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이 올랐다는 뉴스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집 없는 사람뿐만 아니라 집 있는 사람들도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어느 사회나 그렇듯 민심이 사나워지면 누군가 책임질 대상을 찾게 된다.
3·30대책이 부동산시장을 잠시 동결시켰지만, 추석 이후 부동산 거래는 다시 활기를 띠었다. 이에 정부가 조급한 마음에 신도시를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나섰다. 보통 부동산 가격 변동이 끝날 때쯤 대책이 나오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상당히 빨랐다. 그런데 시장의 움직임과 시점이 같다 보니 ‘대책 발표가 오히려 집값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등 뭇매를 맞고 있다. 투기꾼을 잡겠다는 식의 신속한 ‘약발’을 약속한 것도 아니고, 당장 효과도 없고 강남과 대체관계도 없어 보이는 광역권 신도시 계획을 내놓음으로써 오히려 투기를 부추겼다고 매도당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사실 강남 집값을 정부가 나서서 잡아야 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그만큼 비싼 가치가 유지될 수 있는 시장환경이 있기 때문인데, 무조건 수요를 억누르고 사지 말라는 식으로 대처해서는 본질에 접근할 수가 없다.
정말 부동산시장이 안정되기를 바란다면 수요보다 공급을 충분히 늘려 싸게 공급해야 한다. 그리고 수요가 집중된 지역의 희소성을 줄이고 여타 지역의 주거 수준을 높여야 한다. 주거비용을 높이는 세금을 올리면서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며 국민을 속이고 공급을 위축시키는 투기대책을 남발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내리자는 것인지 올리자는 것인지 헷갈린다.
공급 위축 부동산 대책 남발로 좌절감만 키워
인기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집값은 물가 상승에 비해 더 오른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부동산시장은 나름대로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강남 집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는 편중된 현상을 보일 뿐이다. 문제는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정책이 사실은 강남에 수요가 더 몰리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1가구 2주택 소유를 어렵게 해놓아 사람들이 비인기 지역의 집을 팔고 인기 지역을 선호하도록 만들었다. 대형 주택의 공급은 줄이면서 소형을 짓게 만들어 대형 주택의 희소성을 높였다. 양도소득세를 높여 상대적으로 가격이 많이 오른 집을 팔지 못하도록 했다. 아파트가 부족한 수도권에는 집을 짓지 못하게 하고 아파트가 넘쳐나는 지방에는 더 짓도록 했으며, 심지어 강남에는 아파트 공급을 거의 중단했다. 게다가 강남을 통과하는 지하철과 국도건설 사업은 신속하게 이뤄지는 반면, 여타 지역의 인프라 사업은 계획된 사업도 무산되거나 연기됐다.
이런 정책의 혼선은 근본적으로 정책 목표를 잘못 잡은 데서 기인한다. 살던 집이 부담스러워 집을 팔도록 만드는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정책이 어떻게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일 수 있겠는가.
정부가 추구해야 할 정책 목표는 국민 모두의 주거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지에 두어야 한다. 잘살게 될수록 넓은 평형의 고급 주거를 원하는 것은 보편적 욕구다. 그 보편적 욕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정책이 성공할 리 없다. 서민을 위한다면서 서민들에게 좌절감만 안겨준 정부는 이제라도 정신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