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유리벽을 친 광개토대왕 비각 앞에 선 오효정씨(오른쪽). 원 안은 박영록 전 의원.
경남 진주에서 태화건설이라는 작은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오효정 회장(64)은 이러한 사태를 남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고구려에 대한 관심이 적을 때인 1996년, 박영록 전 의원 등과 함께 방치돼 있던 광개토대왕비 정비작업을 벌였다. 개인 돈으로 회사 기술진을 동원해 비석이 더 이상 풍찬노숙(風餐露宿)하지 않도록 한국식 비각을 세우고, 비각 주변에 화강암 계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2.6km의 주변도로를 깨끗이 포장하고, 한국적인 정취가 나도록 소나무를 심었다. 당시 오회장은 광개토대왕비 주변에 있던 민가를 철거해 성역화하고 싶어했으나 중국의 반대로 실현하지 못했다. 오회장이 이 일을 할 때 중국측은 못마땅해하면서도 일단 받아들였다. 오회장이 “내가 너희의 관광사업을 도와주는데 왜 못마땅해하느냐”며 밀어붙이자, 중국 관료들은 “그렇다면 돈이라도 좀 달라”고 한 뒤 마지못해 승인했다는 것. 그런데 지금 와서 중국은 고구려가 자기네 역사라며 대대적으로 고구려 유적 복원사업에 나섰다. 중국은 지안(集安)시 일대를 유네스코 등록 문화재로 만들기 위해 동북공정을 추진하는 것인데, 이러한 복원을 하려니 ‘고구려사는 중국 역사의 일부다’라고 주장하게 된 것이다.
현재 중국측은 오회장이 만든 비각과 도로는 그대로 둔 채 비각 주위에 유리벽을 쳤다. 그러나 한국 정취를 위해 심은 소나무와 대한민국 경남에 사는 오효정이 비각을 세웠다는 기념비는 뽑아버렸다.
고구려사를 기리기 위해 홈페이지(www.ohyojung.com)를 운영해온 오회장은 “영토는 되찾지 못하더라도 남의 나라에 있지만 우리 유산은 우리 손으로 다듬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