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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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 주사’놓는‘병원 코디네이터’아세요?

‘환자 최우선’ 서비스 경쟁 1천여명 맹활약… 병원 경영 새 전문분야 무한한 가능성

  •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입력2004-10-15 14: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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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절 주사’놓는‘병원 코디네이터’아세요?
    요즘 병·의원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의사나 간호사가 아닌 ‘뜻밖의 사람’에게 환대를 받는 경우가 있다. 환자 대기실에 앉아 있으면 슬그머니 다가와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라며 말을 건넨 후 수납 절차를 대행해 주고 불편한 점을 일일이 받아적으며, 진료를 마치면 다음 진료 예약까지 해주는 사람. 미소를 가득 담은 얼굴에, 상큼한 복장과 매너가 마치 스튜어디스를 연상케 한다. 오래 기다리다 보면 차 한 잔도 얻어마실 수 있다. 심지어 아이가 있으면 같이 놀아주기도 하고 의사에게 다 못한 이야기를 쏟아내도 귀찮아하기는커녕 귀를 쫑긋 세우고 환자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의사, 간호사, 위생사 등 의료인과 환자만 존재했던 병·의원 공간에 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주는 새로운 직업군이 탄생했다. 이름하여 ‘병원 서비스 코디네이터.’ 줄여서 병원 코디네이터로 주로 쓰이지만 그들끼리는 아예 확 줄여 ‘병코’라고 부르기도 한다.

    진료 외적인 부분 모두 책임져

    ‘친절 주사’놓는‘병원 코디네이터’아세요?
    진료에만 힘을 쏟아야 하는 의사나 간호사가 병원에서 챙기기 힘든 모든 부분을 알아서 처리하는 게 그들의 임무. 코디네이터라는 이름도 병원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조정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환자 상담에서 사후관리까지, 직원에 대한 친절 서비스교육 등 병원 이미지를 개선하고 나아가 병원 마케팅, 기획, 홍보업무까지 담당한다.

    병원 코디네이터 개념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것은 지난 99년 의약분업을 앞두고 개원 병·의원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서부터. 병원 운영에 경영 개념이 도입된 후 ‘환자 최우선’의 서비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싶은 병·의원들은 의사와 간호사만으로는 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 이에 따라 지난 98년 서울 강남의 한 치과에서 스튜어디스 출신 상담사와 도우미를 채용한 것이 발화점이 되었다.



    현재 전국적으로 일하고 있는 병원 코디네이터는 1000여명 가량. 하지만 이중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이수한 코디네이터는 500여명 선에도 미치지 못한다. 병원 서비스 코디네이터 채용시장은 지난 99년 민간에 체계적인 병원 코디네이터 교육과정(한국병원서비스경영센터, www.mediwiz.co.kr)이 생긴 후 비의료인 출신 코디네이터만 서울지역에 200여명이 될 만큼 급성장했다. 이젠 그들의 협회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을 정도. 주로 치과, 안과, 성형외과, 피부과, 이비인후과로 한정되던 취업문도 최근에는 한의원과 유방클리닉(외과병원), 정신병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태다. 웬만한 규모의 병원에서는 코디네이터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인식되면서 이들 연봉도 개인 능력에 따라 적게는 18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밀레니엄 연세치과에서 일하는 추가영씨(26)는 라식 수술을 받으러 안과의원에 갔다가 너무나 친절하게 환자를 배려하는 코디네이터에게 감동받아 자신도 코디네이터 세계로 뛰어든 경우. 대학에서 이탈리아어를 전공해 ‘의료’ 쪽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지만 코디네이터야말로 여성이 평생 할 수 있는 ‘전문직’이라는 결론을 내린 추씨는 4개월간의 교육과정과 6개월간의 인턴 생활을 마친 뒤 정식 코디네이터가 됐다.

    추씨는 “어떤 일이 있어도 환자들에게 항상 웃어야 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게 즐거운 사람이 아니라면 코디네이터 생활은 견디기 힘들 것”이라며 “원장, 고용의사, 간호사, 위생사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환자의 편에 선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고 충고한다. 이 치과의 최재호 원장은 “진료 외적인 부분을 모두 책임져주고, 좀더 나은 서비스가 환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환자의 반응이 너무 좋다. 의사와 간호사는 진료에만 충실할 수 있으니 환자에게 할애되는 시간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친절 주사’놓는‘병원 코디네이터’아세요?
    한국병원서비스경영센터 병원코디 과정 1기 졸업생으로 서울 잠실지역 서아송 피부과에서 코디네이터로 활동중인 임은화씨(27)는 코디네이터의 생활 수칙을 8자로 줄여 이렇게 표현한다. ‘먼저 가서 인사하자’. “기다리는 환자에게 그들이 불평하기 전에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그들이 기억하지 않아도 먼저 알아서 연락하는 것이 바로 코디네이터가 하는 일이죠.” 임씨는 2년간의 코디네이터 생활을 통해 이 계통에서는 베테랑으로 소문났다. 교육생을 상대로 코디네이터 강의까지 하고 있을 정도. 그녀는 원장의 경영 파트너로, 서비스 매니저로, 직원들의 친절교육 강사로 1인 10역을 소화하고 있다.

    “환자를 보면 어떤 불만이 있는지 대강 보입니다. 병원에서 이야기하지 않고 집에 갔다 하더라도 다시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을 보내 무엇이 불만인지 미리 듣고 해결하죠.” 특히 미용과 비만을 다루는 피부과나 성형외과에서는 환자의 성격이나 성향에 따라 ‘컴플레인’이 많기 때문에 고달픔도 크다. 그러나 ‘아가씨, 너무 고마워’라는 말만으로도 직업의 보람을 찾기에 충분하다는 게 그녀의 생각.

    인기 반영 양성기관도 5, 6곳

    최근 유방클리닉을 개원하면서 2명의 코디네이터를 채용한 청담서울여성외과 권오중 원장은 “유방암 클리닉의 경우 100%가 여성 환자인데 자신의 유방에 대해, 혹은 검사상의 궁금증에 대해 남자 의사와 상담하는 데 수치심을 가지기 쉽다. 환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유방암 클리닉을 좀더 친숙한 분위기로 만들기 위해선 여성 코디네이터의 채용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사랑이 꽃피는 한의원(소아전문) 부천점에서 일하는 코디네이터 홍해경씨(32)는 대학에서 인테리어를 전공하고 6년간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코디네이터로 인생항로를 급선회한 경우.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이 필요했죠. 인테리어가 워낙 밤낮도 없고 여자에겐 무리가 따르는 직업이라. 사람 좋아하고, 낙천적인 제 성격에 딱 맞는 것 같아서….” 홍씨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한의원 코디네이터로서 경영, 중간관리자, 기획, 홍보, 네크워크 관리뿐만 아니라 전공을 살려 한의원의 인테리어와 시설까지 책임지고 있다. 의원측으로서는 홍씨가 고마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병원 서비스 코디네이터가 신종 여성 전문직으로 각광받는 것은 뻗어나갈 길이 무궁무진하다는 점도 한몫한다. 코디네이터를 하다 병원 컨설턴터가 된 노석선씨는 “경영 개념이 희박한 의료인에게는 조금만 의료환경이 바뀌어도 병원 경영이 어려워진다. 이때 병원 컨설팅이 큰 몫을 하는데 이는 코디네이터 출신이 아니라면 힘들다”고 못박는다. 컨설턴터 이외에도 아예 병원 코디네이터 양성기관을 차리는 사람도 있다. 최근의 병원 코디네이터 채용 붐에 힘입어 하나뿐인 양성기관이 서울 지역에만 5, 6개로 불어났다.

    국내에 코디네이터 양성과정을 처음 도입한 한국병원서비스경영센터 조연순 국장은 “앞으로 병원 코디네이터 시장도 전공별, 직능별로 분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이제 병원 코디네이터도 여성 전문직으로서 확고히 사회에 뿌리내렸다”고 주장한다.

    ‘건강을 최우선시하고 좀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이 점점 당연시되는 요즘, 환자와 의사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하는 병원 서비스 코디네이터가 한 시대를 풍미하고 사라질 ‘반짝 직종’은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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