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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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車’ 이번엔 제대로 된 주인 만날까

부채 감소 흑자 기조로 매각 수리 완료 … 외국계 등 5~6곳 인수제안서 제출 ‘눈독’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3-12-18 1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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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車’ 이번엔 제대로 된 주인 만날까
    채권단도 놀라고 시장도 놀랐다.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 매각 입찰에 “세계 자동차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회사”(채권단 관계자)를 비롯해 외국계 회사 5∼6곳이 인수제안서를 제출하자 매각 주체인 채권단(주 채권은행·조흥은행)은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12월11일 인수제안서 접수 마감에 앞서 GM과 르노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쌍용차의 주가는 가파른 오름세를 탔다. 12일 종가는 1만850원. 올 들어서도 한동안 3000원대를 유지했던 주가가 1997년 1월 1만원대가 무너진 후 7년 만에 다시 ‘1만’ 자를 찍은 것이다.

    채권단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GM, 프랑스의 르노, 중국의 란싱(藍星) 상하이기차공업집단공사(SAIC) 등이 쌍용차 매각 입찰에 참여했다. 최근 3년간 비공개로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쌍용차는 세계 자동차업계로부터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GM과 포드가 쌍용차 실사에 나서는 등 인수를 검토하다 포기했고, 푸조 또한 쌍용차에 관심을 보이는 듯하다 백지화하는 등 인수 주체가 전무한 상황이었다. 쌍용차 관계자에 따르면 채권단이 프랑스 PSA그룹(시트로엥 등 생산)을 공장에까지 초청해 인수를 요청했으나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인수한 기업이 망하는 40년 역사

    쌍용차가 어떤 회사인가. ‘돈 먹는 하마’가 아니었던가.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한 임원은 쌍용차를 ‘독이 든 사과’에 비유했다. 언뜻 보기에 먹음직스러워 멋모르고 삼켰다 쌍용 대우 등이 낭패를 봤다는 것. 1962년 동방자동차 시절 이래 한국에서 쌍용차를 인수한 기업은 모두 도산했다. 그것도 그룹 전체가 통째로 스러지는 아픔을 겪었다. 앞서 그 임원은 “쌍용차의 40여년 역사는 인수한 기업이 망하는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쌍용그룹의 부실은 1986년 김석원 전 회장이 경영난을 겪고 있던 동아자동차를 인수하여 무리하게 투자에 나선 데서 비롯됐다. 95년 쌍용차는 체어맨을 선보이며 승용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시한폭탄처럼 어음이 돌아왔다”는 게 당시 쌍용차 임원의 설명이다. 자동차에 ‘취미’가 있다는 김 전 회장의 상식을 넘어선 투자도 쌍용차를 반듯한 회사로 만들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결국 쌍용차는 97년 말 대우자동차(이하 대우차)에 팔린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꾀’에 넘어가 쌍용차의 부채 3조4000억원 중 절반인 1조7000억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쌍용차를 넘긴 쌍용그룹은 떠안은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몰락의 길로 접어든다. 독이 든 사과를 인수하는 모험에 나섰던 대우차 역시 대우그룹의 좌초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누비라 라노스 레간자 등 독자모델 3총사에 대한 무리한 투자와 쌍용차 인수가 대우그룹의 붕괴를 가속화했음은 물론이다.

    쌍용차 노조는 “자금 회수에 눈이 먼 채권단이 흑자를 내는 멀쩡한 회사를 헐값에 넘기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쌍용차는 세계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쌍용차는 경쟁력의 핵심인 엔진과 전자조절장치, 자동변속기 등의 기술에서 세계 수준에 적잖게 뒤떨어져 있다. 이는 신차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내수 위주의 수익구조에 기인한 쌍용차의 구조적 한계도 막대한 투자 없이는 쉽게 개선되기 어렵다. 최근까지 인수를 원하는 회사가 나타나지 않았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쌍용車’ 이번엔 제대로 된 주인 만날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쌍용차 인수전을 지켜보는 현대차의 자세는 느긋하다. 현대차는 대우차 매각과정에선 국내시장의 지위 하락을 우려해 다소 긴장했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속담처럼 가격이나 부풀리자는 심산으로 대우차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정도. 그러나 쌍용차 매각을 바라보는 현대차의 시선은 무관심 그 자체다. 쌍용차의 구조적 한계를 잘 알고 있는데다, GM과 르노가 한국 내수시장에 뛰어들어 보여준 별 볼일 없는 성과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현대차 마케팅본부 관계자는 “국내시장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갖춘 GM이 쌍용차를 인수하더라도 3∼4년은 지나야 자리를 잡을 것”이라며 “인수 이후에도 한동안은 현재 각각 10% 안팎인 GM대우와 쌍용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합친(20%)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쌍용차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던 외국업체들이 느닷없이 쌍용차를 따먹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3년 전보다 쌍용차의 재무구조가 견실해졌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채권단이 1조3000억원의 빚을 자본금으로 바꿔줌으로써 쌍용차의 부채는 2000년 말 3조425억원에서 1조3748억원으로 줄었다. 여기에 내수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쌍용차는 2001년부터 흑자로 전환해 해마다 3000억원 넘게 순이익을 내고 있다. 맛은 모르겠으되 독이 든 사과에서 독은 거의 빠진 셈이다(표 참조).

    매각까지는 상당한 시일 소요

    GM은 GM대우의 라인업에 쌍용차의 SUV를 추가함으로써 한국시장에서 시너지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것(파이낸셜타임스)으로 해석된다. 최근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업체로서는 불공정하게 느껴질 환율 이점을 누리고 있는 현대차의 모국(母國)이자 자신들의 적국(敵國)인 한국에서의 판매 확대를 통해 균형을 회복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매출이 급감해 조업을 중단하는 등 한국시장에서 죽을 쑤고 있는 르노 역시 르노삼성의 2개 차종(SM3, SM5)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쌍용車’ 이번엔 제대로 된 주인 만날까

    쌍용그룹의 붕괴는 쌍용차에 대한 김석원 전 회장(사진)의 무리한 투자에서 기인했다.

    한국 내 법인을 통한 중국 수출에는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GM과 르노가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한 것은 한국 내수시장을 노린 것이지 중국 등 메이저 전장(戰場)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 자동차시장의 판세를 가늠할 요충지다. 업계는 2010년까지 약 500만대의 승용차(RV SUV 등 포함)가 중국에서 팔릴 것으로 내다본다. 2010년까지 중국에서 ‘메이저 플레이어’가 되지 못하면 간판을 내려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GM 등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은 이미 중국시장에 교두보를 확보해놓았으며 현대차 역시 중국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란싱과 SAIC 등 중국 업체들의 속내는 조금 다르다. 중국으로서는 2010년까지 500만대 판매가 예상되는 자동차 시장을 고스란히 외국에 내줄 수 없는 노릇이다. 사정이 이러니 국산 독자모델 승용차를 만들어내는 것은 중국의 당면 과제 중 하나가 됐다. 독자 엔진 및 모델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쌍용차는 이러한 중국의 이해와 아귀가 들어맞는다. 중국업체들은 쌍용차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쌍용차의 기술을 중국에 이식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GM이 대우를 인수하는 데 5년 넘게 걸린 점을 미뤄볼 때, 쌍용차 매각이 완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은 12월16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지만 종국에 어떤 업체가 쌍용차를 품에 안을지는 미지수다. 실사과정에서 인수가격에 이견이 생길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우차의 경우도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포드 대신 멀찌감치 물러서 있던 GM이 뒤늦게 뛰어들어 인수한 바 있다. 돈 먹는 하마 노릇을 해왔던 쌍용차가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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