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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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조작 지시 “이럴 수가”

2005년 사이언스 논문 허위 엄청난 상처 … 줄기세포 전문인력 많아 연구는 계속될 것

  • 권영일/ 사이언스타임즈 논설위원 sirius001@paran.com

    입력2005-12-28 14: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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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조작 지시 “이럴 수가”

    2005년 12월23일 서울대 본관에서 열린 황우석 교수 관련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노정혜 서울대 연구처장.

    “결국 고의 조작으로 밝혀졌다.” 서울대 조사위원회(위원장 정명희·서울대 부총장)의 발표에 따르면 그렇다. 조사위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 검증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조사위는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단순한 실수에 의한 오류가 아니라 2개의 세포주에서 얻어진 결과를 11개로 불려서 만들어낸 고의적 조작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황 교수팀이 논문에서 체세포 복제를 통해 만들었다고 하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11개인 것으로 보고했으나, 논문 투고 시점인 2005년 3월15일에는 2번, 3번 라인 등 2개만 존재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 외 논문에 제시된 9개 가운데 4개는 오염사고로 죽어버렸고, 2개는 장부상에 줄기세포 형성 기록이 아예 없었다. 그리고 나머지 3개는 ‘콜로니(세포 덩어리)’ 상태로 관찰됐지만, 논문 제출 시점에는 줄기세포로서의 성질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였다.

    과학의 기반 훼손 중대한 행위



    논문의 DNA 지문분석 데이터와 관련해 정명희 부총장은 “논문에서는 줄기세포와 핵을 제공한 환자 체세포의 DNA를 각각 분석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2·3번을 제외한 나머지 9종은 한 환자의 체세포를 두 튜브로 나누어 분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두 데이터가 동일하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

    또한 테라토마(기형세포·줄기세포가 다른 세포로 분화되는지 확인할 수 있음)는 실제로 2, 3번 2개의 세포주에 대해서만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황 교수의 연구 데이터 조작은 진실성이 중요한 과학의 기반을 훼손하는 중대한 행위”라는 것이 서울대 조사위의 의견이다.

    이에 따라 황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은 그의 말대로 ‘돌이킬 수 없는 인위적 실수’로 큰 상처를 입었다. 그래서 더는 유지할 명분조차 없어 자진 철회 절차를 밟고 있다.

    지금까지 전개된 일련의 ‘황우석 파문’ 과정을 돌이켜보면 이 논문은 애초 출발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황 교수팀은 수립하지도 않은 맞춤형 줄기세포를 마치 있는 것처럼 위장해 테라토마를 검사했다고 주장했으며, 이어 DNA 분석과 줄기세포 사진을 찍는 등 가공의 데이터를 만들어 허위로 논문을 쓴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논문은 오류투성이일 수밖에 없다.

    황 교수는 12월16일 기자회견에서 ‘애초 바꿔치기가 됐다’는 의혹을 주장했다.

    과학계 한 인사는 이와 관련, “황 교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결국 허위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했기 때문에 어디가 어떻게 조작됐는지 말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조작됐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조작 지시 “이럴 수가”

    2005년 12월23일 황우석 교수가 서울대 교수직 사퇴를 밝힌 기자회견을 한 뒤 머리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줄기세포 기술보유 여부가 아니라 논문 조작”이라며 애초 의혹을 제기한 젊은 과학도들의 주장이 증명된 셈이라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황 교수의 16일 기자회견도 사실상 젊은 생명공학도들이 주축이 된 BRIC이 이루어낸 성과다. BRIC은 포항공대 생물학전문연구정보센터(Biological Research Information Center)의 온라인 사이트다.

    황 교수 논문의 의혹이 BRIC 사이트 ‘소리마당’에 집중적으로 제기된 것은 12월 5~6일.

    2004년 논문까지 재검증 시작

    황 박사의 사이언스 논문 조작 의혹 사진 요약 등이 게재되면서 젊은 생명공학도들을 중심으로 진위 논쟁에 불이 붙었다. 하루 100여건의 ‘소리’가 올라왔고, 300~ 1000여 회의 조회가 이어지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결과적으로 국익을 해친 논쟁이었다는 비판도 있으나, 한국과학계의 자정능력을 보였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편이다.

    서울대 조사위가 공식적으로 조사에 착수한 뒤에는 논쟁의 열기가 다소 식었지만, 젊은 생명공학도들의 의견 개진은 계속되고 있다.

    처음부터 조작 지시 “이럴 수가”

    젊은 생명공학도들이 진위논쟁을 벌인 BRIC 홈페이지.

    과학기술인연합은 “논문 조작으로 한국 과학기술계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후학들에게 악영향을 끼쳤다”며 황 교수,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등 논문 공동저자들을 처벌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들은 또한 논문 조작자들을 퇴출하면 줄기세포 연구가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단호하게 일축했다.

    국내에는 다수의 전문인력이 줄기세포 기술을 보유·연구하고 있어 줄기세포 기술 보유 여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것. 또 기술을 확립·보유하고 있다면 누구에 의해서라도 재연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사이언스’는 최근 황 교수가 세계 처음으로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확립했다고 밝힌 2004년 논문에 대해서도 진위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12월20일 공식 발표했다. 또한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도 황 교수팀이 발표한 복제 개 ‘스너피’ 관련 논문이 조작됐다는 정보는 없지만 전반적인 의혹 해소 차원에서 논문 검증에 나섰다.

    황 교수 파문은 결국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대한 재검증에까지 이르렀다. 2004년 논문은 체세포 복제 방법을 통해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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