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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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친구, 그리고 살인의 파장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3-12-19 1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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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친구, 그리고 살인의 파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 영화 ‘미스틱 리버’에는 이스트우드가 등장하지 않는다(그는 이 영화의 감독이다). 그러나 그의 이름만 믿고 갔다가 그가 나오지 않았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스트우드는 벌써 10여편의 영화를 만든 중견 감독이고 종종 그는 자신의 스타 파워와 무관한 상당히 좋은 영화들을 뽑아낸다. ‘미스틱 리버’ 역시 그런 영화들 중 하나다.

    데니스 르헤인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미스틱 리버’는 보스턴에서 나고 자란 세 명의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지미 마컴(숀 펜 분)은 출소한 뒤 ‘손을 씻고’ 작은 잡화상을 운영하는 전과자고, 숀 디바인(케빈 베이컨 분)은 형사이며, 데이브 보일(팀 로빈스 분)은 어린 시절 당한 성폭행의 기억에 시달리는 위태로운 남자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던 이들의 관계는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느슨해지지만, 25년 뒤 지미의 딸 케이티가 무참하게 살해되면서 다시 전면에 떠오른다. 특히 케이티가 살해되던 날 데이브가 수상쩍은 상황에서 피를 흘리며 돌아온 뒤로는.

    ‘미스틱 리버’는 수사물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범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큰 비중을 두지는 않는다. 영화가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사건의 진상이 아니라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죄와 그 상흔에 관한 것이다.

    ‘미스틱 리버’에서 죄는 책임전가가 가능한 구체적인 악행이 아니라 뒤에 남기는 상처를 통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과의 고리 같다. 영화가 끝날 무렵 범인은 체포되지만 상처는 여전히 남으며, 그 사건에 따른 고통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영화는 보스턴 노동자 계급 내에서 일어난 작은 살인사건을 그리면서 그 이야기를 장엄한 운명의 비극으로 확장시킨다.

    ‘미스틱 리버’는 차분하고 조용하며 겸손한 영화다. 이스트우드는 쓸데없는 감독의 자의식 따위는 잠시 접고 조용한 직설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러면서도 배우 출신의 감독답게 숀 펜, 팀 로빈스, 케빈 베이컨, 로라 린니, 마샤 개이 하든과 같은 거물급 배우들의 장점들을 기가 막히게 뽑아낸다.



    펜의 오페라적이기까지 한 장엄한 과장과 베이컨의 절제된 미니멀리즘, 로빈스의 고통스러운 내면 연기가 어떻게 하나의 틀 안에서 버무려지는지 감상하시라. 그것만으로도 ‘미스틱 리버’는 훌륭한 구경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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