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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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콤플렉스 벗고 아시아 중심으로

  • 입력2004-10-15 16: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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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콤플렉스 벗고 아시아 중심으로
    월드컵 기간에 출판계는 때아닌 동면에 들어갔다. 일단 신간 발행 종수가 크게 줄어들었고, 출판사마다 주요 기획물의 출판시기만 고르는 눈치다. 그러나 한 달간의 축제가 끝나고 한국 축구가 아시아의 맹주로 우뚝 선 지금, 한국 출판계도 마냥 불황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국 출판은 지금 최대의 호기를 맞이했다. 6월3일 한국은행이 1·4분기 실질 민간소비 특징을 분석한 결과, 서적 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2%나 증가했다(95년 3·4분기 37.9% 이후 가장 높은 수치). 월드컵 기간중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그렇다고 출판의 미래까지 어두운 것은 아니다. 일찌감치 ‘출판 르네상스’를 주장해 온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영상정보의 증가가 오히려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활자매체의 장점을 부각시켰고, 대중이 책에서 생존법을 찾고 있으며, 여가시간의 증대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활성화된 점 등이 출판시장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이 모여 출판왕국 일본도 부러워할 만큼 역동적인 한국 출판의 현황을 진단하고 출판의 미래를 모색한 결과가 ‘책과 말하다’ ‘한국 출판의 활로, 바로 이것이다’(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펴냄)이다.

    ‘책과 말하다’는 한기호 소장이 박맹호(민음사 대표), 김광식(책세상 주간), 김미숙(이마고 대표) 등 15명의 출판계 인사들과 릴레이 대화를 나눈 기록이다. 여기서 박맹호 사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일본 출판사의 기획을 그대로 베끼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한국의 성공사례를 보고 일본이 따라갈 만큼 발전했다”고 했다. 실제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경우 번역서지만 한국에서 먼저 출간하고 뒤따라 일본, 중국에서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또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나 컴퓨터 책과 같은 실용서들이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시장 진출에 성공하면서 한국 출판은 일본 콤플렉스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다. 한기호씨는 출판평론집 ‘한국 출판의 활로, 바로 이것이다’에서 온·오프라인의 상생법, 대중매체 활용법, 도서정가제의 중요성 등 출판계가 활로를 찾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했다. 안이하게 ‘출판 르네상스’를 기대해서도 안 되지만, ‘대붕괴’의 패배주의에 빠져서도 안 된다. 위기와 기회는 늘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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