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인기와 화제 속에서 취임했던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지지율 급락으로 위기에 몰렸다. 2003년 11월 캘리포니아 주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한때 71%라는 놀라운 지지율을 얻어 역대 캘리포니아 주지사 중 최고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 후보감이라는 소리까지 듣던 슈워제네거의 올 상반기 지지율은 겨우 34% 선. 순위로 따져도 미국의 주지사 50명 중 46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올 11월 주지사 선거에서의 재선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LA타임스’의 분석에 따르면 슈워제네거가 이처럼 정치적 위기에 몰린 것은 선생님들 때문.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프로포지션 98’로 알려진 학교 재정 강화법안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교원노조가 입안한 ‘프로포지션 98’의 기본 골자는 캘리포니아 주의 모든 공립학교에 지난해에 받았던 수준 이상의 보조금을 매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교원노조는 이를 통해 공교육의 질을 점차 향상시킬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20억 달러 도저히 승인할 수 없는 돈”
슈워제네거는 2003년 선거운동 당시만 해도 ‘프로포지션 98’을 지지했다. 프로포지션 98를 위해 주 헌법을 고치고 충분한 교육예산을 확보한다는 것은 그의 주요 선거공약 중 하나였다. 당연히 교원노조는 슈워제네거 후보를 지지했고, 이 지지는 슈워제네거가 그레이 데이비스 당시 주지사를 누르고 당선되는 데 큰 힘이 됐다. 당선 직후, 슈워제네거는 “프로포지션 98의 시행을 미룰 의향이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그런 일은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취임 1년이 지나면서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막상 정치인으로 변신한 슈워제네거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재정이 이미 파탄 상태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학교 예산을 늘리기는커녕 대폭 삭감해도 모자랄 상황이었다.
결국 2004년 말, 슈워제네거와 보좌관들은 교육예산을 동결하거나 삭감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슈워제네거의 지지율이 70%를 넘던 시점이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존 맥러플린의 말에 따르면 당시 슈워제네거의 인기는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을 정도”였다.
슈워제네거의 보좌관이자 아내인 마리아 슈라이버(NBC TV 앵커우먼이자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딸)의 친구 보니 라이스 역시 슈워제네거의 대중적 인기를 믿고 있었다. “1979년 마리아와 제가 에드워드 케네디의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일할 때였죠. 그때 우리는 할리우드의 디스코클럽에서 정치자금 모금파티를 열 계획이었는데 티켓이 잘 팔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당시만 해도 보디빌더였던 마리아의 남자친구 아널드를 불러냈죠. 그가 해변에서 파티 티켓을 팔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와 티켓을 사겠다고 아우성이었죠.”
문제는 캘리포니아 교원노조가 캘리포니아의 어떤 집단보다 정치적인 영향력이 크다는 데 있었다. 무려 33만5000명의 노조원을 보유한 교원노조는 주 의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정치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대부분 정치 신인이었던 슈워제네거와 보좌관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2004년 가을, 슈워제네거 측은 교원노조와 협상을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교원노조는 2006년의 주지사 재선거 때 슈워제네거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슈워제네거 역시 웬만하면 교원노조가 원하는 예산을 마련해주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프로포지션 98을 위해서는 최소한 18억 달러의 추가 예산이 필요했고, 교원노조는 프로포지션 98의 실시를 한 해 연기하자는 슈워제네거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슈워제네거가 취임한 뒤 캘리포니아의 세입은 50억 달러 증가했지만, 지출 규모는 100억 달러로 두 배나 늘어났다.
교육예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보건 부문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킴 벨시 주 보건장관은 슈워제네거가 아이들을 위한다며 교육예산을 늘린다면, 오히려 몇만 명의 가난한 아이들이 병원에도 못 갈 지경이 될 거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더구나 슈워제네거의 ‘최측근 참모’인 슈라이버도 보건 예산만은 절대 삭감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교원노조에선 민주당 후보 지원 선언
“그레이 데이비스도 도저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을 겁니다. 아니, 그 누구라도 현재의 주정부 시스템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요.” 슈워제네거는 한 인터뷰에서 답답한 심경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2005년 캘리포니아 주의 교육예산은 전년도 물가 인상률만큼만 증액되는 데 그쳤다. “교원노조가 요구하는 20억 달러 추가 예산을 승인하면 그 돈은 극빈층의 의료보험 지원에서 뺄 수밖에 없다. 난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슈워제네거가 솔직히 토로하자 교원노조는 매정하게 등을 돌렸다. 2005년, 교원노조는 슈워제네거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사태 해결을 위해 슈워제네거가 노조위원장인 현직 교사 바버라 커를 직접 만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 자리에서 슈워제네거는 특유의 친화력 있는 태도로 커에게 주 정부의 예산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커는 무뚝뚝한 태도로 주지사의 호소를 묵살했다. 슈워제네거의 한 측근은 보좌관 회의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우린 교원노조의 복수를 맛보게 될 거야.”
실제로 교원노조를 등에 업은 많은 로비스트들이 슈워제네거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커는 “지금은 전쟁 중”이라는 말로 교원노조의 비장한 심경을 표현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슈워제네거는 교원노조가 자기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아무튼 교육예산을 점차 증액하겠다는 게 슈워제네거의 기본 방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슈워제네거도, 그를 둘러싼 보좌진도 너무 순진했다. 노련한 정치인이었다면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 하지 않고 확실한 답을 회피하며 시간을 끌었을 것이다. 뒤늦게 실수를 절감한 슈워제네거는 “나는 교원노조에 빚을 졌다. 언젠가는 그 빚을 꼭 갚을 것”이라며 교사들의 마음을 되돌리려 애썼지만, 교원노조는 슈워제네거가 “약속을 깨뜨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슈워제네거는 5월의 한 연설에서 “앞으로 교육예산을 30억 달러 늘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캘리포니아 교원노조는 11월의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필 안젤리데스 후보를 지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LA타임스’의 분석에 따르면 슈워제네거가 이처럼 정치적 위기에 몰린 것은 선생님들 때문.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프로포지션 98’로 알려진 학교 재정 강화법안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교원노조가 입안한 ‘프로포지션 98’의 기본 골자는 캘리포니아 주의 모든 공립학교에 지난해에 받았던 수준 이상의 보조금을 매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교원노조는 이를 통해 공교육의 질을 점차 향상시킬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20억 달러 도저히 승인할 수 없는 돈”
슈워제네거는 2003년 선거운동 당시만 해도 ‘프로포지션 98’을 지지했다. 프로포지션 98를 위해 주 헌법을 고치고 충분한 교육예산을 확보한다는 것은 그의 주요 선거공약 중 하나였다. 당연히 교원노조는 슈워제네거 후보를 지지했고, 이 지지는 슈워제네거가 그레이 데이비스 당시 주지사를 누르고 당선되는 데 큰 힘이 됐다. 당선 직후, 슈워제네거는 “프로포지션 98의 시행을 미룰 의향이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그런 일은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취임 1년이 지나면서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막상 정치인으로 변신한 슈워제네거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재정이 이미 파탄 상태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학교 예산을 늘리기는커녕 대폭 삭감해도 모자랄 상황이었다.
결국 2004년 말, 슈워제네거와 보좌관들은 교육예산을 동결하거나 삭감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슈워제네거의 지지율이 70%를 넘던 시점이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존 맥러플린의 말에 따르면 당시 슈워제네거의 인기는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을 정도”였다.
슈워제네거의 보좌관이자 아내인 마리아 슈라이버(NBC TV 앵커우먼이자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딸)의 친구 보니 라이스 역시 슈워제네거의 대중적 인기를 믿고 있었다. “1979년 마리아와 제가 에드워드 케네디의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일할 때였죠. 그때 우리는 할리우드의 디스코클럽에서 정치자금 모금파티를 열 계획이었는데 티켓이 잘 팔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당시만 해도 보디빌더였던 마리아의 남자친구 아널드를 불러냈죠. 그가 해변에서 파티 티켓을 팔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와 티켓을 사겠다고 아우성이었죠.”
문제는 캘리포니아 교원노조가 캘리포니아의 어떤 집단보다 정치적인 영향력이 크다는 데 있었다. 무려 33만5000명의 노조원을 보유한 교원노조는 주 의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정치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대부분 정치 신인이었던 슈워제네거와 보좌관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2004년 가을, 슈워제네거 측은 교원노조와 협상을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교원노조는 2006년의 주지사 재선거 때 슈워제네거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슈워제네거 역시 웬만하면 교원노조가 원하는 예산을 마련해주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프로포지션 98을 위해서는 최소한 18억 달러의 추가 예산이 필요했고, 교원노조는 프로포지션 98의 실시를 한 해 연기하자는 슈워제네거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슈워제네거가 취임한 뒤 캘리포니아의 세입은 50억 달러 증가했지만, 지출 규모는 100억 달러로 두 배나 늘어났다.
교육예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보건 부문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킴 벨시 주 보건장관은 슈워제네거가 아이들을 위한다며 교육예산을 늘린다면, 오히려 몇만 명의 가난한 아이들이 병원에도 못 갈 지경이 될 거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더구나 슈워제네거의 ‘최측근 참모’인 슈라이버도 보건 예산만은 절대 삭감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교원노조에선 민주당 후보 지원 선언
“그레이 데이비스도 도저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을 겁니다. 아니, 그 누구라도 현재의 주정부 시스템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요.” 슈워제네거는 한 인터뷰에서 답답한 심경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2005년 캘리포니아 주의 교육예산은 전년도 물가 인상률만큼만 증액되는 데 그쳤다. “교원노조가 요구하는 20억 달러 추가 예산을 승인하면 그 돈은 극빈층의 의료보험 지원에서 뺄 수밖에 없다. 난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슈워제네거가 솔직히 토로하자 교원노조는 매정하게 등을 돌렸다. 2005년, 교원노조는 슈워제네거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사태 해결을 위해 슈워제네거가 노조위원장인 현직 교사 바버라 커를 직접 만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 자리에서 슈워제네거는 특유의 친화력 있는 태도로 커에게 주 정부의 예산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커는 무뚝뚝한 태도로 주지사의 호소를 묵살했다. 슈워제네거의 한 측근은 보좌관 회의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우린 교원노조의 복수를 맛보게 될 거야.”
실제로 교원노조를 등에 업은 많은 로비스트들이 슈워제네거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커는 “지금은 전쟁 중”이라는 말로 교원노조의 비장한 심경을 표현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슈워제네거는 교원노조가 자기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아무튼 교육예산을 점차 증액하겠다는 게 슈워제네거의 기본 방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슈워제네거도, 그를 둘러싼 보좌진도 너무 순진했다. 노련한 정치인이었다면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 하지 않고 확실한 답을 회피하며 시간을 끌었을 것이다. 뒤늦게 실수를 절감한 슈워제네거는 “나는 교원노조에 빚을 졌다. 언젠가는 그 빚을 꼭 갚을 것”이라며 교사들의 마음을 되돌리려 애썼지만, 교원노조는 슈워제네거가 “약속을 깨뜨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슈워제네거는 5월의 한 연설에서 “앞으로 교육예산을 30억 달러 늘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캘리포니아 교원노조는 11월의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필 안젤리데스 후보를 지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