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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치인과 ‘시네마 폴리티카’

  •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

정치인과 ‘시네마 폴리티카’

정치인과 ‘시네마 폴리티카’
‘강효리’라 불릴 정도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드디어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몇 달간 읍소를 거듭했던 우리당의 구애를 도도한 자세로 받아들이면서 입당식에서도 당과 여권 전체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음으로써 ‘과연 강금실’임을 상기시켜 주었다. 출마선언문에서는 경멸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정치권에 통렬한 반성을 촉구하면서 시민들에게 꿈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보랏빛 정치’를 약속하고 있다.

정치인 강금실이 여당의 기대대로 탄탄대로를 달리게 될지, 아니면 야당의 바람처럼 거품이 꺼지면서 추락하게 될지 지금 단계에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강 전 장관의 하늘을 찌르는 인기가, 명백한 ‘시네마 폴리티카(극장정치)’의 시대로 우리 사회가 진입했음을 웅변한다는 점이다.

흔히 이미지 정치라 불리는 이 현상은 기실 대중사회와 대중문화의 전면화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관철되고 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 안에서 파편화된 대중은 TV나 신문, 온라인 언론 같은 대중매체들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와 만난다. 대중사회에 사는 사람들에게 세계는 곧 매스미디어가 보도하고 구성한 세계인 것이다. 따라서 대중매체에 의해 보도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정 공인(公人)에 대해 보통 사람들이 갖는 이해의 폭은 결국 대중매체에 의해 형성된 이미지의 총합이다. 현대 민주주의가 여론정치와 동일시되는 상황이 이런 경향을 가속화한다. 지구상의 어느 정치권력이든 대중매체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 권력을 안정적으로 재생산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영화나 연극에서 중요한 것은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의 연기력이다. 작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대장치와 상황 설정이 박진감이 있어야 하며, 관객의 호응을 이끌 수 있는 참신함과 매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영화나 연극을 즐기면서도 우리는 이런 무대예술과 긴박한 현실 정치는 서로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지 정치의 시대, 시네마 폴리티카의 도래는 이런 통념이 착각임을 입증한다.



강금실 ‘시네마 폴리티카 공식’ 이행 중

시네마 폴리티카는 우리가 연예인들의 이미지에 환호하고 명품 브랜드에 집착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정치인을 소비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노회한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른 강금실의 청신한 이미지는, 장관직을 떠날 때 “너무 즐거워서 죄송하다”는 파격적 언사와 맞물리면서 극대화됐다. 최고 학벌과 화려한 이력에도 권력과 돈이라는 세상적 가치로부터 자유로워 보이는 그의 언행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연애를 꿈꾼다는 ‘춤꾼 강금실’에 관한 전언(傳言)과 감각적인 의상, 탈권위주의적인 태도는 ‘자유인 강금실’의 이미지를 깊이 각인시켰다.

이전투구에 여념 없는 제도 정치판에 식상해 있는 시민들이 참신한 정치신인 강금실에게 주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출마의 변에서 넘쳐나는 본인의 진정성과 상관없이 정치인 강금실은 결국 시네마 폴리티카의 공식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보랏빛으로 치장하고 서민의 발인 지하철역에서 내린 뒤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정동극장 무대 위에서 일인극 배우처럼 출마 선언을 하는 극적인 연출이 이를 너무도 생생하게 입증한다.

시네마 폴리티카의 시대는 상품을 사듯 정치인을 선택하라고 우리를 유혹한다. 품질에 비해 턱없이 비싼 명품 브랜드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사실 제품 자체보다 명품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사는 셈이다. 대중매체의 주목 속에 혜성처럼 등장한 보랏빛 정치인 강금실은 과연 새롭다. 그러나 이 색다른 정치신인이 정치 명품인지 아닌지는 오직 시간만이 입증해줄 수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531호 (p108~108)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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