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한복판에 멈춰버린 차
멋진 앤티크 작품을 찾아다니는 것이 일이다 보니 프랑스 출장길에 오를 때면 보물찾기를 하듯 프랑스 구석구석을 누비게 된다. 자연스레 우리와 프랑스의 장단점을 비교할 기회도 많아진다. 선진국인데 서비스 문화나 공중도덕 면에서 우리보다…
200903032009년 02월 25일내 꿈 깬 그 남자의 고백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남자 동기 몇 명과 가깝게 지냈다. 유난히 ‘훈남’인 그들 중에서 특히 A는 큰 키, 늘씬한 몸매, 다정한 말투, 깔끔한 매너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굳이 ‘옥에 티’를 찾자면 여성스러운…
200902242009년 02월 19일달콤한 나의 도시
겨울방학 동안 동아일보 인턴기자로 일하게 된 내게 매일 아침은 ‘잠과의 싸움’이었다. 할 일도 많고 잘 해내고 싶다는 의욕도 많아선지 인턴 기간의 하루 24시간은 내 인생 어느 때보다 빠듯한 느낌이었다.인턴 기간 중반기를 지난 어느…
200902172009년 02월 11일세상에 공짜는 없다
우리 부부가 수진, 지영(가명)이란 이름의 두 여인을 만난 것은 6년 전의 일이다. 8박9일로 여름휴가를 떠나게 된 우리는 호주와 뉴질랜드 패키지 여행상품을 택했다. 대부분 40대 부부, 또는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로 구성된 일행 속…
200902102009년 02월 05일오늘도 잠 못 드는 구청의 하루
“퇴근했지?” 6시가 지나서 전화를 거는 지인들 대부분은 이렇게 묻는다. 구청에서 하는 일을 제대로 모르고 하는 말이다.구청에서 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주민등록등본 같은 민원서류 발급 업무만 하는 게 아니라 홀로 된 어르신들 살…
200901272009년 01월 29일이탈리아 남자들 좀 말려줘!
지난해 이탈리아 밀라노의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역시나 더운 어느 여름날 오후, 집으로 가기 위해 트램을 기다리는데 내가 타야 할 트램이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서도 들어오지 않았다. 시계를 내려다보며 조바심을 내던 찰나, 정류장에서…
200901202009년 01월 13일마음을 여는 라이브의 힘
내가 대전소년원을 방문한 것은 1999년 1월이었다. 당시 해군홍보단에서 보컬병으로 근무했던 나는 겨울마다 대원들과 곳곳에서 위문공연을 펼쳤다. 고아원 공연 때 만난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미소, 그리고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200901132009년 01월 07일어머니는 위대하다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 얼굴 모공 하나하나에 송골송골 맺힌 땀, 그 와중에도 진통이 올 때 마다 온몸을 떨며 힘을 주는 모습. 산모들과 함께하는 분만실 풍경이다. 같은 여자로서 무엇보다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그녀들의 다리 사…
200901062008년 12월 31일내겐 정말 감동적인 그녀
우리집 도우미 순애는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 어느 화창한 날, 그녀와 함께 차를 몰고 황령산으로 약수물을 뜨러 갔다. 라디오에서는 뉴스가 이어지고 있었다. 어떤 기자가 나와 한참을 떠들더니 “이상 쫛쫛쫛 논평이었습니다”라고 마무…
200812302008년 12월 22일요리 잘하는 아내의 패러독스
일본 사람과 결혼해 일본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2년째다. 신혼 초 식단은 ‘당연히’ 고춧가루에 마늘 팍팍 다져 넣은 한식이었다. 만들 줄 아는 음식이 한식뿐인 데다, 나름대로 자신도 있었던 터라 매번 시뻘건 요리들을 식탁에…
200812232008년 12월 16일운명 개척 노신사의 손금 성형
경기가 나빠지면 점집이 활개를 친다고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 작은 희망이라도 찾아보겠다는 생각에서다. 맹신하는 것은 잘못이겠지만 이를 통해 안정을 찾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서는 플라세보(위약) 효과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병원…
200812162008년 12월 10일‘슈퍼 히어로’를 찾습니다!
얼마 전 홍보를 맡고 있는 국제아동후원기구 ‘플랜코리아’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새로 후원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늘고 있는데, 기존 후원자들의 후원이 중단돼 걱정이라는 것이었다. 경기 불황 탓이었다. 지금 당장 먹고살 것이 없…
200812092008년 12월 01일또 다른 인연을 꿈꾸며
두 해 전쯤의 일이다. 늦은 밤 지하철 3호선 교대역 플랫폼. 지친 몸을 가누며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낯선 청년 한 명이 내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드디어 내 앞에 선 청년. 아주 당당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이렇게 말…
200812022008년 11월 26일사각 쿠션 70만원의 교훈
점심시간 다 됐는데… 같이 식사하실래요?” 면접이 끝난 후 사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남들은 다리가 후들거리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는 면접인데, 나는 망설임 없이 “네, 좋아요!”라고 답한 뒤 베트남 쌀국수 한 그릇을 대접(?…
200811252008년 11월 20일달려라, 재미있게 살려면
얼마 전 나는 공식 마라톤 대회에서 하프코스를 뛰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먼 거리를 달려보긴 그때가 처음이다. 달리기라고는 어릴 적 동네 개들을 데리고 뛰어본 게 전부. 서른다섯에 그렇게 달리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왜 달렸을까?…
200811182008년 11월 13일아, 아버지!
내가 다니던 시골 초등학교는 학년마다 한 학급밖에 없는 정말 작은 곳이었다. 2학년 되던 어느 날, 까까머리에 책을 싼 보자기를 둘러메고 ‘깜장 고무신’을 신은 우리들과는 행색이 너무도 다른 한 아이가 전학을 왔다. 얼굴도 희멀겋고…
200811112008년 11월 03일잡아놓은 물고기와 선물의 기쁨
내책상 위 달력에는 매달 여러 개의 기념일이 표시돼 있다. 각기 다른 스티커로 표시해둔 날짜들은 남편이 군대를 제대한 지, 우리 둘이 처음 만난 지, 또 결혼한 지 며칠이 됐는가를 나타낸 것들이다. 주위에서는 “대단하다”고도, “아…
200811042008년 10월 27일“자신을 존중하라 … 난 소중하니까”
“우리 아들도 수술하래요.” 얼마 전 나를 찾아온 40대 중반 여성환자 K씨는 고등학생인 아들과 남편, 시어머니까지 자신의 가슴확대 수술에 찬성했다며 들뜬 모습이었다. 그는 특히 남편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어서 수술해달라고 재촉했다…
200810282008년 10월 22일영희야, 사랑해
자살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나는 그저 안타깝다는 생각만 든다. 물론 자살을 결심하기까지 견뎌내야 했을 큰 짐들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내가 그동안 느낀 진실 하나는, 행복은 바로 내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이다. 스물일곱…
200810212008년 10월 15일마스카라 하는 남자
“메이크업 베이스는 뭐고 파운데이션은 뭔가요?” 입사 초기 늘 입에 달고 다녔던 질문이다. 소비재 마케팅을 하고 싶어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부에 입사했지만 화장품이라곤 스킨과 로션밖에 몰랐던 내겐 화장품의 그 넓은 스펙트럼이 한눈…
200810142008년 10월 0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