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6일 전주 시내에 다량으로 뿌려진 전단지 내용의 일부다. 전단지가 뿌려지면서 3일 저녁 이후 모습을 감춘 강현욱 전북도지사가 ‘납치됐다’느니, ‘행방불명됐다’느니 하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시내를 뒤덮었다.
그 직후 강 지사가 이형규 행정부지사와의 전화를 통해 “무사히 있다”는 사실과 “일주일간의 연가가 끝나는 월요일(10일)에 정상적으로 출근하겠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소문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번 해프닝의 발단을 제공한 사람은 강 지사 본인이다. 강 지사는 잠적하던 당일인 3일 하루 내내 이랬다저랬다 했다. 당초 강 지사는 이날 오전 10시에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가지려고 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도지사 사무실에서 출마를 원하는 골수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야 했다. 지지자들은 강 지사에게 열린우리당 탈당계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지만 강 지사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5시쯤 강 지사는 탈당 후 출마하겠다는 뜻을 지지자들에게 밝힌 후에야 가까스로 건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강 지사는 다시 불출마 선언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이승우 정무부지사에게 건넨 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지지자들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떠난 것으로 보이지만, 강 지사의 무책임한 행동은 ‘검찰 외압설’ 등 미확인 소문을 확산시키며 일주일 내내 정치권 안팎에 적지 않은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일각에서는 강 지사가 이미 오래전부터 도지사 출마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2년 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 선거인단 명부를 바꿔치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 지사의 측근인 이모 씨가 2월 항소심에서 원심대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것이 사실상 강 지사의 출마를 좌절시켰다는 것. 그런데도 강 지사가 불출마 선언을 끝까지 고사한 것은 뭔가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