링은 가난한 가정에서는 선택하기 어려운 대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도시에서 살든 농촌에서 살든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은 커다란 모험이다. 아이와 더불어 부모 또한 배우고 성장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홈스쿨링이다. 간혹 홈스쿨링을 하는 가정에서도 여전히 학교교육의 관성에 물들어 부모와 아이가 모두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가 없지 않다.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에서 벗어나자마자 부모라는 더 밀착된 감시자가 곁에 있음을 깨닫고 숨 막혀하는 아이들도 있다. 가정 또한 학교처럼 권위적이고 닫힌 세계가 될 수 있다. 부모가 자신의 욕망을 아이에게 투영해서 자기 뜻대로 아이를 키우고자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럴 경우 학교보다 더 많은 억압과 통제가 가해지게 마련이다.

    홈스쿨링 자체가 곧 바람직한 교육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자유와 자율을 홈스쿨링의 기본정신으로 삼을 수도 있고, 경쟁과 성공을 기본목표로 삼을 수도 있다. 가부장적인 문화가 뿌리 깊은 우리 사회에서는 경우에 따라 가정이 학교보다 더 권위적이고 닫힌 공간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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