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어린이집에 다니던 J양은 원장으로부터 온몸에 피멍이 들 정도의 폭행을 당했다.
사건 발생 후 인천 남동구는 해당 어린이집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고 즉시 원생들을 소개하라고 지시했지만, 학부모들은 아이를 계속 그곳에 보내며 ‘참스승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구속영장에 기록된 C원장의 죄목은 ‘길이 약 1m의 막대기로 피해자(어린이집 원아)들을 수십 차례 때리고,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수세미에 빨랫비누를 묻혀 입을 문질렀다’ 등. 부모들은 이 같은 혐의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재판부에 “누가 뭐라 해도 원장 선생님은 사회의 참스승이십니다.”(Y씨) “제가 능력만 된다면 이 훌륭한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께 교육부 장관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습니다”(K씨)와 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보내고 있다.
심지어 11월5일부터 6일까지 하룻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하며 140여대의 회초리를 맞은 것으로 밝혀진 원생 J양(7)과 M군(10) 남매의 부모까지 원장 구명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기자가 C어린이집을 찾아간 12월11일, 그곳에는 기존 원생 13명 가운데 J양과 M군, 그리고 바로 전날 어린이집을 옮긴 2명을 제외한 9명이 모여 수업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기자를 발견하자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히며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건넸다. 갑자기 나타난 낯선 이가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눈빛을 하고도 입만은 방긋 웃는 모양새였다. 지도교사에게 “선생님, 이분은 누구십니까”라고 묻는 말씨 또한 그 나이 또래의 여느 아이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밤새 회초리 140여대 … 부모는 원장 구명 탄원
이러한 예의범절은 모두 평소 C원장의 철저한 교육을 통해 훈련된 것. 폭행사건 이후 어린이집을 떠나 아동학대예방센터의 보호를 받고 있는 M군은 경찰 조사에서 “C선생님은 항상 웃으라고 하시고, ‘그랬어요’라고 하지 말고 꼭 ‘예, 그렇습니다. ○○하십니까?’라고 하라고 하세요”라고 진술한 바 있다.
그의 일기에는 “아침에 늦잠을 자고도 원장 선생님께 ‘늦게 일어나 죄송합니다’라고 인사하지 않고 평소처럼 ‘안녕히 주무셨습니까’라고 말했다가 ‘뻔뻔하다’는 이유로 회초리를 맞았다”는 부분도 있다. 그는 이 잘못 때문에 “인정을 바로 안 해서 회초리 맞습니다”라고 한 글자씩 복창하면서 글자 수에 따라 15대를 맞았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M군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10월 한 달 동안 1, 4, 5, 6, 7, 8, 10, 11, 12, 13, 18, 24, 25, 28일 각각 서로 다른 이유로 체벌을 받았다. 하루에 두 차례 지적을 받은 날도 있고, 어떤 날에는 ‘핑계를 댄다’는 이유로 수세미에 가루비누를 묻혀 입과 입안을 문질러 닦이는 벌을 받기도 했다. 어린이집측은 이 수세미가 상처가 나지 않는 스펀지 형태였고 비누도 묻히지 않은 새것이었다고 주장했지만, ‘핑계’를 이유로 아이의 입을 수세미로 닦은 것 자체는 시인했다. C어린이집 아이들은 이처럼 혹독한 훈련 과정을 통해 ‘예의 바른 아이’로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예의 범절을 제외하고도 C어린이집은 인근에 ‘스파르타 훈련으로 모범생을 길러내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글쓰기 산수 동시 동요 율동 수화 수영 스케이트 한국무용 발레 국악 인라인스케이트 피아노 태권도 등을 배우고, 영어와 컴퓨터는 각각 전문 선생님에게 따로 배우는 다양한 공부를 했다.
3살 때부터 이곳에서 자란 초등학교 3학년 K양은 기자의 여러 질문에 “C선생님께서는 저희를 이유 없이 때린 적이 한 번도 없으십니다” “여기서 이것저것 많이 배워서 학교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합니다”와 같이 ‘똑떨어지는’ 문장으로 대답했다. 이러하니 맞벌이 학부모들은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원장 구속 후에도 C어린이집 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어린이들.
J양의 담임인 K교사(54)는 “J가 학교생활을 일일이 기록해 C원장의 검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J를 불러 ‘이제는 그런 거 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는데, 다음날 아이가 복숭아뼈 위까지 멍 자국이 보일 만큼 매를 맞고 등교했다. 학교 선생님께 자신을 모함했다고 C원장이 혼을 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J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K교사의 교무일지에는 J양의 글씨로 “C선생님 모함하고 선생님 말씀만 잘 들어서 밥 점심, 저녁 굶고 발바닥 100대 넘게 맞고 손바닥도 맞았어요. 6월9일”이라고 적힌 종이가 끼워져 있다. K교사가 J양의 어머니에게 어린이집을 옮기도록 권유하려고 증거로 받아둔 것이다.
하지만 6월13일 학교를 찾은 J양의 어머니 L씨는 “아이가 거짓말을 많이 하고, 잔머리를 쓰는 경향이 있으니 J를 너무 믿지 마시라”는 말만 남긴 채 돌아갔다. 모 은행에 과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만큼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인 L씨는 “우리 아이들은 세 살 때부터 C어린이집에서 자라왔고, 원장님은 나보다 우리 아이들을 더 잘 아시는 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발언은 이번 탄원서에도 그대로 적혀 있다.
엄격한 일상관리와 체벌로 벌써 소문
이처럼 아이의 행실을 철저히 챙기고, 다양한 훈육 방법을 통해 ‘모범생’을 만들어주는 C원장식 육아법을 부모들은 ‘요즘 보기 드문 참교육’이라고 환영한 듯하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인 학부모 Y씨는 “어린 시절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아이들은 커서도 통제가 안 된다. 체벌 없이 아이를 바르게 키운다는 것은 환상 아닌가. 전문가들은 적당한 체벌을 가하면서 아이를 엄격히 지도하는 C원장의 교육 방식이 올바른 것이라는 걸 다 알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C원장과 학부모들은 과도한 체벌을 이상하게 여기는 학교교육에 반발했다. C원장은 학부모들에게 곧잘 “외국 경우를 봐도 사회의 엘리트들은 기숙학교에서 자라지 않느냐. 조만간 우리 어린이집을 민족사관고 같은 기숙학교로 만들어 아이들을 24시간 지도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담임교사 등이 학부모 면담을 통해 “잠은 집에서 재우라”고 이야기했지만, 부모들은 C원장에 대한 신뢰를 접지 않았다. 오히려 L씨는 탄원서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서부터 버릇이 나빠져 C선생님이 고생을 했다”고 적기까지 했다.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기대치만 점점 높여갔던 것으로 보인다. M군은 10월11일 “점심때 원장 선생님 말씀 잘 듣겠다고 약속해놓고도 저녁에 2층 청소를 하지 않고 학교숙제를 해서 ‘(몸) 안에 있는 악마가 빠져나갈 때까지 맞아야 한다’며 막대기, 회초리 등으로 엉덩이, 종아리, 허벅지를 수차례 맞았다”고 기록했다. 그 다음날엔 “어제 악마를 내보냈는데도 또 늦잠을 잤다”는 이유로 벌을 받았다.
J양은 어린이집에 놓아둔 사탕을 훔쳐먹다가 ‘도벽이 있다’는 이유로 절 2000번 하기의 벌을 받았고, 초등학교 1학년 H군은 통학버스에서 졸았다가 무릎이 퉁퉁 붓도록 매를 맞기도 했다. 맞는 것이 두려워 “졸지 않았다”고 답하면 거짓말 한 죄가 추가됐다. “거짓말을 해서 회초리 맞습니다”라고 복창하며 그 수만큼 매를 맞아야 했다. 어떤 식으로든 잘못과 처벌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워지는 이 상황 속에서 J양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고 병원에 실려간 11월6일의 상황은 이미 예비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학부모와 C어린이집측은 어린이들에게 가해진 모든 체벌은 잘못에 대한 벌이었으며, 잘할 경우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체벌이 아이들을 예의 바르고 절도 있는 모범생으로 키우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한 학부모는 “그날 사건은 선생님의 열정 과잉이 빚은 실수였을 뿐이다. 우연한 사건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해야 한다는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C어린이집에 남아 있는 아이들 역시 또렷한 목소리로 “잘못하지 않으면 맞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아동학대예방센터 홍현정 팀장은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모든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신경쇠약에 걸리는 등의 문제를 보이므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 부모들은 주눅들고 창의력 없는 아이를 모범생이라고 착각 하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워했다.
C원장 구속 이후 어린이집을 맡아 운영하고 있는 큰딸 P씨(30)는 자신들을 ‘폭력교사’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설사 우리가 남들이 입모아 말하는 ‘아동학대’ 행위를 했다 해도, 그 모든 것은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 하나로 한 것이다. 결과는 미래가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 진행된 그 고된 교육 기간 동안 아이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지금도 여전히 ‘참교육의 현장(?)’에서 공부하고 있는 그 아이들은 먼 훗날 과연 자신들의 유년 시절을 행복했다고 기억할 수 있을까.
C원장의 유죄 여부는 법원에서 가려지겠지만, 이 아이들의 삶과 미래에 대해서는 교육 문제를 고민하는 모든 어른들이 함께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