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덜트 비디오’(Adult Video)의 약자를 따서 일본식 영어로 수용한 AV. 이 단어는 1990년대 후반 한국에도 상륙해 성인용 비디오, 즉 에로 비디오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AV란 포르노 비디오를 말한다. 일본은 미국, 유럽과 함께 세계 3대 포르노 생산국 중 하나다. 따라서 일본의 AV 산업은 청계천 뒷골목을 연상시키는 한국의 포르노와는 전적으로 다르다. 할리우드가 ‘꿈의 공장’이라면 일본 AV는 ‘포르노 공장’이다. 남녀 배우가 실제로 정사를 벌이는 촬영 현장에서 AV 여배우와 감독 등을 만나 그 은밀한 세계를 들여다봤다.
현재 일본에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정상급 AV 배우 오이카와 나오(21). 그녀가 새로운 작품을 찍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도쿄 시내에 있는 촬영장으로 향했다. 촬영장은 70여평쯤 되는 맨션을 전용 세트장으로 개조한 곳이었다. 세트장은 고등학교 교실, 침실과 욕실, 사무실 분위기 등으로 꾸며져 있었다. 러브호텔을 전전하고 온갖 눈치를 보며 에로 비디오를 찍는 한국과는 무척 대조적이었다.
연간 여성 6천명 가량 AV 데뷔
이날 그가 출연한 작품의 제목은 ‘오이카와 나오가 내 침대였으면’이었다. 교무실로 꾸며진 사무실에서 오이카와 나오는 국어책을 읽으며 자위행위 연기에 몰입했다. 한 손은 흰색 상의 밖으로 가슴을 드러내 애무했고, 또 다른 손은 은밀한 곳을 더듬다 이내 빨려 들어갔다. 이어 일본 여성 특유의 신음 소리가 촬영장을 가득 채웠다.
자위행위 장면 촬영이 끝나고 목욕 가운을 걸친 그녀와 인사를 나눴다. 가장 궁금한 것은 “왜 AV 배우가 됐는가”였다. 하지만 오이카와 나오는 서슴없이 “좋아서”라고 답했다. 질문은 “얼마나 버는가”로 이어졌고,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하루 출연료가 200만엔 정도라고 대답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인기 AV 배우의 경우 한 달에 20편 정도의 작품에 출연한다는 사실이었다.
옆자리에 함께 앉아 있던 감독 다메이케 고로씨(40)는 “사람들은 여성의 인격을 구실로 들어 포르노를 공격한다. 하지만 AV 여배우들은 대부분 진짜 좋아서 이 일을 한다. 연기중에 오르가슴을 느끼는 배우들도 80%가 넘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AV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데 반대했다. “AV는 그저 욕망을 해소할 수 있게 만들고 그것을 소비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일본 AV 업계에선 연간 약 6000명의 여성이 AV 배우로 데뷔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은 18세 소녀부터 20대 대학생, 회사원, 30~40대 유부녀에 이르기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AV 출연 사실이 주변 사람들에게 발각되는 확률이 0.1%에 불과하다는 것.
AV 배우 지망생이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이이지마 아이의 등장을 꼽는다. 90년대 일본 최고의 스타로 등극한 그녀는 AV 출신으로 방송계에서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 그의 자서전 ‘플라토닉 섹스’는 일본에서 100만부가 넘게 팔렸고 한국에서도 출간됐다. 일본 여성들은 이이지마 아이의 성공을 보면서 성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되었다.
풍부한 인적 자원은 일본 AV 업계를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비디오협회 자료를 보면 96년 비디오시장 규모는 2570억엔. 이중 AV는 수입 외화를 제외하고 애니메이션, 방화와 함께 시장을 삼등분하고 있다. 97년 한 해 동안 일본에서 제작된 AV가 총 5000편에 판매량은 1300만개라니 그 위세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때문에 일본의 웬만한 AV 업체들은 규모가 크다. 또한 수익성이 확실하다 보니 AV와 무관한 일반 기업들의 진출도 줄을 잇고 있다. 이는 이이지마 아이의 성공처럼 AV 업계와 기존 산업의 벽을 허무는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 일본 출판사 순위 20위 정도라는 타이요도서(大洋圖書). 이곳은 20년 전만 해도 부채투성이의 작은 회사였다고 한다. 그러나 AV와 성인전문 잡지 등에 뛰어들어 현재는 직원만 해도 400여명이나 되는 대형 기업으로 성장했다. 타이요도서의 자회사 중 하나인 아쿠아하우스에서만 1년에 550권 가량의 성인서적을 출판한다고 한다. ‘크림’ ‘이브’ ‘투고 킹’ ‘SMDX’ 등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성인잡지도 10여종이 넘는다.
지난 4월7일 긴자의 한 서점에선 10대 아이들(Idole) 스타로 떠오른 탤런트 우에노 미쿠의 사인회가 있었다. 체육복과 수영복 차림으로 찍은 사진집 출판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의 사진집을 출판한 아쿠아하우스의 한 관계자는 “대중의 인기를 얻는 여성의 이미지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올해는 평범하지만 통통하고 귀여운 외모가 유행”이라고 말했다.
일본 AV는 여배우의 인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연예계의 이런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마케팅에서 결정적인 전략으로 작용한다. 또한 이렇게 맺은 10대 아이들 스타와의 인연은 훗날 누드집 출판이나 AV 진출 때를 대비한 보험용 성격도 있다.
동경 시내에 있는 평범한 상가빌딩 6층에 위치한 성인전문 비디오 판매점. 하지만 70평 남짓한 이 매장엔 비디오와 DVD가 빈틈없이 들어차 있었다. 점장을 맡고 있는 나카타 히데야키씨(30)의 말에 따르면 VHS 비디오로 제작된 AV만 1000편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주 고객을 묻자 그는 “30대 전후반이 가장 많고, 여성의 경우 이케부쿠로 등에 전용 숍이 있기 때문에 그곳을 주로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선 하루 평균 150개에서 200개의 타이틀이 판매된다고 했다. AV 한 편의 가격은 2980엔에서 2만엔. 가격 차이가 심한 이유에 대해 그는 프로덕션의 규모 차이라고 말했다.
비디오 판매점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단연 SM과 본디지(Bondage) 장르였다. 한국에선 쉽게 말해서 변태로 치부되는 성행위다. 하지만 이 장르는 일본 포르노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동경 SM클럽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여왕의 플레이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AV 촬영은 아니었고 SM 잡지에 게재될 화보 촬영 현장이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사진을 얻기 위해 모든 행위는 실제로 전개된다고 했다. 이날 화보 촬영의 특징은 상대 남성이 SM에 전혀 경험이 없는 일반인이었다는 점이다.
검은색 옷을 관능적으로 차려입은 여왕. 그녀의 촬영 준비는 흡사 수술을 준비하는 의사와 같았다. 가학적인 성행위를 펼치기 위해 여왕이 챙겨온 도구는 자위 기구에서부터 관장 기구까지 실로 다양했다. 촬영이 시작되자 여왕은 남성을 익숙한 손놀림으로 능욕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남성의 히프를 적당한 강도로 때렸다. 곧이어 남성의 성기를 가격했고 그곳에 빨래집게를 매달았다. 남성은 약간 고통스러워했지만 반항하지 않았다. 그쯤 해서 촬영 현장에서 철수했다. 더 지켜보면 며칠 동안 밥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역겨운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는 충고 때문이었다.
일본 최고의 본디지 전문가 중 한 명인 유키무라 하루키와의 만남도 이루어졌다. 본디지란 일본말로 ‘바리’라고도 하는데 밧줄로 여성을 묶어 성적으로 학대하는 것을 말한다. 흰머리가 성성한 50대에 이른 그는 자신의 일에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에서 본디지는 이미 예술행위로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최근 그는 국내에도 꽤 알려진 AV 스타 가나자와 분코와 함께 작업했다. 분코가 본디지 장르를 촬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일본 내에서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고 했다.
특별히 작업 과정을 공개하기로 한 그는 다바다 모모코(21)라는 본디지 전문 모델까지 섭외해 놓는 등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유키무라 하루키의 말에 따르면 본디지의 역사는 400년이 훨씬 넘는다고 한다. 일본에선 오사카 지역을 중심으로 본디지 문화가 발달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모델이 붉은색 기모노로 갈아입는 동안 “본디지는 묶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 때론 강간범이 될 수도 있고 때론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오늘날의 본디지는 폭력이 아니라 교감을 위한 놀이”라고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유키무라 하루키는 본디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반응이라고 강조했다. 상대방이 성적 쾌감을 얻지 못한다면 본디지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디자인과 묶는 방법 등은 부수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빠른 손놀림 끝으로 여성 모델의 양손을 묶은 밧줄이 벌려진 가랑이 사이로 정확하게 들어앉았다. 순간 여성 모델은 단발적인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땀을 흘리며 작업에 열중하던 그는 “차라리 묶이는 사람이 더 편하다”며 농담을 던졌다. 이 사내에게서 포르노의 음습한 욕망 따위는 느낄 수 없었다.
일본적인 AV 장르 중엔 난파도 빼놓을 수 없다. 난파란 즉석에서 옷을 벗긴다는 뜻을 담고 있다. 도쿄 시내를 거닐며 자세히 살펴보면 이상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나이트클럽의 웨이터처럼 생긴 남성들이 길을 지나는 여성들과 흥정을 벌이듯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는 AV 헌팅맨일 가능성이 높다. 헌팅맨의 제안에 응하는 여성들 역시 적지 않은데 보통 가격은 시간당 1만엔 수준이라고 한다. 여성들은 이 돈을 받고 카메라 앞에 속옷, 치부를 드러내거나 포르노를 찍는다. 길거리 헌팅은 아마추어 포르노의 메카이자 AV 스타의 예비 등용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AV가 공식적으로 성 표현의 자유를 누리게 된 것은 90년대 중반. 물론 그 이전엔 이른바 ‘우라본’이라고 하는 음성시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정품 AV는 실제 성행위 부분에 반드시 모자이크 처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 최대의 AV 제작사 중 하나인 소프트 온 디맨드는 오히려 이 점을 이용해 10년도 안 된 사이에 고속 성장했다. 그들은 음모 노출도 마다하지 않았다. 다른 제작사들이 눈치보는 사이 모자이크 크기를 최소화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밀어붙였다. 그 결과 올해 예상매출액이 약 30억엔에 이른다고 한다.
기획물 제작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은 소프트 온 디맨드가 널리 알려진 데는 간판스타 모리시타 쿠루미(23)의 도움도 컸다. 그들의 제작 방식은 포르노의 이벤트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면 모리시타 쿠루미가 50명의 남성에게 자위행위를 해준다. 그리고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남성 한 명을 선발하면 그와의 섹스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식이다.
일본의 AV 업계는 솔직히 포르노 공장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풍속업계로 불리는 유흥산업은 물론 연예, 출판 등 각 산업 분야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또한 일본 AV의 막대한 콘텐츠는 인터넷 시대를 맞아 전 세계로 팔려 나가고 있다. 이쯤 되면 이제 AV를 단순히 음란물로만 취급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현재 일본에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정상급 AV 배우 오이카와 나오(21). 그녀가 새로운 작품을 찍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도쿄 시내에 있는 촬영장으로 향했다. 촬영장은 70여평쯤 되는 맨션을 전용 세트장으로 개조한 곳이었다. 세트장은 고등학교 교실, 침실과 욕실, 사무실 분위기 등으로 꾸며져 있었다. 러브호텔을 전전하고 온갖 눈치를 보며 에로 비디오를 찍는 한국과는 무척 대조적이었다.
연간 여성 6천명 가량 AV 데뷔
이날 그가 출연한 작품의 제목은 ‘오이카와 나오가 내 침대였으면’이었다. 교무실로 꾸며진 사무실에서 오이카와 나오는 국어책을 읽으며 자위행위 연기에 몰입했다. 한 손은 흰색 상의 밖으로 가슴을 드러내 애무했고, 또 다른 손은 은밀한 곳을 더듬다 이내 빨려 들어갔다. 이어 일본 여성 특유의 신음 소리가 촬영장을 가득 채웠다.
자위행위 장면 촬영이 끝나고 목욕 가운을 걸친 그녀와 인사를 나눴다. 가장 궁금한 것은 “왜 AV 배우가 됐는가”였다. 하지만 오이카와 나오는 서슴없이 “좋아서”라고 답했다. 질문은 “얼마나 버는가”로 이어졌고,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하루 출연료가 200만엔 정도라고 대답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인기 AV 배우의 경우 한 달에 20편 정도의 작품에 출연한다는 사실이었다.
옆자리에 함께 앉아 있던 감독 다메이케 고로씨(40)는 “사람들은 여성의 인격을 구실로 들어 포르노를 공격한다. 하지만 AV 여배우들은 대부분 진짜 좋아서 이 일을 한다. 연기중에 오르가슴을 느끼는 배우들도 80%가 넘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AV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데 반대했다. “AV는 그저 욕망을 해소할 수 있게 만들고 그것을 소비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일본 AV 업계에선 연간 약 6000명의 여성이 AV 배우로 데뷔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은 18세 소녀부터 20대 대학생, 회사원, 30~40대 유부녀에 이르기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AV 출연 사실이 주변 사람들에게 발각되는 확률이 0.1%에 불과하다는 것.
AV 배우 지망생이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이이지마 아이의 등장을 꼽는다. 90년대 일본 최고의 스타로 등극한 그녀는 AV 출신으로 방송계에서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 그의 자서전 ‘플라토닉 섹스’는 일본에서 100만부가 넘게 팔렸고 한국에서도 출간됐다. 일본 여성들은 이이지마 아이의 성공을 보면서 성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되었다.
풍부한 인적 자원은 일본 AV 업계를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비디오협회 자료를 보면 96년 비디오시장 규모는 2570억엔. 이중 AV는 수입 외화를 제외하고 애니메이션, 방화와 함께 시장을 삼등분하고 있다. 97년 한 해 동안 일본에서 제작된 AV가 총 5000편에 판매량은 1300만개라니 그 위세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때문에 일본의 웬만한 AV 업체들은 규모가 크다. 또한 수익성이 확실하다 보니 AV와 무관한 일반 기업들의 진출도 줄을 잇고 있다. 이는 이이지마 아이의 성공처럼 AV 업계와 기존 산업의 벽을 허무는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 일본 출판사 순위 20위 정도라는 타이요도서(大洋圖書). 이곳은 20년 전만 해도 부채투성이의 작은 회사였다고 한다. 그러나 AV와 성인전문 잡지 등에 뛰어들어 현재는 직원만 해도 400여명이나 되는 대형 기업으로 성장했다. 타이요도서의 자회사 중 하나인 아쿠아하우스에서만 1년에 550권 가량의 성인서적을 출판한다고 한다. ‘크림’ ‘이브’ ‘투고 킹’ ‘SMDX’ 등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성인잡지도 10여종이 넘는다.
지난 4월7일 긴자의 한 서점에선 10대 아이들(Idole) 스타로 떠오른 탤런트 우에노 미쿠의 사인회가 있었다. 체육복과 수영복 차림으로 찍은 사진집 출판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의 사진집을 출판한 아쿠아하우스의 한 관계자는 “대중의 인기를 얻는 여성의 이미지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올해는 평범하지만 통통하고 귀여운 외모가 유행”이라고 말했다.
일본 AV는 여배우의 인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연예계의 이런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마케팅에서 결정적인 전략으로 작용한다. 또한 이렇게 맺은 10대 아이들 스타와의 인연은 훗날 누드집 출판이나 AV 진출 때를 대비한 보험용 성격도 있다.
동경 시내에 있는 평범한 상가빌딩 6층에 위치한 성인전문 비디오 판매점. 하지만 70평 남짓한 이 매장엔 비디오와 DVD가 빈틈없이 들어차 있었다. 점장을 맡고 있는 나카타 히데야키씨(30)의 말에 따르면 VHS 비디오로 제작된 AV만 1000편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주 고객을 묻자 그는 “30대 전후반이 가장 많고, 여성의 경우 이케부쿠로 등에 전용 숍이 있기 때문에 그곳을 주로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선 하루 평균 150개에서 200개의 타이틀이 판매된다고 했다. AV 한 편의 가격은 2980엔에서 2만엔. 가격 차이가 심한 이유에 대해 그는 프로덕션의 규모 차이라고 말했다.
비디오 판매점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단연 SM과 본디지(Bondage) 장르였다. 한국에선 쉽게 말해서 변태로 치부되는 성행위다. 하지만 이 장르는 일본 포르노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동경 SM클럽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여왕의 플레이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AV 촬영은 아니었고 SM 잡지에 게재될 화보 촬영 현장이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사진을 얻기 위해 모든 행위는 실제로 전개된다고 했다. 이날 화보 촬영의 특징은 상대 남성이 SM에 전혀 경험이 없는 일반인이었다는 점이다.
검은색 옷을 관능적으로 차려입은 여왕. 그녀의 촬영 준비는 흡사 수술을 준비하는 의사와 같았다. 가학적인 성행위를 펼치기 위해 여왕이 챙겨온 도구는 자위 기구에서부터 관장 기구까지 실로 다양했다. 촬영이 시작되자 여왕은 남성을 익숙한 손놀림으로 능욕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남성의 히프를 적당한 강도로 때렸다. 곧이어 남성의 성기를 가격했고 그곳에 빨래집게를 매달았다. 남성은 약간 고통스러워했지만 반항하지 않았다. 그쯤 해서 촬영 현장에서 철수했다. 더 지켜보면 며칠 동안 밥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역겨운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는 충고 때문이었다.
일본 최고의 본디지 전문가 중 한 명인 유키무라 하루키와의 만남도 이루어졌다. 본디지란 일본말로 ‘바리’라고도 하는데 밧줄로 여성을 묶어 성적으로 학대하는 것을 말한다. 흰머리가 성성한 50대에 이른 그는 자신의 일에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에서 본디지는 이미 예술행위로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최근 그는 국내에도 꽤 알려진 AV 스타 가나자와 분코와 함께 작업했다. 분코가 본디지 장르를 촬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일본 내에서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고 했다.
특별히 작업 과정을 공개하기로 한 그는 다바다 모모코(21)라는 본디지 전문 모델까지 섭외해 놓는 등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유키무라 하루키의 말에 따르면 본디지의 역사는 400년이 훨씬 넘는다고 한다. 일본에선 오사카 지역을 중심으로 본디지 문화가 발달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모델이 붉은색 기모노로 갈아입는 동안 “본디지는 묶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 때론 강간범이 될 수도 있고 때론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오늘날의 본디지는 폭력이 아니라 교감을 위한 놀이”라고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유키무라 하루키는 본디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반응이라고 강조했다. 상대방이 성적 쾌감을 얻지 못한다면 본디지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디자인과 묶는 방법 등은 부수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빠른 손놀림 끝으로 여성 모델의 양손을 묶은 밧줄이 벌려진 가랑이 사이로 정확하게 들어앉았다. 순간 여성 모델은 단발적인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땀을 흘리며 작업에 열중하던 그는 “차라리 묶이는 사람이 더 편하다”며 농담을 던졌다. 이 사내에게서 포르노의 음습한 욕망 따위는 느낄 수 없었다.
일본적인 AV 장르 중엔 난파도 빼놓을 수 없다. 난파란 즉석에서 옷을 벗긴다는 뜻을 담고 있다. 도쿄 시내를 거닐며 자세히 살펴보면 이상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나이트클럽의 웨이터처럼 생긴 남성들이 길을 지나는 여성들과 흥정을 벌이듯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는 AV 헌팅맨일 가능성이 높다. 헌팅맨의 제안에 응하는 여성들 역시 적지 않은데 보통 가격은 시간당 1만엔 수준이라고 한다. 여성들은 이 돈을 받고 카메라 앞에 속옷, 치부를 드러내거나 포르노를 찍는다. 길거리 헌팅은 아마추어 포르노의 메카이자 AV 스타의 예비 등용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AV가 공식적으로 성 표현의 자유를 누리게 된 것은 90년대 중반. 물론 그 이전엔 이른바 ‘우라본’이라고 하는 음성시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정품 AV는 실제 성행위 부분에 반드시 모자이크 처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 최대의 AV 제작사 중 하나인 소프트 온 디맨드는 오히려 이 점을 이용해 10년도 안 된 사이에 고속 성장했다. 그들은 음모 노출도 마다하지 않았다. 다른 제작사들이 눈치보는 사이 모자이크 크기를 최소화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밀어붙였다. 그 결과 올해 예상매출액이 약 30억엔에 이른다고 한다.
기획물 제작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은 소프트 온 디맨드가 널리 알려진 데는 간판스타 모리시타 쿠루미(23)의 도움도 컸다. 그들의 제작 방식은 포르노의 이벤트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면 모리시타 쿠루미가 50명의 남성에게 자위행위를 해준다. 그리고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남성 한 명을 선발하면 그와의 섹스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식이다.
일본의 AV 업계는 솔직히 포르노 공장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풍속업계로 불리는 유흥산업은 물론 연예, 출판 등 각 산업 분야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또한 일본 AV의 막대한 콘텐츠는 인터넷 시대를 맞아 전 세계로 팔려 나가고 있다. 이쯤 되면 이제 AV를 단순히 음란물로만 취급하기는 어렵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