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4

2007.07.17

피아노 삼매경 박지성 건반에서 휴식 드리블

  • 최원창 축구전문기자 gerrard@jesnews.co.kr

    입력2007-07-16 1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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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성(사진)과 피아노. 언뜻 연관관계를 찾을 수 없는 생소한 조합이다. 하지만 박지성은 최근 피아노 삼매경에 빠져 있다. 오른쪽 무릎 연골 재생술을 받고 5월18일 영국에서 귀국한 그는 곧장 피아노부터 구입했다. 그리고 지인의 소개로 30대 초반의 피아노 선생님에게 일주일에 세 번 특별 레슨을 받았다.

    두 번은 수원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선생님이 오고, 한 번은 박지성이 직접 서울로 찾아가 레슨을 받았다. 박지성의 부모님은 목발을 짚어 거동이 불편하면서도 굳이 서울까지 피아노를 배우러 가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피아노는 박지성이 어린 시절 이루지 못한 꿈이다. 피아노를 배울 형편이 못 됐던 그는 피아노학원 가방을 들고 다니던 이웃집 아이들을 동경했다. 축구를 하느라 시커먼 얼굴에 생채기투성이던 그는 ‘언젠가는 피아노를 꼭 배우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다. 그리고 길고 긴 재활기간은 오래된 바람을 실현할 기회였다.

    박지성은 피아노 바이엘 교재 1권을 앞에 두고 오른손을 달걀 모양으로 오므려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치는 것부터 시작했다. 발로 하는 것이라면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지만, 건반을 누르는 것은 익숙지가 않았다. 그래서인지 생각만큼 잘하지 못했다. 하지만 즐거웠다. 재활의 외로움과 불안감을 덜고, 신경을 곤두세운 채 승리만 갈구하던 긴장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7월3일 영국으로 떠난 박지성은 당분간 피아노 연습을 할 수 없지만, 짬이 날 때마다 악보를 들여다보며 가상의 건반을 두드리는 연습을 할 것이다. 상처가 가득해 울퉁불퉁한 발은 그에게 세계 최고의 축구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뛸 수 있는 영광을 부여했다. 그리고 예쁘기로 소문난 두 손은 은은한 피아노 선율로 위안을 줄 것이다. 마치 승부사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시간 날 때마다 피아노를 치며 안정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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