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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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에 서명한 손

  • 입력2008-05-21 0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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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서에 서명한 손
    문서에 서명한 손

    -딜런 토머스(Dylan M. Thomas, 1914~1953)

    문서에 서명한 손이 도시를 무너뜨린다;

    통치자의 다섯 손가락이 살아 있는 목숨에 세금을 부과하고

    죽은 자의 세상을 배가시키고, 어떤 나라를 반으로 줄였다;



    이 다섯 명의 왕이 한 왕을 사형시켰다.

    (중략)

    조약에 서명한 손이 열병을 일으키고

    기근이 번성하고, 메뚜기 떼가 왔다;

    휘갈겨 쓴 이름으로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손은 위대할지니.

    다섯 왕이 죽은 자의 수를 세나 딱딱하게 굳은 상처를

    부드럽게 하지 못하고 이마를 쓰다듬지도 못한다;

    하나의 손이 하늘을 다스리듯 동정심을 다스리니,

    손들은 흘릴 눈물이 없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협정을 맺는 통치자의 위선을, 변신을 거듭하는 손을 통해 예리하게 꼬집었다.

    죽은 자의 수를 배로 늘리고 한 나라를 반으로 줄였다는 비교는 통계학적으로는 정확하지 않을지 모르나 문학적인, 심정적인 진실이다.

    과장이 없다면 문학과 예술은 무미건조해져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게다. 문서에 서명하고 도시를 무너뜨리고, 나중에 우아하게 장갑을 끼고 전몰 장병들을 위로하지만, (왕들의) ‘손은 흘릴 눈물이 없다’.

    공상과학 만화가 아닌 현실세계에서 어떤 손도 눈물을 흘리지는 않는다. 여기서 손은 ‘가슴’을 지칭한다고 봐야 옳을 듯하다.

    상이군인들의 어깨에 손을 얹고 위로하는 척하나, 진심으로 동정할 줄 모르는 무쇠처럼 단단한 가슴을….

    [출전] A.W. Allison ed. The Norton Anthology of Poetry, W.W. Norton · Company, 1983,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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