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삼청동 삼청각에서 열린 이번 대결은 매판 기기묘묘한 묘수와 화제가 만발해 월드컵 열기를 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끈 대국이 결승1국, 백1로 스스로 자살해 들어간 수. 흑2로 백 석 점이 고스란히 따먹히는 건 18급도 아는 수다. 그런 자살수를 ‘반상의 황태자’라 불리는 한국 신인왕이 두었다면?
현 국면은 좌우 흑의 대가(大家)가 돋보여 백의 패배가 굳어지고 있는 장면. 우상귀 흑 대마의 생사는 ▲ 로 끊어놓은 점이 있어 언제고 흑1로 단수치는 한 수로 살아 있다. 그렇게 철석같이 믿고 있는 곳에서 백2의 자살 특공대라니…. 그러나 펑첸은 “재주 있는 기사가 이런 수를 둘 때는 충분히 의심해 보아야 한다”는 서봉수 9단의 말을 곧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한편 앞서 열린 결승2국에서는 이세돌 3단이 의문의 불계패를 선언해 화제가 되었다. 점심 직후 상대의 첫 수를 보자마자 돌연 돌을 던진 것.
이 3단은 비세로 보고 항서를 썼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펑첸 4단이 “시종일관 내가 밀린 국면이었다. 이 3단이 돌을 던진다는 것은 전혀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며 더 놀랐을 정도였다. 백 4집 반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