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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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재미있게 살려면

‘내 인생의 황당과 감동 사이’

  • 이준우 국회 박대해 의원 보좌관

    입력2008-11-13 1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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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나는 공식 마라톤 대회에서 하프코스를 뛰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먼 거리를 달려보긴 그때가 처음이다. 달리기라고는 어릴 적 동네 개들을 데리고 뛰어본 게 전부. 서른다섯에 그렇게 달리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왜 달렸을까?

    지난 8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나는 국감 준비에 대한 중압감과 스트레스로 두통과 어깨결림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이디어가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 연일 야근이었다. 하루는 내가 모니터를 보는지, 모니터가 나를 보는지 도저히 분간이 안 돼 바람도 쐴 겸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한강 둔치를 바라보며 심호흡을 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개미처럼 줄지어 가는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갔다. 일행 가운데 한 명은 눈을 감고 뛰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듯했다. 땀에 젖은 얼굴, 살짝 찡그린 미간, 뭔가 집중하고 있는 듯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운동복을 샀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무작정 달렸다. 뒤를 돌아봤다. 가로등 아래 집이 점차 멀어지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가슴에 와닿는 느낌이 좋았다. 10분쯤 지나자 땀이 나기 시작했다. 호흡도 가빠졌다. 양화대교를 지났다.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중년 남자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늘이 첫 달리기구먼. 축하하네”라는 환청이 들리는 듯했다. 성산대교를 지났다. 마음이 고요해졌다. 잡생각도 나지 않았다. 명상에 빠지는 듯했다. 눈을 감았다.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국감 아이디어가 스멀스멀 떠오르기 시작했다. 정부에 어떤 자료를 요구해야 할지, 질의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언론 플레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등이 떠올랐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어릴 적 친구의 소식이 궁금해지고, 심지어 고향에 있는 강아지의 얼굴도 떠올랐다. 생전 느껴보지 못한 경험들이었다.

    얼마 전 모 언론사 기자가 나에게 “이 선배, 요즘 뭐 재미있는 거 없어요?”라고 물었다. 나는 대답했다. “달려, 그럼 생각나!” 가끔 달리다 보면 까닭 없이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날 때가 있다. 나는 기자에게 얘기했다. 되도록 그 느낌이 올 때까지 달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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