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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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님 보십시오”

  •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

    입력2006-01-02 1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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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석 교수님 보십시오”
    황우석 교수님! 저는 전공은 다릅니다만 교수님을 지지해온 많은 이공계 학자 중의 한 사람입니다. 지지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교수님이 제출하신 논문이 교수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저명한 전문학술지 중 하나인 ‘사이언스’에 두 차례나 표지를 장식하며 한국 생명과학계의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리셨기 때문입니다.

    세계의 모든 이공계 관련 학자들은 교수님이 구호로 외쳐온 ‘사이언스’ ‘네이처’ ‘셀’같이 임팩트 팩터(impact factor·논문 피인용지수)가 높은 전문학술지에 자기 논문이 등재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외의 해당 분야에서 인정받고 승진, 연구비 신청 등에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 아닙니까?

    한 논문이 세계적 전문학술지에 정식으로 채택되어 실린다는 것은 한 국가에서 발행하는 ‘화폐’가 세계적인 정식 유통화폐로 인정받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임팩트 팩터’는 ‘환율’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왕이면 자기 지폐를 세계에 높은 환율로 등록하는 것이 좋겠지요. 예를 들어 ‘사이언스’같이 ‘임팩트 팩터’가 25 이상 되는 학술지에 등재되면 0.25인 다른 학술지에 등재된 ‘화폐’에 비해 돈 가치를 100배 이상 인정받게 되니까 생명과학 분야의 학자들은 다들 ‘사이언스’ ‘네이처’ ‘셀’에 자기 논문이 실릴 수 있도록 밤새워 연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를 선진 부국으로 후세에 남겨주기 위해서는 우리 기술의 세계적인 ‘인정’이 필수적이라는 걸 잘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세계 유명 학술지에 우리 학자들의 논문이 많이 실려야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능력을 인정받고 한국의 국가신인도가 올라가서 ‘국익’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겠지요.



    교수님, 학계에서는 생명윤리도 중요합니다만 학자라면 ‘학문적 윤리’가 우선하는 것 아니겠는지요. 허위 자료나 부풀리기로 논문을 조작하는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금기’입니다. 학문적 업적에서 ‘비위’가 드러나는 순간 학자로서의 생명은 끝입니다. 저도 우리 연구원들에게 늘 이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교수님이 2005년 12월16일 기자회견에서 논문 작성 과정에서의 ‘인위적 실수’를 인정하는 순간, 교수님이 세계에 인정해달라고 한 ‘진폐’는 액면가치가 ‘제로’인 ‘위폐’가 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교수님은 국민들로 하여금 ‘원천기술 보유’와 ‘줄기세포 존재’가 모든 것을 앞서는 듯한 언급을 하셨습니다.

    “재발 방지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앞장을”

    하지만 제가 지난번 한 일간지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교수님의 연구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와 인정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대부분 이공계 학자들은 닥쳐올 파장에 대해 걱정하고 있습니다. 저만 해도 교수님 연구 분야하고는 거리가 있어서 피해는 덜하겠지만, 세계 최강을 꿈꾸는 우리나라 생명과학 분야 학자들에게 앞으로 닥칠 전 세계의 의혹과 불신에 찬 눈초리는 누가 막아줄까요?

    교수님이 만든 ‘위폐’의 폐해를 이제는 일반 국민들도 알기 시작했습니다. 지속적인 사고 발생, 기록 분실 등의 이유는 이공계 학자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원천기술 확보’와 ‘줄기세포 존재’로 모든 것이 다 갈음될 수는 없습니다. 서로 득을 봐왔음에도 정·관계 인사들은 이미 책임 전가를 하며 교수님 곁을 떠나고 있습니다.

    황 교수님! 부탁드립니다. 세간의 모든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 같은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앞장서 주십시오. 또한 지금이라도 우리나라 생명과학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앞날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실 때 이공계 학자들을 포함한 일반 국민들은 그동안 교수님이 쌓아온 공을 공대로 받아들이며 곁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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