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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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괴물 ‘체벌 중독’ 선생님

  • 입력2006-08-28 13: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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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4년 늦봄의 어느 날이던가. 당시 고2였던 기자의 짝이 담임선생님께 불려나갔다. 그러고는 교탁 앞에서 선생님께 왼뺨, 오른뺨을 번갈아가며 100여 대를 맞았다. 이유는 단지 아침 자습시간에 자리를 떠나 물을 마셨다는 것, 그뿐이었다. 기자를 비롯한 동급생들은 경악했다. 그 후 우리 중 누구도 자습시간엔 물을 마시지 않았다.

    같은 해 여름날로 기억한다. 기자는 3교시 수업 중 몰래 도시락을 까먹었다. 한창 배고플 나이니 그런 소소한 일탈이 학생들 사이에서는 빈번했다. 이를 눈치 챈 수학 선생님은 묵묵히 칠판 가득 수학공식을 쓴 뒤 딱 한마디 던지셨다. “다음부턴 나무젓가락 갖고 다녀라.” 이후 수업시간에 도시락을 먹은 적이 없음은 물론이다. 190cm의 키에 우락부락한 외모를 가진 그의 별명은 당시 ‘다리 찢기’ 수비로 인기였던 OB베어스의 1루수를 빗댄 ‘신경식 선생님’이었다.

    얼마 전 지각생 2명에게 100~200대나 매질을 한 대구의 모 고교 교사는 ‘신경식 선생님’ 같은 분에게서 가르침을 받지 못한 모양이다. “수능시험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아 학생들의 정신 자세를 가다듬어주기 위해 체벌했다”고 해명했다지만, 과연 그런가. 학생을 수백 대씩 때리는 건 정상적인 행위가 아니다. 더욱이 체벌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시점에서 벌어진 일이니 단순한 과잉 체벌의 문제를 넘어선다.

    학생들이 사표(師表)로 삼을 교사들은 점점 줄어만 간다. ‘체벌 중독’에 빠진 ‘괴물’이 교육현장 곳곳에서 출몰할수록.

    ‘유권무죄 무권유죄(有權無罪 無權有罪)’. 맞는 말이다. 6월, 출입처 여직원을 성추행한 MBC 보도국 이모 기자에 대한 징계 번복은 시청자들에 대한 ‘추행(醜行)’이다. MBC로선 자충수(自充手)다.



    당초 회사 명예실추를 이유로 해고가 결정됐던 이 기자가 8월14일 재차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정직 6개월로 ‘기사회생’했으니, ‘코드 사면’으로 비판받는 이번 ‘광복절 특사’와 참으로 어울리는(?) 한 쌍이 아닐까 싶다.

    이 기자가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인사의 아들이 아니었더라도 징계 번복이 가능했을까? 이 기자 스스로 청구한 재심에서도 바뀌지 않은 해고 결정이 최문순 사장의 재심 요청에 뒤집어졌다니 공영방송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오죽하면 MBC 직원들까지 반발했겠는가.

    해고를 면해도 가한 자나 당한 자, 그 사실을 아는 모두에게 ‘성추행의 추억’은 남는다. 그래서일까. 8월18일 이 기자는 결국 사직서를 냈다. 최 사장은 자신의 ‘개입’이 이 기자와 MBC에 더 가혹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정녕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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