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국제공항 활주로에서 포즈를 취한 지양일 기장.
8월14일 오전 9시40분 김포공항에서 제주항공의 양양발(發) 비행기에 올랐다. 기존 항공사의 비행기보다 실내가 좁고 소음이 좀더 큰 것 외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듯하다. 이착륙 시간이 짧고 비행고도가 4500m로 비교적 낮아 밖이 잘 보인다는 것은 장점으로 다가왔다. 이 ‘7C 0301’ 편의 선장은 지양일(61) 기장. 공군 공수비행단에 근무하다 1985년 대한항공에 입사, 지난해 8월 제주항공에 합류한 비행 경력 40년의 베테랑 비행사다.
“아무래도 프로펠러 비행기가 낯설어서인지 안전성에 대해 염려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직접 이 비행기를 몰고 있는 저로서는 안전성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
Q-400 프로펠러기 무사고
제주항공이 도입한 비행기는 캐나다 봄바디어사의 Q-400. 프로펠러가 비행기 몸체 밖에 달려 있어 외관부터가 독특하다. 제트기가 몸체 안쪽에 달린 팬에서 30%의 동력을 얻는다면, Q-400은 동력의 70%를 프로펠러에서 얻는다. 그 때문에 실내에서 들리는 소음이 좀더 클 수밖에 없다. 지 기장은 “대신 비행기 밖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적어 친환경적인 비행기”라고 소개했다. 1998년 처음 생산된 Q-400의 사고 전력은 전무(全無). 제주항공은 “현재 12개국에서 124대가 운항 중이며, 모두 87만 회의 이착륙 비행 중 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자랑한다.
“비행기는 작고 가벼울수록 안전합니다. 또 대부분의 비행기 사고는 이착륙할 때 발생하는데, Q-400은 이착륙 시간이 짧아 더 안전하다고 할 수 있지요. 무엇보다 비행기의 안전은 조종사의 경험과 실력에 달려 있습니다.”
47명(기장 25명, 부기장 22명)의 제주항공 조종사들의 평균 비행 경력은 높은 편이다. 네 명 중 한 명이 기존 항공사의 정년에 가까운 나이다. 지 기장 또한 지난해 6월 대한항공에서 정년퇴직을 한 다음 제주항공으로 옮겨왔다. 제주항공은 경험이 많은 베테랑 조종사들을 영입하기 위해 정년을 63세로 늘렸기 때문. 지 기장은 “이미 퇴직한 친구들이 전화를 걸어와서는 부럽다고 한다”라며 웃었다.
“비행조종사는 ‘호적 나이’보다 ‘건강 나이’가 훨씬 유의미합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정년이 없는 항공사도 있어요.”
지 기장은 건강관리를 위해 10년째 속보 운동을 하고 있다. 매일 한 시간 반씩 집 근처를 속보로 걷는다. 그 덕분인지 지 기장은 10년은 젊어 보였다.
35분이 걸려 도착한 양양국제공항. 비행기는 착륙 전 동해바다 위에 잠시 멈춰 섰다. 오전 10시가 갓 지났을 뿐인데도 뜨거운 햇살을 피해 동해바다로 뛰어든 사람들의 싱그러운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다시 김포공항으로 돌아온 시각은 오전 11시30분. 지 기장은 “오전 6시30분에 부산발 비행기를 몰았다”고 했다.
“점심 전에 부산과 양양을 다녀왔으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게 사는 사내 아닐까요?(웃음) 적지 않은 나이에도 승객들을 안전하게 모시고 다니는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