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나라 인도에서는 모두 몇 개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을까? 1961년 인구센서스 조사에 따르면 무려 1652개 언어라고 한다. 이 중 1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가 120여 개, 100만명 이상이 쓰는 언어가 29개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공용어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물론 힌디(Hindi)어가 가장 주된 공용어 구실을 하지만, 200년간의 영국 지배를 거치면서 영어 또한 ‘연결 언어(link language)’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영어는 인도 대법원의 공식 언어이자, 인도 중앙정부에서도 힌디어와 함께 공용어로 사용할 만큼 법제적 의미가 강하다.
미국·캐나다 회사들 인도 콜센터 주고객
그렇다고 해서 인도 사람이 모두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어는 대도시에 거주하는, 교육받은 중산층 이상에서 주로 사용하는 언어다. 이 사람들 중에서도 가정에서까지 영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인도의 시사잡지 ‘인디아 투데이’는 전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영어로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하다고 추산한다. 그러나 영어 읽기와 쓰기, 듣기, 말하기가 고루 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5% 안팎에 그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실 외국인들 처지에서는 모든 인도인이 영어를 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외국인들은 인도의 대도시에서 비즈니스에 종사하며 주로 중상층 이상의 인도인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이들을 돕는 운전기사나 가사도우미도 영어를 구사한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지역 업체나 동네 재래시장, 지방의 소규모 칼리지 등에 가면 상황은 아주 달라진다. 영어를 구사하면 인도인이라 해도 이방인 취급을 당할 정도다.
인도에서는 영어 실력이 곧 그 사람의 능력, 학벌, 수입을 결정하는 동시에 사회적 지위까지도 결정한다. 뿐만 아니라 어떤 ‘종류’의 영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지위의 높고 낮음이 결정된다. 얼마나 유창한가는 물론이거니와, 어떤 악센트를 구사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된다. 지방어 억양이 섞인 영어는 가장 저급한 영어로 취급되고, 힌디어 억양이 섞인 영어는 그나마 나은 것으로 인정받는다. 물론 이보다 우대받는 것은 인도어 억양이 배제된 채 영국식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인도인들은 인도식 억양과 표현을 덜 쓸수록 품위 있는 영어라고 평가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벌어진 경제적 변화도 인도인들의 영어 인식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인도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이 늘어나면서 영어 구사능력이 취업의 필수요소로 자리잡은 것이다. 특히 정보기술(IT)과 과학기술 분야 인력 사이에서는 인도어 억양을 없앤 ‘세련된’ 영어가 좀더 나은 기회를 가져다주는 보증수표로 인식되고 있다.
영어학습 시장 규모 3400억원으로 급성장
그러다 보니 학창 시절 영어교육을 받은 적 없는 인도인들이 영어학원을 찾기 시작했다. 이제는 신문, 벽보 등 어디에서나 영어학원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다. 영국의 ‘텔레그래프’지가 인도 영어학습 시장 규모를 1억5000만 파운드(약 3400억원)로 추산했을 만큼 인도인들의 영어에 대한 열망은 크다. 또 최근의 영어 트렌드는 영국식이 아닌, 미국식 억양과 발음을 사용하는 것이다. 인도인들은 미국식 영어가 더 젊고 진취적이며 부유한 느낌을 준다고 생각한다.
미국식 영어가 유행한다는 것은, 인도가 은연중에 인정해오던 영국의 영향을 청산하고 초강대국 미국을 우위에 놓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좀더 직접적으로는 인도에서 각광받고 있는 콜센터 산업의 영향이 크다. 알려진 대로 요즘 인도에서는 대학을 졸업한 구직자들이 콜센터로 몰리고 있다.
콜센터는 영어권에서 영업을 하는 회사들이 전화를 통한 대(對)고객 업무를 인건비가 저렴한 영어 사용권 국가로 아웃소싱하면서 생겨난 신생 업종이다. 인도나 필리핀에 있는 콜센터의 주고객은 미국 또는 캐나다 회사들이다. 이들 회사는 같은 영어를 쓰면서도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고객들의 불만을 접해야 했다. 결국 콜센터에서 인정받으려면 미국식 억양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많은 인도 젊은이들이 ‘미국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학원에 몰려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영어 배우기 열풍 속에서 모국어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적어도 인도에서는 별로 들을 수가 없다. 오랜 역사 속에서 다양한 이민족과 융화하며 살아왔고, 다(多)언어 국가로서 모어(母語) 이외의 언어 한두 개쯤 더 구사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영어를 배운다고 해서 모어가 희생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모어 이외의 언어를 배워 언어적 다양성을 늘려간다고 인도인들은 생각한다. 참으로 ‘다양성 속의 통일성’을 추구하는 인도다운 발상이라 하겠다.
그러다 보니 공용어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물론 힌디(Hindi)어가 가장 주된 공용어 구실을 하지만, 200년간의 영국 지배를 거치면서 영어 또한 ‘연결 언어(link language)’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영어는 인도 대법원의 공식 언어이자, 인도 중앙정부에서도 힌디어와 함께 공용어로 사용할 만큼 법제적 의미가 강하다.
미국·캐나다 회사들 인도 콜센터 주고객
그렇다고 해서 인도 사람이 모두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어는 대도시에 거주하는, 교육받은 중산층 이상에서 주로 사용하는 언어다. 이 사람들 중에서도 가정에서까지 영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인도의 시사잡지 ‘인디아 투데이’는 전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영어로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하다고 추산한다. 그러나 영어 읽기와 쓰기, 듣기, 말하기가 고루 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5% 안팎에 그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실 외국인들 처지에서는 모든 인도인이 영어를 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외국인들은 인도의 대도시에서 비즈니스에 종사하며 주로 중상층 이상의 인도인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이들을 돕는 운전기사나 가사도우미도 영어를 구사한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지역 업체나 동네 재래시장, 지방의 소규모 칼리지 등에 가면 상황은 아주 달라진다. 영어를 구사하면 인도인이라 해도 이방인 취급을 당할 정도다.
인도에서는 영어 실력이 곧 그 사람의 능력, 학벌, 수입을 결정하는 동시에 사회적 지위까지도 결정한다. 뿐만 아니라 어떤 ‘종류’의 영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지위의 높고 낮음이 결정된다. 얼마나 유창한가는 물론이거니와, 어떤 악센트를 구사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된다. 지방어 억양이 섞인 영어는 가장 저급한 영어로 취급되고, 힌디어 억양이 섞인 영어는 그나마 나은 것으로 인정받는다. 물론 이보다 우대받는 것은 인도어 억양이 배제된 채 영국식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인도인들은 인도식 억양과 표현을 덜 쓸수록 품위 있는 영어라고 평가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벌어진 경제적 변화도 인도인들의 영어 인식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인도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이 늘어나면서 영어 구사능력이 취업의 필수요소로 자리잡은 것이다. 특히 정보기술(IT)과 과학기술 분야 인력 사이에서는 인도어 억양을 없앤 ‘세련된’ 영어가 좀더 나은 기회를 가져다주는 보증수표로 인식되고 있다.
영어학습 시장 규모 3400억원으로 급성장
그러다 보니 학창 시절 영어교육을 받은 적 없는 인도인들이 영어학원을 찾기 시작했다. 이제는 신문, 벽보 등 어디에서나 영어학원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다. 영국의 ‘텔레그래프’지가 인도 영어학습 시장 규모를 1억5000만 파운드(약 3400억원)로 추산했을 만큼 인도인들의 영어에 대한 열망은 크다. 또 최근의 영어 트렌드는 영국식이 아닌, 미국식 억양과 발음을 사용하는 것이다. 인도인들은 미국식 영어가 더 젊고 진취적이며 부유한 느낌을 준다고 생각한다.
미국식 영어가 유행한다는 것은, 인도가 은연중에 인정해오던 영국의 영향을 청산하고 초강대국 미국을 우위에 놓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좀더 직접적으로는 인도에서 각광받고 있는 콜센터 산업의 영향이 크다. 알려진 대로 요즘 인도에서는 대학을 졸업한 구직자들이 콜센터로 몰리고 있다.
콜센터는 영어권에서 영업을 하는 회사들이 전화를 통한 대(對)고객 업무를 인건비가 저렴한 영어 사용권 국가로 아웃소싱하면서 생겨난 신생 업종이다. 인도나 필리핀에 있는 콜센터의 주고객은 미국 또는 캐나다 회사들이다. 이들 회사는 같은 영어를 쓰면서도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고객들의 불만을 접해야 했다. 결국 콜센터에서 인정받으려면 미국식 억양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많은 인도 젊은이들이 ‘미국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학원에 몰려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영어 배우기 열풍 속에서 모국어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적어도 인도에서는 별로 들을 수가 없다. 오랜 역사 속에서 다양한 이민족과 융화하며 살아왔고, 다(多)언어 국가로서 모어(母語) 이외의 언어 한두 개쯤 더 구사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영어를 배운다고 해서 모어가 희생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모어 이외의 언어를 배워 언어적 다양성을 늘려간다고 인도인들은 생각한다. 참으로 ‘다양성 속의 통일성’을 추구하는 인도다운 발상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