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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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수 없는 그날까지 나서야죠”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3-12-19 13: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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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심수 없는 그날까지 나서야죠”
    “아직도 700명에 가까운 양심수들이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이들이 모두 풀려날 때까지 목요집회는 계속될 것입니다.”

    12월1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열린 500회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목요집회에 참가한 임기란씨(74)는 ‘양심수 석방’을 힘주어 외쳤다. 목요집회는 1993년 시국사건으로 구속된 ‘양심수’의 가족들이 모여 자식들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의 외침은 10여년의 세월 동안 계속됐고, 이날 500회를 맞은 것. 임씨는 그 사이 관절염 수술로 단 한 차례 빠진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집회에 다 참가해왔다.

    “1985년 서울대에 다니던 막내가 구속됐어요. 처음에는 얌전하고 효자인 아들이 감옥에 갇힐 만한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놀랐죠. 하지만 곧 죄인은 우리 아들이 아니라 양심적인 청년들을 감옥에 보내는 사회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세상을 향해 진실을 알리자’고 마음먹은 것이 민가협 운동의 시작이었어요.” 이때부터 임씨는 고난을 상징하는 보라색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다른 어머니들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임씨는 1999년 민가협 어머니들의 도움으로 40여년 만에 출소한 장기수들이 목요집회장을 찾아 감사인사를 전했던 일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오랜 싸움의 과정에서 임씨는 척추 수술을 해야 할 만큼 극심한 퇴행성관절염을 얻었고 당뇨, 난청 등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처음 이 길에 들어서게 한 아들은 취직해 두 아이의 아버지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만, 임씨는 목요집회 참석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빨갱이 어미라고 욕하며 가는 행인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요새는 ‘고생하신다’며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이 더 많죠.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겁니다. 진정한 민주화가 이뤄질 때까지 목요집회에 계속 참가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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