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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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총리 한국 따라하기?

이스라엘 집권 여당 박차고 나와 신당 창당 … 시몬 페레스까지 참여 지지도 상승

  • 예루살렘=남성준/ 통신원 darom21@hanmail.net

    입력2005-12-28 16: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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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국론을 둘로 가르며 찬반을 놓고 치열한 대립을 낳았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주간동아 500호 참조)가 결국 이스라엘의 집권 여당을 쪼개고 말았다. 집권 여당인 리쿠드당의 아리엘 샤론 총리가 자신이 당수로 있는 당을 깨고 나와 신당을 창당한 것. 샤론 총리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과 IDF(이스라엘 방위군)의 철수를 강행하다 당내 장관과 의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리쿠드당은 이스라엘의 우파를 대표하는 정당이므로 가장 좌파적인 정책인 ‘가자지구 철수’에 대해 당내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었다. 특히 차기 당권을 두고 샤론 총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는 철수에 반대하며 재무장관직을 사퇴한 뒤 당내 인사뿐만 아니라 전 이스라엘 우파 세력을 결집해 샤론 총리를 공격했다. 이에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샤론 총리가 11월21일 탈당을 선언하고 신당을 세운다는 초강수로 대응한 것.

    카디마 黨 여론조사서 1위 행진

    이후 신당 소식은 이스라엘 언론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2006년 3월 총선을 앞두고 리쿠드당을 탈당해 신당 창당의 모험을 강행한 샤론 총리의 결정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도 1위를 거듭하고 있는 것. 선거 준비는커녕 신당의 외형을 갖추는 데도 충분치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창당을 선언하자 가속도가 붙어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당 등록 절차를 하루 만에 끝마쳤고 중량급 인사들이 속속 신당 참여를 선언하고 나선 것. 법무장관, 재무장관 등이 창당 초기부터 리쿠드당에서 나와 참여했고, 환경장관과 국방장관도 합류했다. 당의 이름은 ‘카디마(전진)’로 결정됐다. 좌파 정당으로 리쿠드당의 라이벌인 노동당의 장관급 인사들도 카디마에 합류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스라엘의 대표적 좌파 정치인이자 샤론의 오랜 정치 라이벌인 시몬 페레스가 신당에 참여한 것.



    지난 46년간 노동당에 몸담았고 노동당 당수의 자격으로 두 차례 총리를 지낸 페레스가 당을 떠나 카디마에 참여한 것은 노동당과 이스라엘의 좌파에게는 크나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이스라엘 좌파를 대표하는 페레스와 전쟁 영웅 출신이라 ‘전쟁광’ 등으로 불렸던 우익 기수 샤론이 ‘카디마’라는 한 배를 탄 것은 흥미로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결합 등으로 신당의 정체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지만 파괴력은 미미해 보인다.

    샤론의 신당 창당 선언 이후 계속해서 여론조사를 해오고 있는 이스라엘 일간지 ‘하아레츠’의 통계에 의하면, 카디마의 지지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어 현재 선거를 치른다면 신당은 이스라엘 국회인 크네셋의 120의석 중 최고 39석을 획득해 제1당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샤론과 그의 지지자들이 떠나기 전까지 40석이었던 리쿠드당은 최하 9석으로 떨어지고, 노동당은 현 의석 수준인 22석 안팎을 차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카디마의 약진은 창당 초기엔 여론조사가 우호적으로 나타나는 이른바 ‘신당 효과’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가자지구 철수를 찬성하는 국민이 57%에 달하는 것과도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찬성이든 인정이든 과반수의 국민이 가자 철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리쿠드당이 대세를 거스르고 있다는 것. 리쿠드당의 지지자 중 60% 이상이 카디마로 지지 정당을 바꿨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샤론 총리 한국 따라하기?

    가자지구 철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인간띠를 만들어 시위하고 있다.

    그런데 거침없던 신당의 행보는 엉뚱한 곳에서 제동이 걸렸다. 카디마가 차기 당수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2005년 12월18일, 샤론 총리가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것. 가자지구 철수의 강행, 당내 반발, 신당 구상과 창당, 선거 준비 등으로 인한 긴장과 격무가 77세의 노구를 쓰러뜨린 것이다. 샤론 총리는 곧 의식을 회복했고 “건강에 큰 이상이 없다”는 주치의의 발표가 있었지만, 그의 건강을 둘러싼 논란은 2006년 3월 선거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더욱이 신당 지도력의 다른 한 축을 담당하게 될 시몬 페레스는 82세로 샤론 총리보다도 나이가 많다.

    1997년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후보의 건강이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됐던 우리나라와 달리 이스라엘에선 생물학적인 나이가 부각된 적이 없다. 총리 사임이나 국회 해산 등으로 4년 임기를 다 채우는 내각이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다. 조기 총선이 일반화된 상황인지라 통치권자의 ‘유고’ 시를 걱정해야 할 필요가 없었던 것. 67년 3차 중동전쟁을 승리로 이끈 레비 에쉬콜 총리는 임기 중 74세로 사망했으나 이스라엘은 별 다른 혼란 없이 새 총리를 선출했다.

    하지만 이번 샤론 총리의 건강 문제는 신당 창당 직후와 2006년 총선을 앞두고 일어난 사건인지라 뜨거운 쟁점이 되었다. 그가 쓰러진 다음 날 ‘하아레츠’는 ‘새로운 어젠다-샤론의 건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상화되어 있는 미국처럼 왜 (총리의) 건강기록을 공개하지 않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내각제인 이스라엘에서는 원내 다수당의 당수가 총리가 되어 내각을 구성한다. 샤론은 카디마의 당수로 총선에 나설 것이 확실하다. 노동당은 11월 노동조합총연맹 의장 출신인 아미르 페레츠를 새로운 당수로 선출했다. 샤론이 떠난 뒤 표류하던 리쿠드당은 12월19일 전당대회에서 네타냐후 전 총리를 당수로 선출했다.

    고비 때마다 신당 창당을 반복해온 것이 지금까지의 한국 정치 상황이었다. 과연 이스라엘 정치가 한국 정치와 닮은꼴로 진행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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