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3

2006.09.19

동북공정 노골화 한국 출판계 ‘감감’

  •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입력2006-09-18 1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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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북공정 노골화 한국 출판계 ‘감감’
    고구려에서 시작해 고조선, 발해까지 한국 고대사를 통째로 삼키려는 중국의 역사 왜곡이 한층 노골화되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변강사지연구중심(연구센터)에서 최근 발표한 논문들은 한반도의 역사가 중국의 속국인 기자조선에서 출발한다거나, 발해는 당에 속한 말갈족의 지방정권이며, 한강 이북은 중국 땅이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또 1713년 조선이 세운 백두산정계비는 국제적 사기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나아가 중국은 아리랑, 김치 같은 한민족 고유의 문화까지도 원래 중국 것이었다고 억지를 부린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한-중 간 고대사에 대한 정치 쟁점화 금지를 약속한 2004년 이래로 중국의 역사 왜곡은 없다고 철썩같이 믿으며 수수방관했다. 그사이 중국은 2002년 동북공정에 착수해 2007년까지 5개년 계획으로 27편의 논문을 준비해왔으며, 이번에 논문 18편의 초록을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이 대목에서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 시나리오는 이미 2002년에 시작해 2004년에 표면화됐다는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이렇다 할 연구결과를 내놓지 못한 학계와, 국민들에게 우리 고대사의 진실을 널리 알리는 창구가 돼야 할 출판계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최근 2년 사이 출간된 한국 고대사 관련 책들을 보자. 드라마 ‘주몽’이나 ‘연개소문’의 인기에 힘입어 쏟아져 나온 어린이 교양물이나 소설류가 대부분이다. 이런 책들은 고대사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기는 하지만, 역사 왜곡을 겨냥한 칼이 되지는 못한다. 그나마 가장 눈에 띄는 책은 윤휘탁의 ‘신중화주의’(푸른역사, 2006)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동북공정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한국 고대사 지키기’라는 학술적 대응을 넘어 향후 한반도 정세 변화와 중국 동북 변강의 상관성, 동북아 질서의 변화상 등을 철저히 분석하고, 중국의 국가관과 국가 이데올로기, 영토관, 중국의 한반도 인식과 전략 등을 촘촘히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구절절 옳다. 하지만 이 책 역시 상대의 전략을 분석하고 우리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서 멈췄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동북공정을 무너뜨릴 새로운 논리를 마련해야 한다.

    1년 전 ‘고조선 사라진 역사’(성삼제 지음)를 만들 때의 일이다. 연나라 화폐인 줄로만 알고 있던 명도전의 출토 분포가 일부에서 주장하는 고조선의 강역과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 덧칠한 흔적이 너무나 뚜렷한 ‘삼국유사’ 임신본의 글자, ‘삼국유사’에 고조선의 옛 수도인 아사달이 관성의 동쪽에 위치했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관성은 만리장성 동쪽 끝 관문인 산해관을 가리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때마다 편집자로서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이 나오면 학계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까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재야에서나 하는 소리”로 묻혀버렸다. 그리고 지금 또다시 ‘중국의 동북공정을 2년간 까맣게 몰랐다’는 기사를 접해야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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