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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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노무현’ 설움의 세월

불거진 개헌론·서해 교전 등 악재의 연속 … ‘거국 내각론’ 꺼냈다 안팎 비난만 받아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10-15 14: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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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따 노무현’ 설움의 세월
    ”빠른 변화를 추구하다 보면 당내 갈등이 커지고, 당을 하나로 단결해 가려면 변화의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악재, 되는 것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은 당내 상황 등 활로를 찾기 어려운 처지를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이렇게 표현했다. 이쪽으로 가면 저쪽에서 불만이 터지고, 저쪽으로 가면 이쪽에서 불평을 늘어놓는다.

    노후보에게 힘이 돼줘야 할 한화갑 대표는 “대표 사퇴 시기를 놓쳤다. 6·13 지방선거 직후에 사퇴했어야 했는데…”라며 ‘탈(脫)DJ’를 외치는 노후보에 대한 부담감을 넌지시 흘린다. DJ 비서 출신으로서 어쩔 수 없는 고뇌라지만 기댈 데가 없는 노후보로서는 서운하지 않을 수 없다. 8·8 재보선 공천을 놓고 벌이는 각 계파의 파워게임 앞에서도 노후보는 무기력하기만 하다. 개혁인사를 발탁할 것인가, 아니면 당선 가능성을 볼 것인가. 노후보의 고민은 깊어지지만 마땅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하나의 선택이 더 많은 소외세력의 반발을 불러올 것은 자명하다.

    느닷없이 터진 서해교전은 노후보의 뒤통수를 때렸고 장고 끝에 내놓은 ‘거국내각론’은 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거센 비난을 몰고 왔다. 한나라당은 ‘순진한 발상’이라며 아예 외면했다.

    최근 불거진 개헌론은 노후보를 더욱 코너로 몰고 있다. 정균환 총무가 지핀 개헌 불길은 이인제 의원을 타고 넘어 당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한광옥 박상천 최고위원을 비롯한 중도개혁포럼, 동교동과 비주류 등이 ‘분권형 대통령제’를 합창한다. 이들이 노무현 체제를 흔들어 정계개편을 노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지금 시점에 개헌론은 합당치 않다”는 원론 외에 개헌론자들을 제압할 현실적 힘은 없다.



    8·8 재보선 가는 발걸음 ‘천근만근’

    문제의 심각성은 이 개헌론에 ‘권력 핵심’의 생각과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권력 핵심부의 의중 없이는 개헌론이 조직적으로 당 전반에 퍼지기 어렵다는 추정과 함께 “권력 핵심의 결단사항”이라는 단정까지 나온다. 한광옥 최고위원, 정균환 총무 등 DJ 의중을 살필 수 있는 인사들과 동교동 인사들이 개헌 대열에 동참했거나 선창 그룹으로 등장한 점이 권력 핵심부 관련설을 부채질하는 요소.

    개헌론은 노후보의 지지도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뒤지고 정몽준 의원과 오차범위에서 각축을 벌이는 시점에 터져나왔다. 노후보측이 갖는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민주당 밖의 움직임도 노후보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한국미래연합 박근혜 대표가 이미 ‘이원집정부제’ 혹은 ‘분권적 대통령제’ 개헌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고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민국당 김윤환 대표도 개헌세력의 단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反)이회창- 비(非)노무현을 내건 제3세력화 작업과 개헌론에 동참 요청을 받지 못한 것은 결국 노후보와 일부 쇄신파 인사들이다. 진퇴양난의 상항에 빠진 노후보는 재신임 여부를 결정지을 8·8 재보선을 향해 전력을 쏟고 있지만 발걸음은 무거워 보인다. 대선가도 초입에 들어선 노후보의 입에는 벌써부터 단내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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