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반 보 전진’이라며 2002 삼성 파브 K-리그를 기다려온 선수들이 있다. 김도훈(32·전북) 고종수(24·수원) 이동국(23·포항) 김용대(23·부산) 등 ‘히딩크호’에 이름을 올렸다가 막판 탈락했던 스타들이 바로 그들이다.
지난해 1월 공식 출범한 ‘히딩크호’에 단 한 번이라도 이름을 올린 선수는 총 59명. 이들 중 23명만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영예를 누렸고 36명은 힘들고 긴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생존율 2.6대 1의 치열한 주전 경쟁은 스타들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쓴맛’을 본 이들은 진정한 실력으로 승부하겠다고 이를 악물고 있다. 큰 실패를 경험하고도 그 경험을 현금으로 바꾸지 못하는 낙제생으로 머물 수는 없기 때문.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선수는 이동국이었다. 지난 3월 스페인 전지훈련부터 ‘이동국도 제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기는 했지만 ‘설마 막차는 탈 수 있겠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의 결단은 단호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베르더 브레멘에서 망친 몸을 추스르기에는 역부족이었고,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충분히 출전 기회를 받았으나 끝내 이를 살리지 못했다. 4년 전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깜짝 기용되며 ‘라이언킹 신드롬’을 일으킨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히딩크호 승선 후 36명 중도 탈락 충격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기 전 이동국은 자신의 탈락을 이미 알고 있었다.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이미 언질을 받았던 것. 낙담하기는 했지만 새로운 의지를 불태웠다. 이동국은 올 정규리그서 득점왕을 욕심내고 있다. 98년 K-리그에 데뷔한 뒤 청소년대표, 올림픽대표, 국가대표 등을 거치며 소속팀에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팀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겠다는 각오다.
김용대도 최종 낙점에서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9월 부상으로 잠깐 대표팀을 떠나 있던 것을 제외하면 김용대는 줄곧 히딩크호에 합류했고, 주전은 아니어도 2006년 월드컵을 대비한 경험을 쌓게 한다는 면에서 최종 엔트리 발탁은 확정적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의기소침한 성격과 팀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제외 명령을 받고 말았다. 지난 4월10일 안양과의 프로 데뷔전에서 무려 4골을 내주며 망신을 당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두 달여 동안 와신상담해 온 김용대는 이번 정규리그에서 대담하고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2006년 독일 월드컵 붙박이 주전 GK감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8월 오른쪽 무릎을 다친 데다 히딩크 감독의 불신까지 겹쳐 일찌감치 2회 연속 월드컵 출전의 꿈을 접어야 했던 ‘앙팡 테리블’ 고종수(24·수원)는 7월 중순에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초 팀 훈련에 합류한 뒤 몸 만들기를 해온 고종수는 이번 정규리그를 통해 한국 최고의 테크니션이란 평가를 재확인하고 트레이드마크인 예리한 프리킥이 아직 녹슬지 않았음을 입증할 생각이다.
심재원(25ㆍ부산) 역시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초 최종 엔트리가 발표된 이후 추가 멤버로 마지막 테스트를 받았던 심재원은 결국 월드컵 본선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겪은 설움에다 대표 탈락은 심재원에게 상상할 수 없는 실망감으로 다가왔다. 심재원은 소속팀 부산으로 복귀, 지난 7월7일 울산과의 홈경기로 1년 만에 K-리그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공통된 목표가 있다. 오는 9월 부산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한번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것. 이번 아시안게임부터 올림픽 룰이 적용돼 대표팀이 23세 이하로 구성되기 때문에 고종수와 심재원은 23세 이상의 와일드카드로 반드시 포함돼 명예를 회복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석주(34·포항) 서정원(32·수원) 김도훈(32·전북) 강철(32·전남) 이임생(31·부천) 등 90년대 한국 축구의 주축이었던 노장들도 히딩크호를 거쳤다. 하지만 신구 교체라는 시대적인 사명 앞에 후배들에게 월드컵 출전 기회를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30세를 넘긴 나이에 이제는 국가대표보다 K-리그 활성화가 자신들의 몫이라는 것을 이들은 잘 알고 있다.
하석주는 홍명보와 짝을 이뤄 포항의 전통 명가 부활에 나선다. 96년 FA컵 우승 이후 우승 가뭄을 풀고 한국을 대표했던 옛 명성을 되찾는 데 앞장서겠다는 각오다.
김도훈은 히딩크 감독이 마지막까지 고심했던 선수다. 성실한 훈련 태도와 선후배간의 좋은 관계 유지로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높은 신임을 받았기 때문. 하지만 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수로 북중미골드컵축구대회와 우루과이와의 평가전 등에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요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중인 김도훈은 3억5500만원의 국내 최고 연봉에 걸맞게 거침없는 골 사냥을 펼치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다시 한번 정규리그 득점왕도 노려볼 참이다.
서정원 역시 소속팀 수원의 ‘세계로의 비상(Fly to the World)’ 계획을 달성할 선봉장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주장 완장을 차고 선수들을 진두지휘하고 있고 아시안클럽선수권대회 2연패에 이어 아시안슈퍼컵 2연패에 나서고 있다. 지난 99년 이후 3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 탈환을 노리는 수원에 있어 ‘백전노장’ 서정원의 역할은 클 수밖에 없다.
수비의 주축이었던 강철과 이임생 역시 소속팀에서 K-리그 부흥을 위해 밀알이 되고 있다.
김남일 송종국 박지성 등만이 히딩크호의 젊은 피는 아니다. 그동안 히딩크호를 거치며 무럭무럭 커가는 새로운 젊은 피들도 있다. 히딩크 감독은 1년 6개월 동안 젊은 수비수 육성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비록 출전 기회를 많이 주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축구철학과 국가대표로서의 사명감을 불어넣어 주며 4년 뒤를 기약했다. 서덕규(24·울산) 박용호(21·안양) 조병국(21·수원) 조성환(20·수원) 여효진(19·고려대)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월드컵 대표팀 탈락의 아쉬움보다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유망주로 지목됐다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며, 이번 정규리그에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주전으로 뛰고 있을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을 마친 뒤 “젊은 수비수의 육성이 한국 축구의 최대 과제”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이들의 어깨는 무겁다. 이들이 있기에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또다시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 아닐까.
지난해 1월 공식 출범한 ‘히딩크호’에 단 한 번이라도 이름을 올린 선수는 총 59명. 이들 중 23명만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영예를 누렸고 36명은 힘들고 긴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생존율 2.6대 1의 치열한 주전 경쟁은 스타들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쓴맛’을 본 이들은 진정한 실력으로 승부하겠다고 이를 악물고 있다. 큰 실패를 경험하고도 그 경험을 현금으로 바꾸지 못하는 낙제생으로 머물 수는 없기 때문.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선수는 이동국이었다. 지난 3월 스페인 전지훈련부터 ‘이동국도 제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기는 했지만 ‘설마 막차는 탈 수 있겠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의 결단은 단호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베르더 브레멘에서 망친 몸을 추스르기에는 역부족이었고,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충분히 출전 기회를 받았으나 끝내 이를 살리지 못했다. 4년 전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깜짝 기용되며 ‘라이언킹 신드롬’을 일으킨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히딩크호 승선 후 36명 중도 탈락 충격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기 전 이동국은 자신의 탈락을 이미 알고 있었다.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이미 언질을 받았던 것. 낙담하기는 했지만 새로운 의지를 불태웠다. 이동국은 올 정규리그서 득점왕을 욕심내고 있다. 98년 K-리그에 데뷔한 뒤 청소년대표, 올림픽대표, 국가대표 등을 거치며 소속팀에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팀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겠다는 각오다.
김용대도 최종 낙점에서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9월 부상으로 잠깐 대표팀을 떠나 있던 것을 제외하면 김용대는 줄곧 히딩크호에 합류했고, 주전은 아니어도 2006년 월드컵을 대비한 경험을 쌓게 한다는 면에서 최종 엔트리 발탁은 확정적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의기소침한 성격과 팀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제외 명령을 받고 말았다. 지난 4월10일 안양과의 프로 데뷔전에서 무려 4골을 내주며 망신을 당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두 달여 동안 와신상담해 온 김용대는 이번 정규리그에서 대담하고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2006년 독일 월드컵 붙박이 주전 GK감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8월 오른쪽 무릎을 다친 데다 히딩크 감독의 불신까지 겹쳐 일찌감치 2회 연속 월드컵 출전의 꿈을 접어야 했던 ‘앙팡 테리블’ 고종수(24·수원)는 7월 중순에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초 팀 훈련에 합류한 뒤 몸 만들기를 해온 고종수는 이번 정규리그를 통해 한국 최고의 테크니션이란 평가를 재확인하고 트레이드마크인 예리한 프리킥이 아직 녹슬지 않았음을 입증할 생각이다.
심재원(25ㆍ부산) 역시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초 최종 엔트리가 발표된 이후 추가 멤버로 마지막 테스트를 받았던 심재원은 결국 월드컵 본선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겪은 설움에다 대표 탈락은 심재원에게 상상할 수 없는 실망감으로 다가왔다. 심재원은 소속팀 부산으로 복귀, 지난 7월7일 울산과의 홈경기로 1년 만에 K-리그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공통된 목표가 있다. 오는 9월 부산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한번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것. 이번 아시안게임부터 올림픽 룰이 적용돼 대표팀이 23세 이하로 구성되기 때문에 고종수와 심재원은 23세 이상의 와일드카드로 반드시 포함돼 명예를 회복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석주(34·포항) 서정원(32·수원) 김도훈(32·전북) 강철(32·전남) 이임생(31·부천) 등 90년대 한국 축구의 주축이었던 노장들도 히딩크호를 거쳤다. 하지만 신구 교체라는 시대적인 사명 앞에 후배들에게 월드컵 출전 기회를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30세를 넘긴 나이에 이제는 국가대표보다 K-리그 활성화가 자신들의 몫이라는 것을 이들은 잘 알고 있다.
하석주는 홍명보와 짝을 이뤄 포항의 전통 명가 부활에 나선다. 96년 FA컵 우승 이후 우승 가뭄을 풀고 한국을 대표했던 옛 명성을 되찾는 데 앞장서겠다는 각오다.
김도훈은 히딩크 감독이 마지막까지 고심했던 선수다. 성실한 훈련 태도와 선후배간의 좋은 관계 유지로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높은 신임을 받았기 때문. 하지만 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수로 북중미골드컵축구대회와 우루과이와의 평가전 등에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요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중인 김도훈은 3억5500만원의 국내 최고 연봉에 걸맞게 거침없는 골 사냥을 펼치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다시 한번 정규리그 득점왕도 노려볼 참이다.
서정원 역시 소속팀 수원의 ‘세계로의 비상(Fly to the World)’ 계획을 달성할 선봉장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주장 완장을 차고 선수들을 진두지휘하고 있고 아시안클럽선수권대회 2연패에 이어 아시안슈퍼컵 2연패에 나서고 있다. 지난 99년 이후 3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 탈환을 노리는 수원에 있어 ‘백전노장’ 서정원의 역할은 클 수밖에 없다.
수비의 주축이었던 강철과 이임생 역시 소속팀에서 K-리그 부흥을 위해 밀알이 되고 있다.
김남일 송종국 박지성 등만이 히딩크호의 젊은 피는 아니다. 그동안 히딩크호를 거치며 무럭무럭 커가는 새로운 젊은 피들도 있다. 히딩크 감독은 1년 6개월 동안 젊은 수비수 육성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비록 출전 기회를 많이 주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축구철학과 국가대표로서의 사명감을 불어넣어 주며 4년 뒤를 기약했다. 서덕규(24·울산) 박용호(21·안양) 조병국(21·수원) 조성환(20·수원) 여효진(19·고려대)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월드컵 대표팀 탈락의 아쉬움보다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유망주로 지목됐다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며, 이번 정규리그에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주전으로 뛰고 있을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을 마친 뒤 “젊은 수비수의 육성이 한국 축구의 최대 과제”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이들의 어깨는 무겁다. 이들이 있기에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또다시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