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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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닮은 그곳서 아시아를 보다

  • 입력2003-12-19 1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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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닮은 그곳서 아시아를 보다
    “아, 인도차이나! 식민지와 전쟁의 비극, 위대한 문명과 자연의 매혹이 공존하는 땅, 한반도를 닮은 인도차이나, 인도차이나를 닮은 한반도, 내가 인도차이나에 끌렸던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제국주의의 식민지, 독립에 뒤이은 극심한 전쟁 참화, 가난과 질병과 폭력이 지배하는 사회. 인도차이나의 현대사는 한반도의 그것과 너무도 닮았다. 더욱이 우리는 그곳 전쟁터에 파병한 전력이 있다.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으면서도 우리에게는 인도차이나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이 드물었다.

    대학 때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당했고, 전국노동자협의회 등 사회단체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작가 유재현씨(41·사진)가 5년 전부터 인도차이나 3국(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곳곳을 10여 차례 이상 방문한 경험을 담은 기행서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를 내놓았다.

    “1998년 말 우연히 방콕에서 육로로 캄보디아에 가게 됐습니다. 90년대 초 동구권이 붕괴되고 이데올로기의 종말을 얘기한 지 한참 지났지만 인도차이나 3국은 그때까지도 이념이 지배하는 사회였습니다. 97년 7월엔 캄보디아에서 쿠데타도 있었고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캄보디아에 들렀다가 돌아오면서 인도차이나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책 열댓 권을 사와 호기심을 풀어나갔고, 99년에는 8개월 정도 베트남에 머물며 돌아다녔습니다.”

    이에 대한 기록인 이 책에서 유씨는 인도차이나의 현대사에 상처를 남긴 강대국의 횡포와 야만을 샅샅이 고발하는 동시에 그에 맞서 힘겹게 싸워온 인도차이나 민중들에게 진한 애정을 보낸다. 이와 함께 여전히 철권통치의 늪에 빠져 있는 3국의 현실에도 날카로운 비판의 잣대를 들이댄다.



    “베트남은 미국이 패퇴한 인도차이나에서 스스로 패권주의자가 되고자 했습니다. 그들은 인도차이나의 소비에트이기를 원했습니다. 통일 베트남의 군사엘리트들은 라오스에 병력을 주둔시켰고, 형제국인 캄보디아를 무력으로 침공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안으로는 철권 강압통치, 밖으로는 호전적 패권주의를 부르짖은 것은 ‘혁명가’ 호치민의 베트남 우선주의가 빚은 비극입니다.”

    인도차이나에 대한 유씨의 천착은 우리 현실에도 반면교사 역할을 한다. 유씨는 노무현 정부가 주창하는 동북아 중심국가도 베트남처럼 하위제국주의의 발상이라면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시아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한국 모습을 봐야 한다는 것.

    내년 초 유씨는 인도차이나에서의 여행 경험을 담은 연작소설집 ‘시하눅빌 스토리’와 장편소설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 책에서도 그는 기행문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시아에서의 우리는 무엇인지 진지하게 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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