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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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소리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요”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6-08-28 1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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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소리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요”
    여기, ‘대책 없이’ 축구에 미친 사람이 있다. 20대부터 축구 자료를 모으기 시작해 5000여 점의 셀렉션을 꾸린 이재형(45·베스트일레븐’ 기획부장) 씨. 서울 성북구 보문동 그의 집에는 방마다 축구 자료가 쌓여 있다. 이들 자료를 사 모으는 데 쓴 돈은 5억원가량.

    “어린 시절부터 축구가 마냥 좋았습니다. 1980년대 초부터 축구와 관련된 것을 닥치는 대로 모으기 시작했죠.”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에 사용된 축구공을 들고 이집트에서 8월11일 귀국했다. 보물 다루듯 ‘4강볼’을 만지는 표정이 꼭 어린아이 같다.

    “축구공을 보관하고 있던 당시 주심 가말 알 간두르 씨를 어렵게 설득해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도 축구에 미친 사람이 적지 않지만, 그는‘축구자료 수집가’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축구 마니아다.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뒤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원하던 인생은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자주 들더군요. 그래서 1992년 축구전문잡지 ‘베스트일레븐’으로 직장을 옮겼어요. 천직을 찾은 셈이죠. 얼마나 좋던지, 한동안 남들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하고 1시간 늦게 퇴근했습니다.”

    지금까지 그가 수집한 자료는 약 5000점. 그중 2000여 점은 수원 월드컵경기장의 월드컵기념관에 전시돼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전에 사용된 ‘안정환 골든볼’을 비롯해 역대 한국 축구대표팀 유니폼과 축구화, 북한 대표팀 유니폼 등 값으로 따지기 힘든 물품 2000여 점을 수원시에 기증했습니다.”

    그가 가장 아끼는 소장품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 당시 대표팀 스트라이커이던 고 최정민 씨의 축구화. 영국의 한 축구 소장가에게서 구입했다고 한다. 그의 꿈은 축구도서관과 축구박물관을 세우는 것이다.

    “늙어서는 축구박물관을 운영하면서 소일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자료를 모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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